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글로벌 제약회사는 과거 CDMA(clinical development & medical affairs)라 하여 임상개발부와 의학부가 합쳐져 있었으나 신약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과 허가후 학술 커뮤니케이션의 다른 시점과 전문성으로 인해 지금은 임상시험 조직이 CDMA에서 분리되어 연구개발(R&D) 소속이 되었다. 한국 지사의 경우도 글로벌 임상시험을 운영하는 팀(부서)이 의학부 소속이기 보다는 본사 임상 조직으로 직접 보고하고 있어 서로 간의 정보교류와 협업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허가후 재심사를 위한 시판후조사(PMS)나 관찰연구는 보통 의학부에서 담당하지만 글로벌 허가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임상팀과는 어떻게 협업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임상시험 조직 규모와 명칭은 회사별로 다르지만 여기서는 ‘임상팀’으로 통일한다). 허가후 4상 임상시험은 회사에 따라 임상팀에서 진행하기도 하고, 의학부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임상시험 전략
본사가 진행하는 글로벌 임상시험(1상~3상)은 개발중인 신약의 허가를 목적으로 하는데 임상 단계나 필요한 대상자 수에 따라 참여하는 나라 규모가 달라진다. 한국이 가능한 많은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좋겠지만 본사는 제약 시장 규모, 허가 규정, 임상시험 인프라, 자료의 질, 비용, 대상자 모집 속도, 질병 역학 등을 고려하여 참여하는 나라를 선정한다.
한국이 글로벌 임상시험에 참여할 때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번째는 해당 신약을 한국에서 허가받기 위해 가교 자료를 생성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전체 대상자를 모집하는데 한국이 기여하는 것이다. 먼저 신약 허가를 위해서는 1~2상 시험은 전체 대상자가 적어 한국이 참여하더라도 가교 자료를 생성하기 어려우므로 보통 3상 시험을 목표로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체 결과와 한국 결과를 비교하여 일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보통 3상 시험에 한국 환자가 10% 또는 100명 이상 등록되기를 요구한다. 따라서, 여러 3상 시험에 조금씩 대상자를 등록하기 보다는 하나의 3상 시험에 참여하더라도 많은 대상자 수를 확보하는 것이 가교 전략에 유리하다.
글로벌 3상 시험에 참여하지 못하면 한국에서 3상 시험을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데 이것은 매우 어려운 옵션이다. 임상팀과 의학부가 전략을 잘 세워 본사와 미리 커뮤니케이션하고, 3상 시험에 최대한 많은 환자 수를 확보해야 한다. 국내 제약사가 신약개발을 위해 글로벌 임상시험을 하는 경우 한국인 대상자를 얼마나 포함시켜야 하는지는 식약처와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
피저빌리티(feasibility)
신약의 특허기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신약이 시판되어 최대한 비즈니스 성공을 이끌어내려면 임상시험을 최대한 빨리 완료해야 한다. 임상시험에서 대상자를 모집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어느 나라∙기관에서 어떤 시험자와 임상시험을 진행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런 의사결정을 위한 사전 평가 과정을 피저빌리티라 한다. 또 피저빌리티는 시험자의 초기 피드백을 바탕으로 임상시험의 디자인이나 세부사항을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1)
피저빌리티시 해당 질병의 역학, 임상시험 계획서와 디자인이 한국의 일반적인 진료 상황에 부합 여부, 해당 질병의 표준 치료 등도 평가되므로 본사에서 피저빌리티를 요청할 때 보통 의학부와 임상팀이 동시에 관여한다. 의학부는 피저빌리티에 잘 답변해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시험자를 추천하기도 하고, 피저빌리티시 함께 방문하여 시험자의 질문에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피저빌리티가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되는 경우 시험자가 이런 과정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의학부가 추가 연락을 통해 설문에 응답하도록 독려한다.
기관∙시험자 추천
한국의 어떤 기관과 시험자를 본사에 추천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데 때로는 임상팀과 의학부 사이에 의견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임상팀은 자체적인 데이터베이스, 기관의 임상시험 인프라와 경쟁 시험, 시험자의 관심, 과거 임상시험 실적 및 순응도 등을 기반으로 고려한다. 의학부는 시험자의 해당 적응증에 대한 전문성, 학계에서의 영향력, TL(thought leader)인지 여부, 해당 신약이 시판되었을 때 협업 등을 고려하여 임상팀에 추천한다.
