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3.10 13:48최종 업데이트 25.03.1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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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착취하는 ‘전공의법’ 아이러니 "쉬는 시간 없이 주 100시간 근무”

박단 "최저임금 이하 임금·부실한 교육 등도 문제…전공의법 대폭 개정하고 처벌 강화해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대정원 문제만 해결된다고 과연 전공의와 학생들이 병원과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 내가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련환경 개선 등의 문제들도 하나씩 해결돼야 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역시 전공의, 의대생들의 복귀를 위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실제 수련환경 개선은 전공의 7대 요구안, 의대생 8대 요구안에 모두 포함돼 있다.

박 위원장은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국회입법조사처·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 주최로 열린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토론회에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제정됐던 ‘전공의법’이 오히려 전공의들을 합법적으로 착취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공의가 그간 과도한 근무시간, 최저 시급 수준의 임금, 교육 부재, 법적 분쟁 위험 등 열악한 조건 속에서 수련을 받아 왔다며 전공의법의 대폭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법이 무조건 우선? 전공의에게 유리하다면 다른 법률 적용하게 해야
 
박 위원장은 먼저 전공의법 6조에 따라 전공의법이 수련환경에 관해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되고 있는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병원은 전공의법을 이유로 주 80시간 일을 시키고, 임금 가산도 80시간 이상의 연장 근로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게 현실”이라며 “전공의 특별법을 ‘전공의 권익 보호와 관련해 이 법은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하되, 다른 법률을 적용하는 게 전공의 등에게 유리한 경우 그 법을 적용한다’라고 개정하자”고 했다.
 
현행법상 주당 최대 80시간, 연속 근무 최대 36시간의 과도한 수련 시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공의들은 현장에서 휴게 시간에도 쉬지 못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근무 시간은 주당 100~120시간에 달하는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수련시간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을 따르고, 교육 목적에 한해 1주간 24시간 한도로 수련 시간을 연장해 주당 근로 시간 상한을 64시간으로 단축하고, 연속 근무시간은 최대 24시간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또 전공의의 휴게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교사의 경우에도 점심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같은 과로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은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근무시간을 감안하면 전공의들의 임금은 사실상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공의 근무시간 주 64시간, 연속근무 24시간으로 단축 필요
 
이에 박 위원장은 전공의 수련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 필요성을 주장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메디케어를 통해서만 전공의 1인당 약 2억원을 지원하며, 영국도 전공의 수련 비용에 연간 약 9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이번 사태 이후 부랴부랴 지도 전문의 및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금을 위한 예산을 배정했다. 전공의들에게는 1년에 1200만원, 지도전문의에게는 연 8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지도전문의 제도가 형식적인 제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불합리한 예산 배분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지도전문의가 누구인지조차 모를 것”이라며 “지도 전문의 제도가 실질적 효과가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한정된 예산을 전공의 임금과 수련환경을 정상화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들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빅5 병원에서 수련받은 외과 전공의가 맹장 수술조차 못하고, 내과 전공의가 수련기간 동안 내시경 한 번 잡아보지 못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수련시간 단축 주장에 대해 대한의학회도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수련 시간을 줄이면 교육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지도전문의를 양성해야 한다고 하는데, 당장 교육 내실을 어떻게 키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맹장 수술 못하는 외과 의사, 내시경 못 잡아본 내과 의사 만드는 교육…병협 운영 수평위도 문제
 
또 전공의가 소송 리스크에 노출되는 문제와 관련해 “전공의는 근로자이면서 수련생이란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는 존재라 교수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지도전문의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교수들도 전공의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병원 차원에서도 불가피하게 생기는 일들에 대해 법적 보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이같은 이처럼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책임이 있는 수평위도 손을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장들의 단체인 병원협회가 위탁 운영하고, 위원 11명 중 전공의 2명, 교수 및 병원장 9명으로 운영되는 수평위가 전공의들을 보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또 전공의법 위반 시 처벌과 관련해서도 “전공의법 위반에 대해 처벌은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뿐”이라며 근로시간 초과 등과 관련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 가산 임금 규정 위반에 대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근로기준법에 상응하는 처벌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예산 대폭 투입해 전공의 수련 책임질 것"
 
보건복지부 역시 전공의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에 내몰려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개선을 약속했다.
 
복지부 방영식 의료인력정책과장은 “그동안 전공의 수련을 병원에 일방적으로 맡겨놓다보니 전공의는 근로자이자 수련생이란 신분이 혼재된 가운데 방치되는 상화이 장기간 지속돼 왔다”며 “올해 새롭게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 예산 2300억과 별도의 전공의 수당 등 전공의 수련 환경 비용과 관련해 새로운 예산이 대폭 생겼다”고 했다.
 
이어 “의료개혁 일환으로 전공의 수련에 대해 국가책임제를 하면서 처음으로 수련비용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며 “일정 부분이라도 책임져야 한다는 개념을 한국 정부도 받아들인 것이다. 8개 학회를 중심으로 먼저 시작하고 향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방 과장은 과도한 근무시간과 관련해선 “현장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해 현재 26개 병원에서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실제 복지부령 제정 등 제도화는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와 논의 등을 거쳐 올해 중에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어 수평위 문제에 대해서는 “전공의 위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에서 향후 입법 논의가 이뤄진다면 적극 참여해서 당사자 의견이 보다 많이 확보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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