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14 04:44최종 업데이트 23.06.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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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C 지역 당뇨병 관리 실태 심각…연속혈당측정기(CGM) 통한 혈당 모니터링 필요성 높아져

"APAC 지역 권고지침 없고 임상현장 활용도 제한적인 상황, CGM 사용 공식화 위한 근거 마련"

13명 전문가 합의권고안 발표...국내 연구에서도 노인 당뇨병 환자의 노쇠 약화를 위한 CGM 활용 필요성 제기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의 낮은 당뇨병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속혈당측정기(CGM) 사용을 통한 근거 기반의 치료·관리 필요성을 담은 권고안이 마련됐다. 특히 노인과 고위험군의 당뇨병 환자는 CGM을 활용, 혈당상태를 최적화해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아시아태평양(APAC) 8개 국가 13명의 연속혈당분야의 전문가(내분비내과 전문의)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당뇨병 관리에서 지속적인 혈당 모니터링의 적용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합의권고안"(Asia-Pacific consensus recommendations for application of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in diabetes management)'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와 전 고대안암병원  유승현 내분비대사내과 교수(현 카카오헬스케어 이사) 등이 참여했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왼쪽) 유승현 카카오헬스케어 이사(오른쪽) 

APAC 지역에서 당뇨병이 상당히 급증하고 있으며, 합병증 이환율과 사망률도 매우 높은 실정이다.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2021년 동남아시아(SEA) 성인 11명 중 1명과 서태평양(WP) 지역 성인 8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오는 2045년까지 각각 68%와 2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1년 SEA 지역과 WP 지역에서 각각 74만7000명과 230만명의 사망자가 당뇨병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심각한 상황이다. APAC 지역에서만 당뇨병 관련 합병증으로 2030년까지 7961억1000만 달러(최소 7560억7000만 달러~최대 8810억3000만 달러)의 비용 지출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당뇨병 경제 부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당뇨병의 건강 및 경제적 영향, 관련 합병증 등을 고려해 APAC 지역의 질병 부담을 줄이기 위한 최적화된 관리가 시급한 상태로 지적됐다.

혈당모니터링은 당뇨병 관리에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활용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와 상담이 가능하다. 

당화혈색소(HbA1c) 검사는 지난 2~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것으로, 혈당 모니터링과 당뇨병 관리를 위한 표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일 혈당 변동성(GV), 고혈당·저혈당 빈도 등 임상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하고, 빈혈, 혈색소질환, 심각한 간 기능 부전 등을 동반한 경우에서도 신뢰도가 떨어진다.

당화혈색소 검사의 한계는 자가 혈당 모니터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는 반복적인 손가락 채혈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 순응도가 낮다. 

반면 CGM은 검사가 용이해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고, 실시간 혈당프로파일을 제공해 혈당변동(Glucose Variability, GV)을 줄여 저혈당의 발생과 노출, 합병증 발병 등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최근 당뇨병 치료를 위한 필수 의사결정 도구이자 행동변화의 동기 부여를 위한 강력한 교육도구로서 CGM 모니터링이 각광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실제 미국 임상내분비학회(AACE)는 인슐린 펌프 또는 하루 3회 이상의 다회 인슐린 주사 치료를 받는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CGM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잦은, 심각한 저혈당증이나 야간 저혈당증, 또는 저혈당증 무감각이 있는 모든 당뇨병환자에게도 권고했다.

미국과 달리 APAC 지역 CGM 활용률 낮고 관련 권고·지침 無…진료환경과 전문의료진 부족·보상 부재 등에 기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CGM의 검증된 효과를 통해 APAC 지역의 높은 당뇨병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재 APAC 지역의 연속혈당측정기(CGM) 사용에 대한 별도의 권고와 지침이 없는 실정이다. 

여전히 많은 APAC 국가들에서 CGM에 대한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CGM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진의 교육, 훈련이 중요하지만, APAC 지역의 상대적으로 높은 문맹률과 부족한 인프라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다.

일차의료 진료 환경 차이도 CGM 활용을 저해하고 있다. 미국은 당뇨병 환자 상담(진료)시간이 평균 15분 이상, 호주와 뉴질랜드는 미국과 비슷한 12분에서 15분이지만, 일본과 싱가포르의 경우 6분에서 10분, 중국과 홍콩의 경우 한국과 비슷하게 2분에서 3분 정도에 그친다. 짧은 진료시간으로 인해 임상의가 CGM 데이터를 해석하고 환자와 치료전략을 논의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CGM의 낮은 활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APAC 지역 당뇨병 전문가들, 근거 중심의 CGM 권고안 개발
 
표 = 1형 당뇨병/2형 당뇨병을 가진 성인을 위한 핵심 CGM 측정 기준 및 혈당 목표(권고안 발췌).

APAC 지역의 8개 국가 13명의 당뇨병 전문가 리더들은 근거 기반의 당뇨병 환자를 위한 CGM 권고 사항을 공식화하고자 권고안을 작성했다.

