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12월 6일 의료계가 때아닌 '브런치 카페' 논란으로 시끄러워졌다. 전공의 정원 마감으로 바쁜 시기라 해프닝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의사들 커뮤니티를 넘어 사회적으로 크게 공분이 일고 있는 듯했다.
사건의 발단은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의 '브런치 카페' 발언이었다. 우 원장은 최근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 정원' 시론에서 '소아과 오픈런'의 이유에 대해 "요즘 젊은 엄마들이 브런치 카페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소아과에 몰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곧장 우 원장의 주장이 실린 시론을 찾아봤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의 근본적 원인을 제시하면서, 의대정원 확대가 아닌 응급환자 분류후송 체계 개선과 소아과 동네 의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였다.
사실 최근 필수의료 문제로 매일 같이 소청과 의사들과 소통하는 입장에서 보면 우봉식 원장 지적이 100%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보인다.
엄마들의 민원과 고소·고발로 실제 소청과 의원이 문 닫은 사례도 더러 발생하고 오픈 시간대에 환자가 몰리고 그 이후엔 텅 빈 병원, 환자가 없어 폐원하는 소청과 의원 사례도 무수히 많이 봤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도 납득할 만한 내용이다. 필수의료가 무너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내버려 둔 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엄한 곳에 힘을 빼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간의 화두가 메시지 자체 보단 전달 방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런치 카페'라는 자극적인 수사로 인해 수 많은 엄마들과 맘카페 회원들이 조롱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 문제가 뜨겁게 공론화되길 원했다면 우봉식 원장의 단어 선택이 탁월했을 수 있다. 그러나 기고글에 나타난 문제제기와 그 분노의 화살이 자칫 무고한 다수 젊은 엄마들에게 향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2023년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분노'와 '혐오'다. 한국은 현재 남녀와 세대, 계층으로 갈라져 서로를 비방하고 정치인들은 또 이를 이용해 정략적인 갈라치기로 이득을 얻고 있다. 굳이 이런 상황에서 혐오감을 조장할 수 있는 표현을 써야만 했을까.
메시지를 전달할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강조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 그리스는 작은 소도시 형태로 대부분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법률을 입법하거나 법정에서 변론을 할 때 시민들을 사로잡기 위해 얼마나 내 진심을 잘 전달하는 지가 중요했다. 즉 메시지도 중요하고 화자의 진심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잘 전달하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던 셈이다.
이 관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파토스'를 강조한다. 수사학 중 '로고스'는 주장의 논리를 말하고 파고스는 청자의 감정과 관련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달할 때 나에게 유리한 감정을 청자에게서 증폭시키고 불리한 감정은 축소시켜야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문제가 된 우봉식 원장 주장을 살펴보면 시론의 로고스 점수는 높게 주고 싶다. 사실관계를 떠나 주장을 받치고 있는 통계와 근거가 논리적인 편이다. 그러나 아무리 양보해도 파토스 점수는 높게 주기 힘들듯 싶다. 우 원장의 진심 어린 메시지가 꼭 포함될 필요가 없었던 한 단어로 인해 청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아과 오픈런 문제가 또 다른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메시지 본연의 의미가 퇴색해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이번 브런치 카페 발언으로 인해 의사와 대중 간 공감대 형성이 더 힘들어졌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의대정원 문제로 투쟁 노선을 밟고 있는 의협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봉식 원장에게 꼭 한마디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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