[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혈우병은 혈액 내 응고인자 중 일부의 유전자 이상(결함)으로 발생하는 유전병으로 A형 혈우병과 B형 혈우병이 있다. 이 중 B형 혈우병은 혈장 내 응고인자인 제9인자가 부족한 선천성 출혈 질환이다. 남아 2만명당 1명 수준으로 발생하며 국내 환자 수는 약 400명인 희귀질환이다. 일반적으로 혈우병 환자는 사고나 수술 등으로 인해 출혈이 발생할 경우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혈우병 환자에게는 무엇보다도 혈관절증이나 뇌출혈, 기타 장기 출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신체 내부의 출혈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워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혈우병 환자들은 급성 출혈 시 부족한 혈액 응고인자를 보충하거나 예방요법으로 주기적으로 혈액 응고인자를 보충해주는 방법을 통해 출혈과 합병증 발병의 위험성을 낮추고 있지만 주 2~3회 주사를 맞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여러 반감기 연장제제들이 개발되며 1주 1회 혹은 2주 1회 투약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특히 7월 1일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된 CSL 베링의 유전자재조합 B형 혈우병 치료제 '아이델비온(Idelvion, 성분명 알부트레페노나코그알파)'은 1주 1회, 2주 1회 요법으로 투여할 수 있다. 또한 잘 조절되는 환자는 최대 3주 1회 요법 투여가 가능해 국내 출시된 반감기 연장제제들 중 투여 간격이 가장 길고, 이를 통해 환자들의 투약 편의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최대 3주 1회 간격 투여 가능, 국내 반감기 연장 B형 혈우병 치료제 중 가장 긴 장기지속형 제제
기술 발전으로 인해 여러 유전자재조합 치료제가 개발되며, 혈우병 치료방법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임상 연구를 통해 혈액 응고 9인자의 농도가 1%씩 증가할수록 관절 출혈 비율이 18%씩 감소한다는 결과 등이 확인되며 혈액응고인자의 최저혈중농도(Trough level)와 출혈 사건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최저혈중농도를 높게 유지하고 적은 투여 횟수를 통해 치료 순응도를 높여 출혈을 낮추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아이델비온은 면역 방어 또는 면역 반응에 관여하지 않고 약 20일 정도의 긴 반감기를 지닌 유전자 재조합 알부민과 유전자 재조합 혈액 응고 9인자를 유전적으로 융합시켜, 정맥 내에 투여했을 때 장시간 동안 체류하도록 개발된 약제다. 실제 혈액과 유사하게 출혈 시 응고가 필요한 상황에서 알부민이 절단되고 활성화된 9인자가 방출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높은 최저혈중농도 유지가 가능하며 3주 1회 투여 요법 시 최종 반감기는 143시간으로 나타났다. 평생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혈우병 환자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적은 투약 횟수로 효과적으로 출혈을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높은 최저혈중농도 유지로 더 활발한 신체 활동 가능, 연간자연출혈률 0 동시 달성
혈액응고 9인자 활성도 2% 이하의 환자 대상으로 한 일상적 예방요법 임상연구(1주 1회, 2주 1회 투여 요법)에서도 아이델비온 1주 1회 투여 요법을 받은 12세 미만 환자와 12세 이상 환자의 최저혈중농도 중앙값은 13.1%와 21.7%를 나타냈다. 12세 이상 환자의 2주 1회 투여 요법 시에는 12.4%를 기록했다. 이 환자들의 연간자연출혈률(AsBR) 중앙값은 0.00이었다. 이어 3주 1회 투여 요법을 받은 18세 이상 환자의 최저혈중농도 중앙값은 7.7%, 연간자연출혈률은 0.00 이었다.
이처럼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12% 이상으로 높게 유지하면 환자는 좀 더 자유롭게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다. 연구에서 혈액응고인자 활성도가 12%인 혈우병 환자는 운동으로 인한 부상 시에도 출혈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 미국혈우재단(National Hemophilia Foundation, NHF)에서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혈액응고인자 활성도가 12% 정도로 유지되면 스트레칭, 자전거 타기 등 경도의 신체 활동은 물론 줄넘기, 근력운동 등 중등도의 신체 활동까지 가능하다.
그래서 환자가 운동을 좋아하고 외부 활동이 많으면 1주 1회 예방요법을 시행하고, 정적이고 외부 활동이 많지 않으면 3주 1회 예방요법을 시행하는 등으로 환자의 개별적인 성향 및 특성에 따라 아이델비온의 투여 간격과 용량을 조절하는 유연한 치료를 실현할 수 있다.
더불어, 출혈 발생 시 응고인자를 보충하는 보충요법 임상연구에서 12~65세 미만 중등증 B형 혈우병 환자의 출혈 사건 치료 시 대부분 1~2회 투여로 조절됐으며(98.6%), 연구자가 평가한 지혈 효과에서 94.1%가 뛰어남(excellent), 좋음(good)으로 평가됐다. 12세 미만 중등증 B형 혈우병 환자의 출혈 사건 치료 시에도 대부분 1~2회 투여로 조절됐고(97.2%), 연구자가 평가한 지혈 효과에서 96.2%가 뛰어남, 좋음으로 평가됐다. 성인 또는 소아 환자 19명 대상 21건의 대수술 및 경미한 수술 시 아이델비온의 지혈 효과를 평가한 연구에서도 수술 전 1회 투여만으로 97%의 환자가 지혈 효과를 유지했고, 연구자가 평가한 지혈 효과에서 96.0%가 뛰어남, 좋음으로 평가됐다.
혈우병 치료 경험 유무 관계없이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 프로파일도 확인
혈우병 환자들이 출혈과 함께 주의해야 하는 또다른 문제는 응고인자의 활성도를 중화시키는 억제인자(중화항체)의 발생이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주입된 응고인자를 이물질로 여겨 이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면 지혈이 되지 않거나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아이델비온은 이전에 혈우병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previously treated patients, PTP)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억제인자는 0건으로 보고됐으며 아나필릭시스 반응도 없었다. 114명 중 103명의 이상사례는 아이델비온과 관련이 없었으며, 가장 많이 나타난 이상사례는 두통, 어지럼증, 과민성, 발진, 습진이었다.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Previously untreated patients, PUP)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대부분의 이상사례는 아이델비온과 연관되지 않았고, 경증 또는 중등증으로 나타났다. 억제인자 발생률은 12명 중 1건으로 낮았다.
CSL 베링 글로벌 의학부 더글라스 드렐리치 박사는 "혈우병 환자들은 평생 주기적으로 약을 투약해야 하는 고충에 더해 출혈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신체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있다. 아이델비온은 임상 연구에서 확인됐듯이 혈액응고인자 활성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환자들이 운동, 여행 등의 신체 활동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대 3주 1회 투여가 가능한 편의성에 우수한 내약성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 내의 반감기 연장 제제 중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다. 최근 실제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검토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반감기 연장 제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을 비교한 결과 아이델비온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한국에서도 최근 보험급여가 적용된 만큼 환자들이 기존 치료에 머무르지 말고, 좀 더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혈우병으로 인한 제약에서 벗어나 일반인에 가까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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