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08 14:55최종 업데이트 23.02.0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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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의사 많은 영국의 의료 붕괴 위기 왜?…“공공의료 상징 ‘NHS’ 한계 드러나”

수술 위해 18개월 이상 대기…공공의 방만한 경영, 비효율로 인해 NHS 파산 위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공공의료의 상징인 영국의 ‘NHS’가 파산 위기에 처하며 영국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진료가 무료인 동네의원에 진료 예약이 안 돼 환자 4명에 한 명꼴로 스스로 의료적 처치를 하거나 약을 먹고 참는 일은 물론 수술을 위해 18개월 이상 대기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영국의 1000명 당 의사 숫자는 3.0명으로 우리나라 2.5명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그 원인이 의사인력 부족보다는 공공 의료의 고질적인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의료서비스가 사실상 마비됐다.
 
영국 국민건강서비스 NHS(National Health Service, NHS)는 모든 국민의 질병을 국가가 100% 책임지는 제도로 영국이 자랑해 마지않았던 제도였다. 이에 따라 영국은 응급 상황 외에는 지정된 공공 동네의원 소속 가정의(GP)에게 무상의료를 제공했고, 철저한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의료체계를 통제했다.
 
하지만 NHS는 1946년 탄생한 이후 1980년대 초반부터 전 국민 무상의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허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부터 적자를 면치 못함에 따라 돈을 아끼기 위해 꼭 필요한 수술이나 처치가 아니면 제공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해 왔다.
 
하지만 모든 병원이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공공병원’이다 보니 의료서비스의 질, 효율성 등에 대한 개선이 쉽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모든 국민에게 무료로 코로나 백신을 제공하고 중증 감염환자를 치료하면서 NHS 재정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계속되는 만성 적자와 노령인구 급증, 정부의 관련 예산 축소 등으로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영국의 의료 시스템은 붕괴 직전에 있다.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성인 19%가 동네의원에 갈 수 없어 응급실을 찾고 있고, 16%는 스스로 의료적 처치를 하거나 의료전문가가 아닌 이들에게 처치를 부탁하고 있다.
 
영국 간호사들과 응급대원 등의 파업도 지난해 12월에 이어 2월에는 전국적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2022년 12월 44개 지역에서 2023년 1월 55개 지역, 2월 73개 지역으로 파업이 확대됐다. 역사상 가장 큰 파업의 원인은 초과근로수당 등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국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평균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갈 수 있으며, 고관절 교체처럼 응급이 아니지만 의료적 처치를 앓는 환자들은 18개월 이상을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약 5만7000명의 사람들이 "잠재적 피해"를 경험했으며, 그중 6000명은 12월에 "심각한 피해"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보건사회복지부도 2년 동안 141억 파운드의 재정을 투입하고 병원 및 병상 확대 등의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가디언은 2023년에도 NHS의 대기자 명단은 줄어들기 힘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나이절 에드워즈 전 NHS 처장은 “평생 NHS에 헌신했지만 의료시스템 전체가 이처럼 엄청난 위기에 내몰린 건 처음 본다”면서 “‘값싼 의료비’만 추구하느라 효율성과 적절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포기했던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고 반성하기도 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과거 복지병이라고도 불렸던 전형적인 영국병”이라고 지적했다.
 
‘영국병’은 고복지, 고비용, 저효율로 인해 과거 1960~70년대 영국이 겪었던 경기침체 당시 영국 사회 전반의 무기력한 분위기를 의미하는 말이다.
 
우 소장은 “영국은 우리나라보다 1000명 당 의사 수도 많지만,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영국보다 의사 수가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5분 거리 병원에서 언제 어디서든 의사를 만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의사인력 증원에 대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의사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무엇보다 “공공의료가 부패하면 해법이 없다. 민간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가 개입이 가능한데, 공공은 그 자체가 국가이기 때문에 해법이 없다. 따라서 민간을 개혁하는 것에 비해 수십배는 힘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영국의 사태는 공공의료의 최악의 문제들이 다 드러났다. 영국 의사들은 65년 정년 후에 국가로부터 상당한 연금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공공병원은 고난도 고위험 중증환자를 꺼리고 방만하게 운영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일부 지방 의료원의 방만한 경영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우 소장은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90%의 민간의료기관과 10%의 공공의료기관으로 이상적인 시스템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를 민간이 제공하면서 자유 경쟁에 의해 질이 높아지는 구조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구조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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