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2.08 08:58최종 업데이트 23.12.0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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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론에 대해 묻거든 '왜곡선동'이라고 답하라

부제 :김윤 교수와 그의 '낙수론'에 동조해 의대정원 확대를 선동했던 자들에게 고한다

[칼럼]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장

사진=챗GPT가 그려준 진료현장에서 고생하는 한국 의사들

[메디게이트뉴스] 2024년도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 모집 결과가 발표됐다. 정부의 필수, 지방의료 지원대책(?)을 비웃듯 우리 모든 의사들의 예상에 헌치의 오차도 없이 필수의료과는 소위 서울의 빅5병원을 포함해 전국 모든 수련병원에서 미달됐다.

심지어 세브란스병원의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각각 10명 모집에 단 한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세브란스병원에 산부인과, 소청과 전공의 지원이 전무한 것이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쇼킹한 사실일 것이나, 전공의 수련과정을 이해하는 우리 의사들은 충분히 예견한 일이다.

산부인과 소청과 전공의 지원자들은 2년차와 3년차 전공의가 없는 상태에서 1년차가 수련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것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들이 윗년차의 든든한 백업이 가능한 몇몇 병원으로만 모집정원을 맞춰 집중 지원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며 작년의 재판일 뿐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전국 모든 수련병원의 필수의료과 전공의 지원은 현재 윗년차와 새로 들어올 1년차가 있는 몇몇 병원을 제외하고는 전무할 것이라는 데 있다. 이는 합리적이면서 최근 지원상황에 근거한 현실적인 예상이다.

흥미로운 것은 소위 빅5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아산, 삼성, 서울성모병원)의 2024년도 전공의 전체 모집정원은 798명인데 반해 지원자는 1002명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탈락하는 인원 204명은 전공의 재수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원이 합격과 다름 없는 필수의료과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소신지원을 했다는 사실이다.

소위 의대정원을 늘리면 인기과 경쟁에서 밀린 의사들이 필수의료과 및 지방으로 갈 것이라는 김윤 교수 등 낙수론자의 주장이 얼마나 근거없는 선동에 불과한 치졸한 발상인지가 낙수론으로 온 매체를 도배한지 수개월이 지나지 않아 백일하에 드러났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전공의 지원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얼마 전까지 기피과였던 외과의 지원이 대폭 늘었다는 사실이다. 수도권 빅5병원은 모두 외과 지원자가 모집정원을 넘겼으며 산부인과와 소청과 전공의 지원은 전무한 세브란스병원 외과는 12명 모집에 무려 16명이나 지원했다.

예전의 기피과였던 외과가 최근들어 인기과가 된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윤 교수 등의 낙수론과 정부의 필수 지방의료 대책이라는 게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인정하고 의대정원 증원 선동을 멈출 것이라는 기대에 지난 주말 필자의 모교 의국 모임 (세도회)의 경험을 공유한다.

‘세브란스 칼잡이’들의 모임인 세도회는 외과에서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가 분리해 나가기 전에는 세브란스 모든 칼잡이들의 연중 가장 큰 행사로 10여년 전 모임에는 그래서 외과는 물론이고 흉부, 신경, 정형, 성형외과 주임교수는 물론 은퇴한 명예교수들이 모이는 명실상부한 세브란스 칼잡이들의 모임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분리해 나가기 전 외과 트레이닝 후 흉부, 신경외과 등의 전문의를 취득한 선배 원로들의 숫자도 대폭 감소했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 부터 '외과' 의국 고유의 모임으로 축소된 듯해 과거의 영화는 이제 추억이 된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아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원로 선배들의 참석이 저조한 것은 세월의 탓으로 돌리면 되는데, 매년 새로 입회하기 전에 인사차 참석하는 외과 전공의 수도 줄뿔만 아니라 개원한지 몇 해 되지 않은 젊은 회원들의 참석이 날로 저조하다는 사실이다.

