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14 07:18최종 업데이트 24.05.1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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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2000명, 입맛 맞는 자료만 발췌하고 실사도 요식 행위"

전의교협∙대한의학회 등 보고서 통해 정부 주장 조목조목 반박…"정부 근거 자료 부적합하고 추진 과정도 위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가 주장하는 의사수 1만5000명 부족과 의대증원 2000명 추진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의학회, 한국보건정보통계학회는 13일 의사수 1만5000명 부족 근거자료의 비판적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먼저 정부가 의대증원 근거로 제시한 3개 보고서의 주요 가정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고려대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 서울의대 홍윤철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연구위원의 보고서를 의대증원 2000명의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 제시 3개 보고서 가정 비현실적…공정한 보고서로 보기 어려워
 
전의교협은 “미래 의사수 규모의 추계는 특정한 가정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정의 선택에 따라 2035년에 1만명 부족이 아니라 3만명 의사수 부족이라는 추계도 가능하다”며 “반대로 의사수 과잉이 추계될 수도 있다. 실제 한 보고서에 따르면 1만5866명 의사과잉이 추계됐다”고 했다.
 
이어 “3대 근거보고서의 주요 가정은 비현실적이라 정부 정책 결정의 주요 근거로 인용되기에는 부적합하다”며 향후 국민건강보험 재정 및 GDP 등의 경제적 요소 미반영, 닥터쇼핑이 유행인 한국 현실 미반영, 의료공급 추계 가정에서 의사 연간 근무일수 265일로 가정, 노동참여 결정 요인 미반영, 의사인력 생산성 향상 미반영 등을 문제 삼았다.
 
전의교협은 또 “정부가 주장하는 3대 근거 보고서와 그 외 보고서들의 대부분 저자는 직∙간접적으로 정부와 관련된 인물들로서 제3자의 공정한 보고서라 보기 힘들다”며 “또한 정부는 3대 보고서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부의 입맛에 맞는 자료만 의도적으로 발췌해 2025년 2000명 의대증원 근거로 인용했다”고 덧붙였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현재 비수도권 지방 중심으로 의사 5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계된다고 한 데 대해서는 “의사수 부족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의미한다”며 “수도권 6600병상 증가가 현실화할 경우 지역의료 붕괴는 가속화하고, 연간 2조 5800억원의 추가 요양급여 증가가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전의교협은 2000명 증원이 교육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부산의대의 예시를 들었다.
 
전의교협은 “부산대는 2025학년도 의대정원을 75명 증가한 200명으로 배정받았다”며 “교육기본시설 및 교육지원시설이 모두 125명으로 맞춰져 있어 75명 증원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과다인원으로 인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고 했다.
 
이어 “의대교육 과정은 일반대학의 수업방법, 평가방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갑작스런 정원 변경은 교육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킨다”며 “10% 이상 증원으로 인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폐과될 수 있다”고 했다.

의대증원 일방 추진은 의정합의 위배…배정 과정은 더 불투명
 
이들은 2000명 증원 결정과 학교별 배정 과정에서 절차적으로도 위법한 부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보건의료에 관한 인력, 시설, 물자 등 보건의료자원과 관련해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지난 2000년 관련 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수립한 적이 없으며, 의대정원은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하되 일방 추진하지 않기로 한 2020년 9.4 의정합의도 어겼다는 것이다.
 
이에 전의교협은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와 증원 규모에 대한 협의는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채 기망과 협의체 무력화, 그리고 스스로도 기초 조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힌 대학 수요조사라는 비과학적 방법에서 도출된 2000명 여론 몰이에 매진해 현 사태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의대증원 규모를 처음 언급한 것이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지난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라는 점을 언급하며 “당시 회의록이 정부가 제출한 유일한 회의록이다. 2000명이라는 숫자를 처음 들은 일부 위원들의 경악하는 반응이 그대로 기록돼 있다. 의료계 및 환자 소비자단체, 전문가, 지자체 등과 다양한 수단으로 적극 소통했다는 건 기망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전의교협은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는) 3월 14일 구성돼 15일 첫 회의를 개최한 후 총 3차례에 걸쳐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고, 5일만인 3월 20일 대학별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며 “배정위원회는 위원 구성, 결정 과정 도출 회의록 등이 모두 비공개인 상황이어서 2000명 증원 과정보다 더 불투명하게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정원 배분 전 실시한 의학교육점검 총체적 부실
 
정부가 정원 배분 결정에 앞서 실시한 의학교육 점검 역시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정부는 14개 대학에 대해서만 현장실사를 나머지 대학에 대해서는 비대면 점검을 실시했다.
 
전의교협은 “정부의 답변서에는 마치 40개 의대 전부 현장점검까지 마친 것처럼 중의적으로 기술했으며, 40개 의대가 증원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기술돼 있다”며 “하지만 임의적으로 14개 대학만 현장 점검을 한 것은 부적절 평가 결과를 도출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답변서에 있는 실사 일정을 보면 하루에 1개소, 많게는 2개소 실사를 했다”며 “한 개소의 의대 인증 평가에도 4일이 걸리는데 70%의 증원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하루 혹은 반일에 현장 실사를 마친 것은 부실 실사임이 틀림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대학 의대정원 증원에 맞춰 교수들이 의평원의 평가항목을 적용해 평가해본 결과, 연세대 분교와 인제대를 제외한 30개 대학에서 의평원 인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정부의 점검은 이미 결정한 의대증원 2000명의 배분을 위한 요식 행위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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