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 줄이려면 ALT 기준 삭제하고 과감하게 치료 범위 확대해야"
임영석 교수팀, ATTENTION 연구서 TAF 조기 치료의 유효성 확인…연령·바이러스 역가만으로 치료 결정 필요
사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현재 만성 B형간염 치료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너무 복잡해 간암 예방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간소화된 치료 알고리듬을 바탕으로 ALT 수치와 관계없이 B형간염 바이러스(HBV DNA) 역가가 1만 IU/mL 이상인 30세 이상 성인 환자를 모두 치료해 회색지대를 해소하면, 향후 15년 동안 한국에서 간암 발생을 크게 줄임으로써 오히려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가 2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2025 간염 아카데미에서 '국내 B형간염 치료의 미충족 수요와 조기치료의 중요성 - ATTENTION 연구의 임상적 의미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임 교수는 "1990년대 초반부터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신생아 B형간염 예방 접종을 시행한 결과 30세 이하 연령층에서 B형간염 위험은 거의 없지만, 그 이전 출생자들은 백신의 혜택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B형간염 유병률이 여전히 높다. 문제는 B형간염에서 간암이 되는 최대 호발 연령이 60대 초반이라는 점이다. 단순 계산을 해도 앞으로 25년 정도는 우리 사회에서 B형 간염에 의해 간암이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간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2차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는 B형간염 진단율이 85%로 환자 대부분이 발굴돼 있다. 게다가 환자가 의사의 처방을 수용하는 비율도 67%로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당뇨병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러나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21%뿐으로, 처방 기준에 미치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복잡한 치료 기준을 단순하게 모식화해 치료에 대한 허들을 낮추면 간암 발생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B형간염 치료 기준이 복잡한 이유는 과거 치료제가 처음 개발 됐을 때 내성 발생률이 높고, 효과가 낮아 사용 기준을 엄격히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내성이 발생하지 않고, 사용하면 1년 이내 바이러스가 혈액에서 거의 다 사라지는 효과가 뛰어난 약제가 개발됐지만, 25년 전의 철학과 기준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B형간염 치료 개시 기준을 단순화해야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어떻게 단순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가이드라인이 가장 급진적인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30세 이상이면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e항원(HBeAg), 간섬유화, ALT 수치에 관계 없이 무조건 치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약값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수 있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방안이다.
임 교수는 미충족 수요가 높은 환자군으로 바이러스 역가가 높아 간암 발생 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ALT 수치가 낮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를 꼽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B형간염으로 간암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가 진단 시 B형간염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었던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나머지 환자는 간암이 발생할 때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 교수는 "ALT 수치가 정상임에도 조직 검사 결과 20~40%는 이미 진행된 간 섬유화가 있었고, 30~60%에서 유의한 간 염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ALT를 기준에서 삭제하고 대체 기준으로 연령과 바이러스 역가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러스 역가가 중간 단계인 환자는 즉시 치료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역가가 높은 환자는 결국 중간 단계 범위의 역가로 이행할텐데, 이행 후 치료를 시작하면 약을 평생 먹는다 하더라도 높은 간암 발생 위험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따라서 바이러스 역가가 높은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반대로 바이러스 역가가 낮은 환자는 역가가 자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통해 바이러스 역가가 높아질 기미가 보이면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고 바이러스 역가, 중간 바이러스 역가, 저 바이러스 역가 3단계로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면 된다. 그러면 면역 관용기, 면역 활동기, 면역 비활동기라는 용어를 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팀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환자중심 의료기술 체적화 연구사업단(PACEN) 지원을 통해 세계 최초로 TAF 조기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평가하는 ATTENTION 연구를 진행했다. 대만 연구팀과 공동으로 간경변증이 없고, 치료 경험이 없으며, 바이러스 역가는 높지만 ALT 수치는 치료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현재 치료를 할 수 없는 40~80세 만성B형간염 환자 780명을 모집했다. 무작위 배정을 통해 한 그룹은 TAF 제제인 베믈리디(성분명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헤미푸마르산염)를, 나머지 그룹은 위약을 투여했다.
중간 결과 4년 관찰했을 때 비치료군에서는 총 9명에서 주요 임상 결과가 발생했는데, 간암 발생자는 7명이었다. 반면 치료군에서는 2명에서만 간암이 발생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ALT가 완전 정상이었던 환자만 분석했을 때나, 1년 이내 간암이 발생한 환자를 제외하고 분석했을 때도 두 그룹 간 차이는 유의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PACEN의 후속 사업에 선정되면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임 교수는 "과거 관찰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확대로 감소하는 질병 부담을 계산했을 때, ALT 수치를 제외하고 바이러스 역가 2000IU/mL 이상의 기준만 남긴다면 2035년까지 한국에서 HCC 4만3300건을 예방하고 3만700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형간염 치료제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환자가 더 오래 생존하며 생산활동을 하고, 간암에 걸리지 않고, 간이식을 받지 않는 것 등으로 인해 사회가 부담하는 전체 비용은 줄어든다"면서 "결론적으로 바이러스 역가가 1만IU/mL 이상인 30세 이상 성인 B형간염 환자는 모두 다 치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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