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8.02 02:48최종 업데이트 24.08.0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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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968년 도쿄의대 무기한 농성으로 다음해 입시 중지...복원에만 20년 걸려"

관서외국어대 장부승 교수 "의대생 무기한 수업 거부, 사실상 의학교육 파행…2025학년도 신입생 뽑을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전공의, 의대생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이미 정해진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은 되돌릴 수 없다며 신입생 모집을 강행하고 있어 부실교육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의대생들은 정원의 약 95% 정도가 지난 2월 중순부터 무기한으로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이웃 나라 일본은 도쿄대 의학부생의 무기한 농성으로 이듬해 도쿄대가 입시를 포기해 1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일본 관서외국어대학 장부승 교수는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마련한 '비상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에 우려를 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1학기 교과목을 정상 이수하지 못한 의대생들을 진급시키기 위해 교육과정 및 평가를 학년 단위로 전환해 유급 결정 시기를 내년 2월로 늦추고, 1학기 F학점을 받아도 2학기에 수업을 몰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장 교수는 "정부가 각종 편법을 동원해 억지로라도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을 진급시키겠다면 할 수야 있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것처럼 일거에 학생 수를 늘리고 기존 학생들까지 사실상 1년간 공부를 못한 상황에서 내년도 수업은 현실적으로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의대생들이 정부 의도대로 진급이 되더라도 1년 수업이 날아간 상황에서 이들이 양질의 의사로 양성될 수 있을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신입생 교육도 마찬가지다. 장 교수는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급은 보통 담임교사 1인당 20명 내외의 학생으로 구성되는데, 이를 일시에 80명으로 늘린다면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수업 운영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교육의 질이 극도로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아마도 과거 1950년대, 60년대에는 한 학급에 100명씩 가르치던 시절도 있다고 주장할 것 같은데, 이는 역사를 반세기 과거로 되돌리는 '반동적' 발상"이라며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올랐다는 대한민국의 교육 환경이 왜 갑자기 세계 최빈국이던 시절로 돌아가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충북의대는 현재 정원 49명에서 내년도 정원이 12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만약 현 49명이 집단으로 유급 될 경우 예과 1학년은 175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장 교수는 "억지로 교실에 사람을 구겨 넣듯이 해서 학생을 받겠다고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과연 교수들이 순순히 동조할지 의문이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 역시 이런 엉터리 교실의 실상을 스스로 목격하는 순간 격렬히 반대할 것이다"라며 "국민들 역시 이런 엉터리 의대 정원으로 인해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경우,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장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내년도 의대 입시가 파행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동경대학과 동경교육대학은 1969년도에 신입생이 없었다. 이는 의학부만 없는 것이 아니라 대학 전체가 신입생이 없었다. 동경대의 경우 야스다 대강당 사건으로 불리는 대규모 학원점거 농성 사태가 있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전 캠퍼스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68년 동경대 의학부생들은 인턴 제도를 대신하는 등록의 제도를 도입한 것이 단초가 돼 그해 1월부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동경대 의학부 학생을 중심으로 야스다 강당 졸업식을 실력으로 저지하려는 사건이 발생한 뒤로 정치적인 문제까지 섞이며 농성은 도쿄대 10개 학부로 퍼졌다.

장 교수는 "해당 사건으로 야스다 대강당은 당시 사실상 전소했고, 복원하는 데만 약 20년이 걸렸다. 동경대 측에서는 어떻게든 이듬해 학사과정을 복원해 신입생을 받고싶어 했지만 당시 교육 당국은 시 전형과 학사 일정 소화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보았다"며 "결국 동경대는 이듬해 1969년 입시 중지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경대 문제를 떠나 1960년대, 70년대 일본에서도 의정간 심각한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일본 사례에서 우리가 얻을 교훈은 여전히 많다고 생각한다"며 "1년간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않은 학생들을 끌고 신입생까지 받겠다는 것은 우리나라 의학교육 파행을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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