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9.04 01:41최종 업데이트 24.09.0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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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선 교수 “응급의료 위기, 전공의 이탈 때문” vs 최안나 대변인 “정부 의도적으로 전공의 내쫓아”

“의대 증원 물꼬트기 위해 의대 증원 멈춰선 안돼”…“내년도 의사‧전문의 배출 ‘0’명, 의대생 7700명 교육 감당보다 입시 혼란이 나아”

사진=MBC 100분 토론 유튜브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MBC 100분 토론에서 현 응급의료 위기 상황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 원점 재검토는 안 된다는 주장과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현 상황을 멈추기 위해 전공의 복귀의 전제조건인 원점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맞부딪혔다.
 
이날 대표적인 의대 증원 찬성론자인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현 응급의료 위기의 원인이 전공의 이탈이라고 꼬집으며 의사단체는 증원 숫자가 몇 명인가와 상관없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의대 증원의 물꼬를 트기 위해 원점 재검토는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은 전공의들을 내쫓은 것은 강압적인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의사들을 악마화한 정부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으로 세계적 수준의 우리나라 의료가 후퇴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고,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도 현 사태에서는 현 정부가 반성이 필요하다며 다소 양보가 필요하다는 뉘앙스의 입장을 밝혔다.
 
현 정부 응급의료 위기 대책 ‘미봉책’ 공감대…군의관‧공보의 동원은 ‘폭탄 돌리기’ 비판도
 
4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이 '응급실 '비상'...위기의 K의료'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한 가운데 현 응급의료 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 대책에 대한 평가와 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열띤 논쟁이 이어졌다.
 
먼저 진행된 토론에서는 현 정부의 응급의료 위기 대책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잇따른 응급의료 위기설에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을 시작하고 응급의료 비상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추석 연휴 당직 병원을 늘리고, 진료 거부가 있을 시 처벌하겠다,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투입한다, 경증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할 경우 본인 부담금을 대폭 높이겠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정부 응급의료 대책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은 땜질식 임시방편이라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반 환자는 그냥 소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심근경색 증상일 수도 있고 머리 좀 어지러운데 뇌졸중일 수도 있다. 일반 국민은 알 수가 없다. 근데 돈 비싸게 할 테니까 오지 말라는 식의 대책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 대변인은 정부가 현 응급의료 위기가 기존의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2월 전에는 기피과 문제로 배후 진료가 안 돼서 감당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서울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환자를 못 받고 문을 닫는 경우는 전혀 없던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군의관, 공보의를 동원한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대책을 뻔뻔한 얼굴로 말하며 국민에게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며 “게다가 예년 명절보다 더 많은 개원의들이 문을 열게 진료를 명령하겠다고 하고 있다. 응급의료법에 관련 내용이 있지만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다. 현재가 전시 상황도 아니다. 전국 의사들은 지난 2월부터 당직을 서다 내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극한에 몰려 있는데 의사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너는 추석도 없고 일 안 하면 처벌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대책이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도 “20년 동안 정부가 폭탄 돌리기를 해왔다. 의대를 안 늘리고 한꺼번에 정원을 늘리다 보니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이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정부의 의지라든가 절박함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응급실 현장이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더라도 국민이 참기 힘들다”며 “10년 뒤 성과가 나타날 정책을 위해 당장 내가 죽을 수 있는 데 그걸 참겠느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통감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 정부의 대책도 비판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에게 돈을 더 줘도 응급실 문제가 해결되겠나. 군의관과 공보의 투여도 잠깐은 가능하겠지만 다 미봉책이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미봉책 정도가 아니라 개악이다”라며 “정부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이 난리를 쳤으면서 공보의, 군의관을 동원한다고 한다. 그러면 시골은 어떻게 되나. 폭탄 돌리기와 같은 것이다”라고 반발했다.
 
이 의원은 “정부도 의료비 낮추겠다고 국민에게 선전했지만 당장 응급실 의료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부터 시작해 정부는 모두 인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한번 재검토해보자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형선 교수 “의사 단체 의대 증원 무조건 반대…인원 조정은 가능하지만 원점 재검토 안 돼”
최안나 대변인 “입시 혼란?…당장 의사 배출 안 되고, 내년 7700명 의대생 교육보다 나아”

 
(왼쪽)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오른쪽)대한의사협회 최안나 대변인, 사진=MBC 100분 토론 유튜브 갈무리
 
토론은 결국 현 응급의료 사태가 터져 나오게 된 의대 정원 증원 정책으로 이어졌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현재 응급의료 상황이 안타깝다면, 우선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를 봐야 한다. 일단은 전공의들이 현장을 벗어나 남아 있는 의사, 교수들이 피곤한 것이 아니냐”며 “일차적으로 현 상황을 만든 직접적인 원인은 전공의들의 이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안나 대변인은 전공의들이 이탈한 원인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가 의도적으로 전공의들을 내쫓았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정부는 2월 6일 민방위복을 입고 사직 금지 명령을 내렸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하면서 의료계를 자극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의사 다 떠나면 전세기로 환자를 옮겨 치료하겠다고 하는 등 정부가 의사들을 악마화했다”며 “그래서 전공의들이 미래를 포기하고 개별적 사직을 하고 다 떠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지난 정부는 2000명이 아닌 300명을 늘린다고 했는데 의료계는 같은 반응이었다”며 “현 정부와 친하진 않지만, 의대 정원 증원을 지지하는 이유는 의대 증원이 의사 단체의 반대 때문에 진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증원 자체에 대한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핵심은 의료계가 의대 정원을 원상대로 복귀하고 원점 재논의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인원 조정은 가능하지만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 정부는 행정적으로 대학 입시가 시작됐기 때문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최 대변인은 “당장 전공의 미복귀자는 92%이다. 이미 의료공백은 붕괴되고 있고 내년에 전공의들이 안 돌아오면 의사 3000명이 미배출되는 것이고, 전문의도 3000명이 안되는 것이다. 10년, 15년 후 의사 공백을 막기 위해 당장 국민이 누려온 세계 최고 수준의 접근성 좋은 값싼 의료를 다 부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한 현 상황은 해결이 안 된다. 그런데 전공의들에게 그냥 돌아오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당장 국민 생명을 위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부터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 정부는 입시 요강이 이미 발표됐고, 입시 정책 문제로 2025학년도는 재논의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최 대변인은 “입시 혼란도 있겠지만 내년에 의사들이 3000명 배출 안 되고, 전문의 3000명이 안나와 한 해에 7700명의 의대생을 가르쳐야 하는 의대의 혼란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언주 의원도 “현재 정부 정책으로 국민들의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의도가 뭐든 대통령의 자존심보다 국민 생명이 중요하겠나”라며 “일단은 사과하고 실패를 인정하고 이 문제에 대해 천천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을 밀어붙여 난리법석을 떠는 것 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이렇게 무식하게 처리하는 정부를 보면 독재지 민주주의 국가의 형태가 아니다. 의사가 무슨 강제 처분의 대상이냐”라고 꼬집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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