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피습으로 엄지손가락 절단된 정형외과 의사, 앞으로 수술 못할 수 있는 상황에 통탄"
정형외과의사회 "의료인 폭행, 구속수사로 가중처벌하고 반의사불벌죄 적용하지 않아야"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진료 중 환자에게 피습당해 사망한 고(故) 임세원 교수 사건의 충격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또 한번 의사에 대한 피습사건이 발생했다. 환자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의사의 엄지손가락이 절단됐다. 피해의사는 향후 외과의사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통탄할 노릇이다. 보건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서울 노원구 종합병원 정형외과 교수의 진료 중 피습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50대 남성 환자가 진료실에 흉기를 숨기고 들어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체포됐다.
환자는 해당 의사에게 손가락 수술을 받은 이후에 산재 신청과 장애 등급 판정에 대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는 가슴으로 다가오는 흉기를 피하다가 엄지손가락이 절단됐고 다른 손가락도 상해를 입어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
정형외과의사회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보건의료인에 대한 폭력 사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의사들은 이제 환자가 위해를 가할까 무서워서 환자의 관상을 보면서 치료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할 정도”라고 밝혔다.
그동안 의료계가 병원 내 폭력 사태에 대한 대책 필요성을 호소해왔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인 폭행방지법'에 처벌조항이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 일선에서는 주취, 심신미약에 대한 고려 등의 이유로 벌금형이나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것이다.
정형외과의사회는 “반면 의사에 대한 불신과 법적인 규제는 점점 의사들의 목을 쥐고 있다. 과거에는 의사가 최선을 다했을 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상황들이 지금은 결과만을 가지고 과실치상, 과실치사 등 의사에게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에 의사들은 절망한다”라고 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환자가 의사에게 가하는 폭력의 많은 부분은 치료 결과나 보상에 대한 불만족일 것이다. 하지만 의사는 신이 아니며 의학은 완전하지 않다. 그저 인간이 밝혀내고 경험한 과학과 경험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때로는 좋지 못한 결과도 생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의사는 환자 치료결과가 좋지 않을 때 이에 대한 죄의식과 책임감을 숙명적으로 지니고 산다. 하지만 의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다고 이 사회가 의사에게 위해를 가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의사들은 직업적 자긍심과 전문가 집단에 대한 사회의 존중 속에서 일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의사가 하는 모든 치료행위에 대해 면제를 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의사가 선의의 의도를 가지고 치료를 했을 때 결과만을 가지고 불신하거나 법적인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가 교육받은 지식과 윤리대로 소신껏 치료 할 수 있는 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환자의 알 권리가 많이 강조되는 추세이며 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의사에게 쉽게 분노가 표출되는 상황을 보고 의사들은 절망한다. 이 사회가 과거보다 더 투명한 사회로 가는 것보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사회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에 정형외과의사회는 처벌 강화 등 네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심신미약이나 주취 등이라고 해도 관용없이 일벌백계 차원에서 처벌해야 하며, 단순 벌금형이 아닌 구속수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준해서 처벌해야 한다. 둘째, 의료인에 대한 폭력 사건에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의료인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는 응급실에만 국한할 것이 진료현장 전반에 적용돼야 한다. 넷째, 선의의 의도로 최선을 다했음에도 치료 결과만을 가지고 의사에게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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