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3.10 16:13최종 업데이트 25.03.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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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폭로한 사직 전공의들 "간호사에 교육받고, 임신해도 36시간 연속근무"

순천향대병원·세브란스병원 사직 전공의, 국회 토론회서 본인·동료들의 참담한 수련 실태 공유

김준영 전 순천향대병원 내과 전공의, 김은식 전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일부 과에서는 교수들이 교육 방법을 잊어버렸고, 전공의 교육을 간호사가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김준영 전 순천향대병원 내과 전공의)
 
“임신 전공의들은 다른 전공의들과 마찬가지로 야간 당직근무를 포함해 36시간 연속근무가 강제됐다. 이 과정에서 해당 전공의들의 동의를 구하는 어떠한 명시적 절차도 없었다.”(김은식 전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사직 전공의들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10일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토론회를 찾은 김준영 전 순천향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전 내과 전공의), 김은식 전 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장(전 가정의학과 전공의)은 본인과 동료들이 겪은 참담한 수련환경 현장 상황을 고백했다.
 
두 사직 전공의는 의료 정상화와 미래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며 용기를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도 전문의 누구인지도 몰라…'난장판' 수련이 현실
 
김준영 전 순천향대병원 전공의는 전공의 시절 주 120시간 근무를 한 적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전 전공의는 “개인적으로 120시간 근무를 한 적이 많았고, (전공의법 상한인) 주 80시간 이하로 근무한 적은 전체 수련 기간의 반의 반도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과중한 업무에도 실질적인 전문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경험은 채우지 못한다”며 “나는 복지부에서 고시하고 있는 내과 수련 교과과정 중 절반 이상은 수련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 전 전공의는 “환자와 의사가 가장 많이 만나는 상황은 외래 진료지만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외래 진료 기회를 주는 진료과목은 손에 꼽는다”며 “나는 전공의 수련 기간 동안 독립적으로 외래 진료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이어 “수술과의 경우 우리 의료원 전체에서 전공의에게 주요 수술의 단독 집도 기회를 주는 과는 사실상 없다. 내과가 외래 진료를 수련받지 못하고, 외과가 수술을 수련받지 못하는 수련 환경인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전공의는 “현재 모든 병원과 모든 전공과목마다 교육 체계가 다르다. 업무에 대해 제대로 된 매뉴얼을 갖추지 않은 진료과가 대부분이고, 전공의는 몇 장짜리 인계장과 상급연차 전공의의 조언, 교과서, 인터넷 검색에 의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도 전문의 제도가 있지만 실질적 역할은 유명무실하다. 나는 수련기간 동안 지도 전문의가 누구인지도 몰랐는데, 지도 전문의가 실질적으로 교육에 전념하지 않고 다른 교수들과 다름없이 진료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전공과에서는 수련 공백이 길어지며 교수들이 교육 방법을 잊어버렸고, 전공의 교육을 간호사가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교수들은 본인이 익숙한 간호사와 수술을 진행하며, 전공의를 배제한다”며 “이런 난장판 수련에도 지난 10년간 전문의 2만 7000명이 배출됐다”고 덧붙였다.

전공의에 잘못 떠넘기는 교수도…불이익 받을까 항의도 못해 
 
김 전 전공의는 교수가 자신의 잘못을 전공의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중심정맥관 삽입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담당 교수가 직접 나섰다가 가느다란 철사가 환자의 폐를 관통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교수가 이를 전공의 잘못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김 전 전공의는 “환자는 다행히 회복했지만 교수는 전공의 과실이라고 소문냈다. 환자가 회복하지 못했다면 전공의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됐을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도 전공의를 보호할 법적 장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도 전공의들이 공개 발언을 하기 어려운 건 병원과 의국이 줄 불이익이 두렵기 때문”이라며 “전문의 취득을 위해선 학술 논문지 게재가 필수인데 이는 교수 도움 없이 절대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전 전공의는 “그래서 전공의들은 수련 과정 중에 항상 의국에 목줄이 잡혀있는 셈이다. 전문의 취득 후에도 의국에서 1년 추가 근무, 대학원 등록을 강요받고, 담배 및 음식 배달 심부름을 하고 전공의 1년차 365일 내내 당직하더라도 거부 못 한다”고 했다.
 
이어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있지만 병원장, 교수 등 사용자 측 인사들이 대부분이라 병원이나 의국에 제재를 가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전공의법 상 과태료 외에 별다른 벌칙 조항도 없어 난장판 수련은 계속되고 있다”며 “이게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평범한 전공의들의 현실이다.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전공의 수련을 받던 시절 의국에서 동기와 아래연차들이 힘들어서 매주 1~2명씩은 울고 있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임신 전공의애 당직·시간 외 근로 사실상 강요 
 
김은식 전 전공의는 세브란스병원 임신 전공의들이 밤을 새는 당직 근무와 시간 외 근무 등을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임산부의 경우 본인이 명시적으로 청구하지 않는 한 야간근로, 시간 외 근로 등을 금하고 있는데 전공의들은 이같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전공의는 “세브란스 산부인과에서 전공의로 수련받는 도중 임신했던 이들의 경우,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초기부터 출산 수일 전까지 임신하지 않은 다른 전공의들과 마찬가지로 야간 당직근무를 포함해 36시간 연속근무가 강제됐다”며 “이 과정에서 해당 전공의들의 동의를 구하는 어떤 명시적 절차조차 없었다”고 했다.
 
이어 “산부인과 전공의였던 A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당시, 산부인과 의국으로부터 ‘임산부에게 야간당직 및 근무 시간 외 근무 할당은 법에 저촉되지만 의국 역사상 임신 전공의가 당직 및 시간 외 근무를 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래도 강제할 순 없으니 당직을 설지 말지는 본인이 선택하라’며 일종의 암묵적 강요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했다.
 
김 전 전공의는 “다른 전공의 B씨도 임신 초기부터 당직근무를 섰으며, 어느 날 퇴근 후 자택에서 복통을 느껴 응급실 경유하에 다음 날 새벽에 응급제왕절개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였던 C씨는 임신 시 태교는커녕 당직 근무를 서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당직을 섰다. 어느 날은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온 환아를 1시간 가까이 심폐소생술 하며 태아가 유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환아를 살리는 데 집중했으며, 환아가 살아난 후에야 비로소 태아에 죄책감이 들어 당직실에서 내리 몇 시간을 울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브란스 내 다른 과들도 산부인과 등의 사례를 참고해 임신한 전공의들에게 임신 초기부터 출산 직전까지 당직을 서도록 해 문제가 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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