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보험소비자들이 실손보험사에 대해 질병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서 받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증식 치료 등에서 부당하게 횟수와 금액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질병은 특정 의료기관에서 진단을 받아야 보험금이 지급되거나 암 보험은 모호한 규정으로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모든 보험사가 지급하지 않는 외모개선이나 산후 질병도 보험 지급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소비자주권) 소비자법률센터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에서 영업 중인 14개 손해보험사의 의료손실보험상품 약관에 대한 전수 평가작업을 진행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국내에 14개의 국내외 손해보험회사들이 있으며 실손보험은 보험소비자들이 질병보험과 관련해 가장 많이 가입하고 있는 의료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2017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가구원이 한명이라도 있는 가구 비율이 86.9%로 나타났다. 가구원 중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가입자는 평균 2.7명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주권은 “의료손실보험은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2015년 현재 63.4%)로 보험소비자들이 보충형인 민간의료보험을 가입한다. 질병과 사고로 인한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가입하고 있다”라고 했다.
소비자 주권은 “질병이나 상해 관련 보험 약관의 모호한 규정으로 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에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라며 "소비자의 건강권을 위해 보험사의 자의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보험료를 지급해선 안 된다. 보험약관의 전반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치료 횟수와 금액 제한…특정 의료기관에서만 진단
소비자주권에 따르면 삼성화재해상보험, 농협손해보험, 메리츠화재보험, 현대해상보험 등 4개사는 질병의 치료목적으로 병원에 입원 또는 통원해 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증식치료 등을 받을 때 보험사가 횟수와 금액을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은 “보험사가 해당 치료들의 횟수를 합산해 50회까지 350만원 이내로 담당의사의 치료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제한한다”라며 “횟수를 초과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다”고 했다.
DB화재보험, ACE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더케손해보험,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6개 손해보험사는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치매 등 질병의 진단 확정을 해당 회사가 인정하는 의료기관에서만 내려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는 자신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이 아니라 보험사가 인정하는 의료기관을 통해 별도의 검사를 받아야 질병진단확정을 받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보험사가 선정하는 의료기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험금 지급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은 제3의 전문의가 발행한 소견에 따라 보험금이 결정되는 곳도 있다. 이는 DB화재보험, ACE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더케손해보험,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7개사에 해당한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들은 전문의에 대해 다양하게 알지 못해 보험사가 선정한 전문의를 따를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여러 곳에 같은 보험을 가입했을 경우 담당의사로부터 진단을 받았지만, 보험사마다 의학적 소견이 달라서 보험금 처리도 다르게 받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 주권은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았더라도 소견서를 작성하는 것이 법적으로 의료행위에 위반되는지 여부와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불이익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해상보험, NH농협손해보험, 메리츠화재보험 등 3개의 손보사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해입원, 상해통원, 질병입원, 질병통원에 대한 치료의 목적과 범위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주권은 “회사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 범위가 결정돼 소비자들과 보험금 지급 범위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존재한다”고 했다.
KB손해보험의 KB노후실손의료비보장보험은 보험소비자들이 요양병원에서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으면 보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있었다.
외모 개선 치료와 산후 질병 인정하지 않아
소비자주권은 14개 모든 손해보험사의 외모개선을 위한 치료의 범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비자주권은 “외모개선의 위한 치료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성형과 외모에 따라 심리적 압박에 다른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14개 보험사 모두 임신, 출산, 산후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은 “산후기간이 특정되지 않고 보험회사가 보장하는 지급사유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보험사별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동일한 질병이나 상해라도 보험료를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라며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에 따른 정부의 출산장려정책과 상반되는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특약(특별약관)이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가령 롯데손해보험의 더알찬 건강보험의 특약은 58개, 동부화재해상보험의 내생애첫건강보험은 57개, 더케이손해보험 가족사랑건강보험은 34개 등으로 나눠져 있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들은 대부분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고 특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보험 상품의 보장을 받을 수 없다”라며 “손보사는 특약을 광범위하게 나눠 보험료를 올리는 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암 보험 상품 규정의 모호함으로 분쟁 빈번
암 보관련 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7개의 손해보험사 DB화재보험, ACE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더케이손해보험,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암 치료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은 “해당 보험사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라는 관련 규정의 모호함과 불명확한 규정으로 소비자와의 보험금 관련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라며 ”보험사별로 약관을 다르게 해석해 보험금지급으로 인한 보험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주권은 “암보험 약관 규정상 구체적이고 상세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사례나 법원의 판례를 참조하는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암 진단에서 별도의 진단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까다롭다고 제시했다. 보험사의 암보험금을 지급받으려면 암보험 약관에서 정한 방법(‘암’, ‘기타피부암’ 또는 ‘갑상선암’의 ‘진단확정’)병리과나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자에 따라 조직검사, 미세바늘흡인검사 또는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한 암 진단을 받아야 한다.
소비자주권은 “진단시점은 ‘조직검사 시행일’이나 ‘진단서발급일’이 아니라 조직검사 보고서상 기재된 ‘조직검사결과보고일’로 인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여부와 보험금액이 결정된다”라고 했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는 이 절차를 밟지 않으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절차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라며 "보험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일부 의사들의 불공정한 의학적 판단이 우려된다”고 했다.
보험소비자들이 알 수 없는 의학, 검사, 법률용어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소비자주권은 ‘제자리암’ 또는 ‘경계성종양, 악성신생물, 대장 상피세포층, 악성종양층, 기저막, 점막고유층, 점막근층점막층’ 등에 대해 보험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로 꼽았다.
소비자주권은 “의료손실보험에서 보험 계약과 보험금 청구에서 의학용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소비자가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라며 “보험료 청구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용어를 인지하지 못해 보험을 청구를 하지 못하거나 지급을 거절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