임상팀과 의학부가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으나 성공적인 대상자 모집, 수집되는 자료의 질 확보 및 시험기간 동안 회사와의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고려하여 최선의 기관∙시험자를 본사에 추천한다. 시험에 참여 여부는 피저빌리티 결과를 바탕으로 본사가 최종 결정하므로 시험자에게 임상시험 참여 여부를 미리 약속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또 기관∙시험자 추천시 사업부가 관여해서는 안 된다.
임상시험 문서의 번역 검토
임상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는 임상시험계획서, 시험대상자 설명문과 동의서이다. 글로벌 임상시험의 모든 문서는 영어로 작성되므로 한글로 번역하여 식약처와 각 기관의 심사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임상팀에서 번역의 정확성을 먼저 검토하지만 의학부가 의과학적인 관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특히 설명문과 동의서는 환자가 잘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번역되었는지 확인한다. 각 기관에서는 보통 한글 시험계획서를 참고하므로 번역을 잘 감수해야 한다.
약물∙질병 교육
임상팀의 임상시험 모니터 요원을 CRA(clinical research associate)라 하는데 이들은 임상시험 진행 과정을 감독하고, 해당 임상시험이 시험계획서, 표준작업지침서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실시∙기록되는지를 검토∙확인하는 모니터링을 담당한다.(2) 의학부는 CRA가 계획서를 명확히 이해하고 효율적인 모니터링을 위해 해당 신약의 작용기전과 이전 임상시험 결과 및 목표 적응증의 질환과 표준 치료에 대해 전반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나 시험자나 코디네이터의 의과학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의학부가 조언할 수 있다. 임상시험이 끝난 후 결과를 교육하기도 한다.
응급상황시 정보 제공
회사(스폰서)는 임상시험 중 응급상황 발생시 시험자, 대상자, 또는 응급실 의사가 필요한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도록 응급 연락처를 제공하는데 이는 의학부 담당자(보통 메디컬 어드바이저)에게 연결된다. 의학부 담당자는 임상시험 정보와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성분, 작용기전, 안전성 프로파일, 해독제, 과량 투여시 조치 등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대상자의 의학적 치료∙중재에 대한 조언은 담당 의사의 역할이므로 의학부 담당자가 해서는 안 된다.
눈가림 시험에서 응급실 의사가 긴급한 치료 결정을 위해 눈가림해제(unblinding)를 요청하는 경우 의학부 담당자는 내부 절차에 따라 눈가림해제 결과를 전달받아 응급실 의사에게 알린다. 임상팀은 응급 연락 카드와 의학부 담당자의 연락처를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하고, 연결이 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의학부 담당자는 임상시험과 시험약 정보 및 눈가림해제에 필요한 절차를 잘 숙지해야 한다.
약물이상반응 보고
의뢰자는 임상시험 중 발생하는 중대하고 예상하지 못한 약물이상반응(suspected, unexpected, serious adverse reaction: SUSAR) 등 안전성 정보를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2) 특히 SUSAR를 평가 및 보고하는 과정에서 눈가림이 해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업무는 임상시험 담당자가 관여해서는 안되며 의학부 약물감시팀에서 담당한다. SUSAR를 포함한 안전성 정보가 적절하게 보고될 수 있도록 임상시험 승인∙진행∙중단∙완료 등의 정보도 약물감시팀 공유되어야 한다.
이 밖에도 의학부가 개시미팅이나 연구자미팅 참석, 시험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보상여부 결정, 임상시험 진행시 이슈 해결, 다른 부서와 임상팀간 가교 역할 등 다양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임상시험 수행 자체는 임상팀에서 하지만 임상시험 전주기에 걸쳐 의학부와의 의사소통, 정보교류 및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의학부는 신약의 기전과 특성 및 적응증이 되는 질병과 표준 치료를 잘 알고, 보통 시험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임상시험을 위한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Better Feasibility for Global Clinical Trials. PRA International White Paper. July 2007.
2.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별표 4]. 2019.12.06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바이엘코리아나 KRPIA 의견을 대변하지 않고,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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