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시누클레인(a-Synuclein)은 14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로,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보이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집합체 루이소체(Lewy Body) 원섬유(fibrils)의 주요 구조 성분이다.
파킨슨병을 포함해 루이소체를 형성하는 병들을 시누클레이노패티(synucleinopathies)라고 분류할 수 있는데,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y) 와 다계통위측증(multiple systemic atrophy) 등을 포함한다.
원래 신경 세포 사이 신호 전달을 돕는 것으로 추측되는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은 병적 상태에서 응집돼 뇌세포 안에 쌓여 불용성 원섬유를 형성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신경세포를 소실시켜 운동 및 인지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2015년 10월 파킨슨병 환자들의 눈이 번쩍 뜨이는 뉴스가 보도됐다. NBC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조지타운대(Georgetown University) 치매·파킨슨병 연구실 샤벨 모사 박사팀이 만성 백혈병 치료제인 닐로티닙(Nilotinib, 상품명: 타시그나(Tasigna))을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방법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조지타운대 연구팀은 파킨슨병과 루이소체 치매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소량의 닐로티닙을 6개월간 투약한 결과 10명이 운동능력을 회복하는 등 관련 증세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보통 만성 백혈병 치료에 쓰이는 닐로티닙의 용량은 하루 800mg이지만, 파킨슨병의 경우 150~300mg 투여만으로 효과를 나타내 항암제 용도에서처럼 과량 투여로 인한 부작용도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이러한 간단한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Michael J. Fox)가 기초한 마이클제이폭스재단(MJFF: Michael J. Fox Foundation)이 정식 임상실험에 나설 예정이라고 2016년 7월 발표했다.
2017년부터 시작되는 대규모 이중맹검 임상실험을 통과하면 파킨슨병·헌팅턴병은 물론 알츠하이머병·루이바디병 등으로 야기된 치매 증상 치료에도 획기적인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임상 연구의 바탕에는 c-Abl이라는 인산화효소가 알파시누클레인과 파킨(parkin)이라는 단백질을 인산화 시키는 것을 발견한 기초 연구가 있다. c-Abl에 의해 알파시누클레인 39번 위치의 타이로신(Tyr)이 인산화되면 단백질 분해 기작 문제로 알파시누클레인이 응집돼 세포 독성을 일으킨다,
한편, 이름만 보아도 파킨슨병과 연결된 파킨은 정상적으로는 불필요한 단백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c-Abl에 의해 인산화되면 불필요한 단백질을 제거하지 못하고 축적시킨다.
세포 수준에서의 실험뿐만 아니라 마우스 파킨슨병모델에서도 c-Abl을 없애(deletion) 버리면 알파시누클레인이 서로 엉키는 것을 저해하고 도파민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해 파킨슨병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보여줬다.
닐로티닙은 28알에 1만 달러(약 1,120만원) 정도로 비싸지만,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이라 앞으로 나올 다른 신약보다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닐로티닙에 비해 매일 장기간 복용시 더 안정적이며 무엇보다 혈뇌장벽(BBB)을 통과해 뇌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약물이 필요하고, 실제 이러한 약을 만드는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우리 나라에서도 만성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를 만든 일양약품과 스타트업 바이오텍인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가 이미 상당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전하고 좋은 후보물질을 빠르게 먼저 만들어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약이 우리 나라에서 먼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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