각 지역별, 국가별로 의료 모델과 정책 그리고 자원의 차이와 인종,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 국제 가이드라인의 근간으로 하되, APAC 환경에 맞는 적용을 위해 경제적, 자원과 시간적 제약 등을 고려해 마련했다.

APAC 위원들은 온라인회의와 문헌 및 지침 검토, 2차례의 델파이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최종 권고안에 합의(>90% 동의)에 도달한 13가지 지침(주요 CGM 지표, 사용 대상에 대한 정의 등)들과 함께 CGM 데이터를 쉽게 해석할 수 있는 단계적 접근법을 제안했다. 

인슐린 요법 받는 환자는 CGM 사용 강력 권고 등 APAC 합의된 CGM 권고문 마련 

합의된 권고안에는 CGM 사용이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과 삶의 질 개선에 있어 기존 혈당모니터링 보다 더 효과적이며, 식사 조절이나 행동습관 교정, 인슐린 용량 조절 등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만 CGM의 지속적 또는 간헐적 사용은 환자의 자원 가용성과 요인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선택 가능하다고 밝혔다.

권고안에는 1형 당뇨병, 집중 인슐린 요법(다회 인슐린주사 또는 인슐린 펌프)을 받는 2형 당뇨병 환자와 저혈당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 역시 CGM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CGM은 만성신장질환 등 동반 질환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함으로써, 당화혈색소검사의 보완적 가치를 갖는다고 했다.

CGM의 지속적·간헐적 사용은 기저 인슐린 요법을 받고 있는 2형 당뇨병환자와 혈당 조절이 최적화되지 못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CGM 장치 사용 기간은 최소 7일에서 14일로 설정했고, 저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 혈당 변동성이 높은 환자는 최대 4주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간헐적 스캔 CGM 장치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하루에 최소 7-10회 측정을 권장했다. 

혈당관리지수(GMI) 목표는 7.0% (53 mmol/mol) 미만, 혈당 변동성(%CV)은 36% 이하, 평균 혈당은 154mg/dL(<8.5mmol/L) 미만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목표는 국가별, 민족, 연령, 환자별 요인에 따라 개별화해야 하며, 노인, 임신성 당뇨병, 기존 당뇨병환자의 임신, 라마단 기간 단식(금식), 새로 진단된 1형 당뇨병이나 만성신질환이 동반되는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목표를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임신 중 당뇨병은 적정혈당유지시간(TIR) 목표 달성이 중요하며, 가능한 경우 항당뇨병 치료와 저혈당 병력 및 위험에 따라 더 엄격한 목표(>80%)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노쇠(허약)한 노인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 기술을 활용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는 한, 저혈당의 고위험군으로 반드시 CGM을 사용해 저혈당 발생 위험을 회피함으로써 혈당조절 수준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권고안 내용은 2형 한국 당뇨병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관찰연구 결과인 '고령 당뇨병 환자의 주간 혈당변동성 및 노쇠 : 지속적인 혈당 모니터링을 사용한 파일럿 연구(Daytime Glycemic Variability and Frailty in Older Patients with Diabetes: a Pilot Study Using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논을 근거로 한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CGM을 통해 얻은 노쇠 노인의 평균혈당(mmol/L), 혈당관리지수(GMI), 고혈당 기간(TAR) 등이 건강한 노인에 비해 높은 결과를 보였으며, 노인 당뇨병 환자에서 노쇠(Frailty)를 예방하려면 TAR을 낮추고 적정혈당유지시간(TIR)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문위원회는 "의사가 CGM 데이터를 해석할 때 환자의 신체활동, 치료방법, 식사요법, 금식 기간이나 흡수 장애, 급성 질환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 = CGM 보고서 해석을 위한 단계적 프로세스, *데이터의 70% 이상 수집(권고안 발췌).

또한 전문위는 해당 권고안을 통해 CGM 데이터의 외래혈당프로필(Ambulatory glucose profile, AGP) 보고서를 활용한 단계별 해석법을 제안했다.

APAC 지역 임상의들의 CGM 경험이 많지 않고 절대적인 진료시간이 부족한 등의 많은 제약이 있는 점을 고려해 4단계 접근법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4단계 접근법은 ▲진료 방문 전 신뢰할 수 있는 CGM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환자를 교육하고 ▲주요 CGM 지표를 검토하되, 가장 먼저 저혈당(Time below range, TBR)에 중점을 두고 발생 시기, 패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주요 CGM 지표를 검토한 후 고혈당시간(TAR), 적정혈당유지시간(TIR)을 확인한다. ▲혈당 프로파일의 주요 패턴을 확인하고 환자의 요인과 치료 방안을 검토하며, ▲임상적인 문제를 확인하고 치료계획을 변경하면서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교육을 수행하는 한편 최적의 후속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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