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16 19:39최종 업데이트 26.09.1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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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가 본 의료분쟁조정법…"12대 중과실 모호, 의사·환자 모두 불만생길 것"

비난 가능성 적어도 중과실 형식만 해당되면 오히려 사법부 판단과 별개로 의사 기소 쉬워질 수 있어

대한의사협회의료배상공제조합이 주최한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한 문제점 제시 및 개선방안 모색 국회공청회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현직 판사가 의료분쟁조정법에서 '12대 중대한 의료과실' 개념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형식'이라고 지칭하며 의료인과 환자 모두 불만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수원고등법원 황용남 판사는 16일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한 문제점 제시 및 개선방안 모색 국회공청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은 중대한 의료과실 12개 유형을 직접 정의하고 이를 형사특례의 예외사유로 사용하고 있다"며 "개념의 내용을 아예 법률로 확정해버린 것인데 이는 국내외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형식"이라고 운을 뗐다. 

황 판사는 "비교할 선례가 없는 탓에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예측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불확실성은 의료인과 환자 측 모두에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불만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용남 판사에 따르면, 우선 의료인 관점에선 개별 사안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열거된 중과실 형식에 해당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예외사유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환자 관점에선 12개 유형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으면 아무리 사안이 심각해도 중과실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구조를 수용해야 한다. 

그는 "개정안 시행 직후부터 12개의 유형을 규정하는 문구 하나하나가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개정 의료분쟁조정법, 나아가 형사특례 조항 자체에 위헌성 논란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럽다. 대안으로 종합 고려 조항을 신설하거나 진료과목별 전문위원 의견 청취 의무화 등에 찬성한다"고 전했다. 
 
수원고등법원 황용남 판사.


한편 이날 공청회에선 형사특례 조항이 오히려 의료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세대학교 서종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안이 중과실이 아니면서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 검사가 기소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취지라 하더라도, 반대로 중과실로 분류된 사건은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며 "법률이 특정 행위를 중과실로 규정하면 검찰이 이를 기소 판단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의료과실 여부와 입증 정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했지만, 개정안으로 인해 법률상 중과실 유형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소가 쉬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설명의무 위반을 중과실 판단과 연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설명의무는 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와 관련된 문제로 다뤄져 왔는데, 이를 곧바로 생명·신체에 대한 중대한 과실로 연결하면 법익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다.

서 교수는 “설명의무 위반이 곧바로 신체 침해에 대한 중과실로 연결되는 구조는 위험하다”며 “설명을 했는지, 충분히 설명했는지, 환자가 어떤 내용을 이해했는지를 두고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종희 교수는 한국 의료체계의 구조적 모순으로 낮게 통제된 수가, 사실상 진료거부가 어려운 구조, 의료진 개인에게 귀속되는 과실 책임을 꼽았다.

그는 “고위험이든 저위험이든 환자를 받아야 하는 의무가 있고, 수가는 통제되며, 여기에 책임보험 가입을 통해 개인 책임 구조까지 유지되고 있다”며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고위험 필수의료에 맞지 않는 규제의 트릴레마”라고 표현했다.

이어 “고위험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사회 전체가 위험을 분산하고 부담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의료분쟁조정법 안에서 의사의 개인 책임을 조정하는 방식만으로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또한 "우선 중과실 판단에서 특정 행위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도록, 의료진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과 의료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을 시행령에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한영규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외부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을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현장의 이견과 예상되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하위법령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대한 과실에 대한 부분과 고위험 필수 행위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해 대한의학회 등을 중심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해 범위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협의체 논의를 이어가며 정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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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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