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9.23 13:52최종 업데이트 24.09.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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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의사' 명단 만든 사직 전공의 '스토킹' 혐의로 구속…강력 처벌vs정치 재판 분분

신상 공개로 진료 복귀 방해, 응급의료 마비에 일조해 처벌 주장…과잉금지 원칙 위반, 의료계 압박 위한 무리한 '정치재판' 비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으로 복귀 전공의 등의 명단을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가 구속된 것을 놓고 합당한 수사라는 의견과 정치 재판이라는 비판이 맞 부딪히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사직 전공의 정 모 씨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심문을 받은 직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됐다.

현재 관련 범죄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45명 중 32명이 경찰에 송치됐으며,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명예훼손, 모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이다.

정 씨는 지난 7월 의사‧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수련병원에 복귀한 의사 이름과 소속 병원, 학과 등 신상 정보를 담은 명단을 공개한 혐의를 받는다.

정부, 복귀 의사 신상 공개는 '진료 복귀 방해'…"강력한 수사, 처벌 필요" 주장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응급의료 일일 브리핑을 통해 처음으로 해당 사건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부는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 진료에 임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악의적으로 배포하는 행위에 엄단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복지부 수사 의뢰에 따라 의사 집단행동 초기부터 현장에서 근무하고자 하는 의사 명단을 공개해 진료 복귀를 방해하거나 모욕, 협박하는 행위에 대해 수사해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 측은 정 씨가 특정 개인을 스토킹하는 것을 넘어 현재 응급의료를 지키고 있는 의사들을 비난하고 이들이 진료를 지속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한 법무법인 미션의 김성훈 변호사는 특정인의 개인정보나 위치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올리는 행위도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 행위로 규정돼 있기에 처벌이 가능하다며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어찌 보면 국민 인식에서 가장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가 아닐까 싶다. 물론 집단행동의 필요성과 이유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들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응급의료, 필수의료 현장을 지켜야만 하고 또 지키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사회가 돌아가고 국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데 그들에 대해 조직적인 괴롭힘과 인격을 말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피해자 중에서는 대인기피증을 겪고 있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현장을 지키는 분들이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사법 적용을 통해 강력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특정 개인을 스토킹하는 것을 넘어서서 집단적으로 현재 응급의료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마비시킴으로써 사회적인 해악이 굉장히 크기에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개인정보보호법→스토킹처벌법 혐의 전환, 무리한 경찰조사 출석 요구…의료계 압박 위한 '정치재판' 비판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 씨에 대한 구속 수사가 '정치 재판'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정 씨가 의사 커뮤니티에 경찰 수사 과정에서 본인이 겪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 올린 글에 따르면 정 씨는 수사 초기부터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에 3차례 연속으로 응하지 않으면 구속 수사로 전환된다며 압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경찰조사 출석요구를 3차례 가량 거절할 시 구속수사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구속 수사를 의도한 것처럼 정 씨에게 3일 연속으로 3차례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 A씨는 "스토킹 범죄의 경우, 극심한 스토킹 혐의를 받으면 구속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 사건은 이미 리스트 작성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경찰이 증거 인멸을 이유로 구속 수사로 전환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인다. 초반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었던 혐의가 바뀐 것은 아무래도 구속 수사하기에는 애매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 갈등에서 국민 불만이 커지니 보여주기식으로 구속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A씨는 "무엇보다 피의자도 변호받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여유도 주지 않고 3일 연속 경찰조사를 요구하며 구속 수사하겠다고 한 것은 구속을 통해 의료계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 B씨는 "최근 데이트 폭력 등 사회적 문제가 커지면서 법원이 스토킹처벌법을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 해당 사건이 초기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변경된 것은 경찰이 공 들여 수사하며 애초 설계할 때부터 구속 수사를 의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해당 전공의가 실제로 그 행위를 한 것의 법 위반 유무를 떠나 애초부터 수사기관이 구속이라는 목적을 갖고 의도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씨는 현재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이유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의사회, 경기도의사회, 전라북도의사회, 경상북도의사회 등 의료계도 성명서를 통해 해당 구속 수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당사자의 신고가 우선돼야 하는 스토킹 처벌법으로 정 씨가 구속수사된 것,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의 구속은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법무법인 찬종의 이병철 변호사는 "구속 전공의의 행위는 실질적인 의도가 권력의 폭압에 저항하려는 것으로, 설사 개인정보 누출 등 형식적인 일부 위법이 있다하더라도 윤 정부의 독재에 비하면 세발의 피에 불가하다"며 "이번 전공의 구속 수사는 정치재판"이라고 반발했다.

한편, 스토킹처벌법과 관련된 양형기준에 따르면 △범행의 수단과 방법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경우나 고도의 지능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범행한 경우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장기간에 걸쳐 범행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혐오 또는 증오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 등 여러 가중요소가 중첩될 경우 가중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고, 이 경우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만 최대 2년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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