외과 전문의의 생활이 고달퍼서 지원율이 급감하고 개원해도 외과를 포기하고 피부, 비만, 미용, 통증 등 비급여진료를 하는 자괴감에 참석률이 저조하단 사실을 아는지라 안타깝고 서글프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세도회’ 모임에 나가서 깜짝 놀란 게 이번에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신입 세도회 회원이 될 외과 3년차 전공의가 18명 참석했다. 이들은 중도포기 없이 모두 전공의 과정을 마무리 중이라고 했다. 더욱 놀랐던 사실은 18명 중 여성 전공의가 13명이라는 것이다. 의대 입학생 중 여학생의 비율이 40%에 육박한 지는 이미 오래전이라 외과 전공의의 성비가 비슷해진지는 꽤 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실제 눈앞에서 보니 경이롭기까지 했다.

외과 전공의 지원자가 늘어나고 여성 비율이 늘어나는 원인은 수술술기가 개복보다는 복강경이나 로봇수술로 많이 대체되면서다. 여성 의사의 도전이 용이해진 외과적인 요인과 더불어 비교적 위험도와 업무의 강도가 적은 유방과 갑상선외과 전문의의 개업이 활발한 외과의 외부적인 의료환경 변화가 큰 요인이다.

외과 의사수는 적지 않으나 중증도가 많고 소송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고되나 보상은 없는 위암 대장암 간암 췌장암 등 복부의 모든 암과 담낭, 담도염, 췌장염이나 교통사고 산재 등 외상환자를 담당할 외과 전문의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게다가 언제부터인지 남성 산부인과 전문의만 기피대상이 아니라 남성 유방갑상외과 전문의도 개원가에서는 기피대상인 현상이 날로 심화돼 남성 유방갑상선외과 전문의는 취직도 쉽지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세브란스병원 외과 전공의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게 필자가 주장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나, 상당부분 부합할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전반적인 상황이라는 것 또한 뇌피셜이 아니라 여러가지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팩트다.

이는 비단 외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소청과 심지어 내과에서도 진행 중인 전문과 내의 덜 고되고 덜 위험하며 게다가 워라벨까지 가능한 분야로의 쏠림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전반적인 현상이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 몰락이 이미 상당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의사수 부족과는 전혀 관계없는 고되고 위험한 업무에 몸과 영혼을 갈아 넣는 의사들의 선의의 최선의 진료가 악결과라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리고 고된 업무에 비해 쥐꼬리만한 보상을 하는 한 몰락은 가속화할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의사수가 적은 게 아니라 필수 지방의료 담당할 의사가 부족하다. 일부 필수의료과도 의사수는 부족하지 않으나 필수의료과 내의 중증도 고난이도 고된 분야 전문의의 부족은 날로 심해진다는 게 대한민국 의사수와 관련한 논쟁의 한점 거짓과 과장 없는 팩트라는 거다. 힘들고 법적소송에 시달릴 위험성에 더해 법정구속을 각오하고 턱 없는 보상을 바라고 필수의료에 뛰어들 바보들은 없다.

의대정원을 늘려 낙수효과를 바란다는 낙수론 주창자 김윤 교수와 이에 세뇌돼 의대정원 증원 여론몰이에 부화뇌동한 언론 정치인 정부는 생각이라는 걸 할 능력이 있다면 재수를 각오하고도 인기과에 경쟁지원하는 반면 무혈입성이 가능한 필수의료과의 전국적인 전공의 미달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의대정원 증원이 모든 현안의 해결책이라고 거짓 주장한 사이비 폴리페서에 부화뇌동한 언론의 선동과 여론몰이에 정치권 정치인도 세뇌된 작금에 필수의료 지방의료에 국한한 것이 아닌 대한민국 의료 몰락의 진행을 멈추고 되돌리기 위해선 대한민국 의료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이 시작돼야 한다는 의료계의 피끓는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개혁의 큰 두줄기는 요양기관당연지정제 철폐와 한방을 비롯한 사이비의료의 근절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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