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목공인 A씨는 지난 2016년 7월 29일 장청소약을 구입하기 위해 충청남도 공주에 있는 한 약국에 방문했다. A씨는 약사 B씨에게 장청소약을 구입하면서 별다른 복약지도 없이 의약품 2병을 건네 받았다.
집으로 돌아와 2병을 모두 복용한 A씨는 갑자기 복부에 쑤시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응급실로 후송됐다. A씨가 복용한 약은 장청소약이 아니라 모기기피제였던 것이다. A씨는 4일간 응급실 치료비 17만710원, 입원치료비 120만6080원 등 총 137만6790원을 지출했다.
A씨는 약사 B씨와 약국에서 의약품 사고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화재종합공제계약을 체결한 C사에 1837만6790원(치료비 137만6790원 + 일실수입 1200만원 + 위자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약사 B씨와 C사는 손해배상채무를 9만5742원 초과하지 않는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은 지난 6월 27일 "약사인 원고 B씨는 환자인 피고 A씨가 요청하는 약을 교부함에 있어 피고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며 "피고가 요청한 장청소약이 아닌 모기기피제를 잘못 교부하고 복약지도를 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 B씨는 피고에게 잘못 교부된 모기기피제를 복용함으로써 피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 C사도 화재종합공제계약에 따라 원고 B씨와 공동으로 피고에게 위와 같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 A씨가 복용한 모기기피제의 포장에는 ‘모기, 털진드기의 기피제’라고 기재돼 있다"며 "해당 모기기피제의 뚜껑을 열면 피부에 바르는 용도인 롤러가 있으므로 섭취하는 약이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고는 포장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치아로 롤러를 뜯어낸 다음 이를 복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따라 원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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