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파면됐다. 지난해 12월3일 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 의대증원 2000명 발표로부터는 각각 429일, 424일째 되는 날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료계 주요 단체들은 윤 대통령 파면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윤 대통령의 파면을 맞아 400여 일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의료계에 대한 탄압의 기록을 정리했다.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업무개시명령'에 법정 최고형 엄포…군 입대 최대 4년 대기
정부가 지난해 2월 초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증원 2000명을 발표하자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전국 수련병원에 법적 근거가 모호한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병원들을 통해 전공의 1만 5000명의 개인 연락처를 취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공의들의 사직이 시작되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진료유지명령 등을 발동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업무개시명령 불응 시 면허취소, 환자 사망 사례 발생 시 법정 최고형까지 가능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필요한 경우 체포영장 발부 등 강제 수사 방식 활용”, 법무부 박재성 장관은 “적용 가능한 모든 법률과 사법적 조치를 강구해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 물을 것” 등의 발언으로 전공의들을 압박했다.
정부의 압박은 말뿐이 아니었다. 실제 경찰들이 사직 전공의들의 자택을 방문해 소재를 파악하는 등의 일까지 발생하면서, 전공의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같은 정부의 강압적 조치에 국제노동기구(ILO)까지 개입하며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전공의들은 군 입대 과정에서도 불합리한 처분을 받아야 했다. 원래 전공의들은 사직 직후, 의무사관후보생 입영대상자가 돼 입영해야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난 1월 '의무∙수의 장교의 선발 및 입영 등에 관한 훈령' 개정을 행정예고하면서 현역 미선발자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에 일부 사직 전공의들은 기약 없이 최대 4년 동안 입영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직 전공의는 현행법 상 일반병으로 입대도 불가능하다. 의협은 이와 관련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다.
의협도 정부 탄압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경찰은 이필수 회장의 사퇴로 비대위 체제였던 의협에 대해 지난해 3월 1일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복지부가 전공의 집단행동 교사 및 방조 혐의로 의협 관계자 5명을 고발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의협 관계자 5명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뤄졌고, 김택우 당시 의협 비대위원장(현 의협 회장), 박명하 당시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현 의협 상근부회장)은 3개월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후 8~9월에는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병원 전공의 대표들도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6월 의협이 주도했던 의사총궐기대회를 앞두고는 의협의 법인 해산도 가능하다는 위협까지 나왔다. 전병왕 당시 보건복지부 의료정책실장은 의협이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경우 조치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임원의 변경을 명령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인 해산도 가능하다”고 했다.
의협 대상 압수수색과 경찰 조사…의대생 휴학 승인 막고 제적 위협
정부는 일방적 정책 추진에 휴학으로 맞선 학생들의 자유도 억압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휴학계를 제출하자 일선 대학에 ‘동맹 휴학’은 휴학 승인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사실상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같은 해 10월 서울의대가 정부 기조를 거스르며 처음으로 휴학을 승인하자, 서울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지속되고 대학 총장들도 휴학 승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교육부는 결국 각 대학의 자율적 휴학 승인을 허용했다. 학생들의 휴학계 제출 8개월 만이었다.
학생들에 대한 위협은 이듬해도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 3월 학생들의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각 대학의 학칙에 따라 유급, 제적 등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학생들이 제출한 휴학계 수리를 막은 채 유급, 제적 등의 카드로 복귀를 종용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연세의대 학생 1명 등 총 2명의 의대생이 제적됐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윤석열 전 대통령,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복지부, 대통령실, 교육부
의대 '불인증' 우려에 의평원 노골적 압박…계엄포고령엔 '전공의 처단'
의대 교육을 평가∙인증하는 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에 대해서도 의정 갈등 초기부터 노골적인 압박이 이뤄졌다. 의평원이 대규모 의대증원에 따른 의학교육 질 저하 등을 이유로 일부 의대들에 대한 미인증 판정을 내릴 가능성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의평원을 의대 평가∙인증 인정기관으로 재지정하면서 전례 없는 조건을 달았다. 주요변화 평가계획서 평가, 중간평가를 포함한 평가∙인증의 기준, 방법 및 절차 등 변경 시 인정기관심의위원회에서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교육부는 의평원 이사회에서 의사 비율을 줄이고 소비자 단체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일본의 유사 기관들 역시 의사 중심이며 오히려 의평원이 이들 기관에 비해 이사회 구성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시도는 의평원을 정부 입맛에 맞게 운영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해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해당 개정안에는 인정기관 공백 시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 연장 등 의평원에 대한 인정기관 지정 취소를 염두에 두는 듯한 내용, 의대 불인증 판정의 1년 유예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 개정안에 대해선 국회 교육위 전문위원회도 고등교육법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실제 시행을 잠정 중단했지만, 이듬해 의평원의 증원 의대 대상 주요변화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재추진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계를 향한 탄압은 ‘계엄’으로 절정에 치달았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에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명시했다.
당시 전공의들은 ‘처단’이란 단어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다. 하지만 이후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해당 조항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헌재에서 포고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작성한 것이라며 당시 김 장관에게 “'전공의' 이거는 왜 집어넣느냐고 내가 웃으면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포고령의 해당 조항과 관련해 “직업의 자유를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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