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00명' 증원 문제 없지만 제도화되지 않은 추계 과정으로 사회적 갈등·비용 커…"의협 참여해 의견 개진해야"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한 의료인력 수급추계 전문위원회와 직역별 자문위원회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의료계가 지적한 수급 추계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의 의견 배제, 과학적 근거 부족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면서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에 의료개혁특위 참여해 의료인력 수급추계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20일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서울본관브리핑실에서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대표자가 빠진채 진행중인 제4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브리핑을 진행하고 이같이 밝혔다.
의료인력 수급추계 전문위, 직역별 자문위 설치…장관급 정책의사결정기구서 결정
이날 회의에서는 현재 의료대란의 원인이 된 의대 정원 증원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료인력 수급추계 및 조정 시스템 구축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노 위원장은 "오늘 핵심 의제로 집중 논의된 것은 의료인력 수급추계와 조정시스템 구축 방향"이라며 "초고령사회 의료 수요 충족과 필수·지역의료 강화에 필요한 적정 규모 의료인력을 적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인력 수급체계와 조정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간 필요에 따라 연구 추계를 실시함으로써 이해관계가 첨예한 보건의료 분야의 특성상 수급체계 결과 및 이에 따른 인력 수급 정책 자체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에 의료개혁특위는 의료인력 정책 선진화의 첫걸음으로 수급추계와 인력 양성 규모 조정 등을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체계화해 인력 수급 정책의 합리성과 사회적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에 의료개혁특위는 앞으로 추계의 근거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별도의 수급추계 전문위원회와 그 근거 마련을 지원할 전문기관을 구축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노 위원장은 "이를 통해 과학적 추계 결과를 도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장관급 정책의사결정기구에서 대학 정원을 포함한 인력수급 정책을 논의하는 이원적 의사결정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위원회 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의료개혁특위는 또 보건의료 직역별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의 의견도 수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노 위원장은 "의료개혁특위는 오늘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인력 수급추계 및 조정시스템 구축 방안을 9월까지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라며 "논의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합리적 반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의사협회 등의 적극적 의견 개진과 논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정부, 2025학년도 2000명 증원은 '과학적 추계'…수급추계기구 가동 시기는 "의협 참여해야"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지난 2월 의대 정원 계획이 발표된 이후 뒤늦게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를 구축하는 데 대한 비판과 더불어 내년부터 다시 2000면 증원하기로 한 의대 증원 계획이 내년부터는 해당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변경되는 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노 위원장은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급추계와 조정 기전을 추후에 마련하겠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등의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추계에 대한 사회적인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수급추계 논의 구조와 절차를 보다 체계적으로 제도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발표된 증원 정책이 철회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그동안 과학적인 추계에도 불구하고 의협 등 의료계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래서 시작 단계에서부터 의료계 직역단체와 논의가 중요하다고 보이나 현재 의협 등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의협이 논의에 참여한다면 추계 조정 방식, 거버넌스 구성 방식 등 구체적 논의를 발전시켜 논의기구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대학별로 배분돼 대학 입시 시행계획에 반영됐기에, 오늘 논의된 방식을 내년 정원에 적용하긴 어렵다"며 "새로운 방식이 적용되는 시점은 논의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책기관 연구 결과에 기반한 의사인력 수급 추계가 사회적 갈등이 크다는 지적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정책 결정 기구를 만든 것은 정부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과정에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었음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그렇지 않다"며 "이번에 의대 정원 증원 과정에서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을 포함한 3곳 연구자들의 수급 추계 결과를 기반으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검토했다. 또 증원 과정에서 의료계를 포함한 사회적 의견 수렴 과정도 굉장히 많이 거쳤다. 의료현안협의체만 하더라도 28차례를 거쳤고, 또 사회적 논의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여 차례 이상 되는 의견 수렴 과정을 1년 이상 거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수급 추계 등이 필요에 따라 제도화되지 않은 기구를 통해 연구가 되고 의견 수렴이 되다보니 사회적 갈등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사회적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며 "앞으로 추계 모형을 제도화하자는 차원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수급추계전문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질문에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일본은 병원계와 의료계 과반수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직종별 자문위원회에는 직역 대표, 전문가가 과반수 이상 참여하게 해서 일본처럼 직역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수급추계전문위원회는 보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것을 다루는 곳이기에 수요자와 전문가가 균형있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고자 한다"고 답했다.
의료개혁 재정 획기적으로 투입…"내년도 정부 예산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
한편, 이날 위원회는 의료개혁 재정투자 방향과 의료개혁에서 국민 참여 방안도 논의했다.
노 위원장은 "오늘 특위에서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고 인력 양성부터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까지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국가책무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국가재정의 적극적 역할 강화가 매우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위원회는 ▲의학교육 지원 및 전공의 수련체계 개혁 ▲암·심뇌혈관질환·소아·분만 필수의료 분야 인력 확충 ▲지열완경 의료체계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획기적인 재정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
노 위원장은 "안정적이고 탄력적인 재정 지원을 뒷밤침할 수 있도록 지역의료 발전기금 신설을 추진한다"며 "내년도 정부 예산에 이 같은 논의 결과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필수의료 특별회계, 지역의료발전기금 등 필수·지역의료에 대한 안정적·재정지원 체계가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근거법 제정에도 힘을 모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위원회는 또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 건강보험 재정투자와 관련해 투자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난도·중증·응급·기피 시간·기피 지역 등 다섯 가지 우선순위를 고려해 선별 집중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위원회 내 공감대를 형성했다.
더 나아가 행위량이 아닌 국민 건강개선 결과에 따라 보상하는 건강보험 지불 보상체계 혁신도 함께 추진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위원회는 국민 참여 의료개혁을 위한 참여·소통 활성화, 의료 이용 문화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도 올해 8월부터 본격 확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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