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환자중심 헬스케어는 미래 보건의료 분야가 추구해야할 방향이다. 하지만 이를 현재 보건의료 체계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녹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웨어러블 의료기기와 재택진료 등 환자관리 패러다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7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제 2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을 개최했다. 헬스케어 미래포럼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이슈와 쟁점 사항에 대해 찬반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웨어러블 의료기기와 재택진료 도입과 사회적 적용 속도가 더딘 점에 대한 논의와 개선 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지만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는 것에 그쳤다.
웨어러블 의료기기 활성화 위해 공급자 보상체계 마련해야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웨어러블기기 중심 환자관리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만성질환 관리에서 웨어러블기기 활용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실질적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급자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만성질환 관리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특히 당뇨병 등에 대해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국가의 직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만성질환은 잘 치료하면 의료로 지출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치료의 퀄리티를 높이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잘 안된다.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병이 심해진 다음에 치료하기보다는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실제로 어떻게 구현할지가 과제다"고 말헀다.
그는 "구글 환자라는 말이 있다. 의사에게 의존해 치료하지 않고 환자가 스스로 주도적으로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이제 지속적으로 의사와 소통하며 코칭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IBM은 최근에 왓슨을 접었다. 개발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가 개발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주치의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환자는 쓰지 않는다"면서 "과거에 '터치 닥터'라고 IBM과 LG가 혈당을 재면 조언을 해주는 제품이 팔린 적 있다. 망했다. 주치의가 적용하지 않았다. 주치의와 환자가 녹아들 서비스와 그에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활용도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언젠가 토요일 오전에 60명의 외래 환자를 본 적이 있다. 나는 기껏 힘들게 환자를 봤는데 그 환자들 중 한두 분을 빼면 짧은 진료시간 안에 내가 한 말을 못 알아듣고 나가는 환자가 다수였다"면서 "다른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다. 환자와 지속적으로 접촉할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웹차트를 만들었다. 환자들이 평소에 질문을 올려놓으면 의사는 2주에 한 번 답을 하고 병원에는 3개월에 한 번 방문하는 시스템이다. 이때 경험하고 체득한 것은 이 시스템을 젊은 사람이 잘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의외로 젊은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겠다는 동기부여가 된 사람이 나이를 불문하고 열심히 이용했다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서비스가 돌아가지 않고 주치의에 보상이 돌아가지 않으면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만성질환관리 시범수가사업이 중요하다. 만성질환관리 사업이 성공해야 모든 헬스케어에 플랫폼이 구축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시범사업만 10년... 재택진료 도입 위해 환자중심성 잘 구현해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허윤정 연구소장은 '재택진료 중심 환자관리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의 재택진료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재택진료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환자중심성을 잘 구현하고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제도적 뒷받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소장은 "환자중심의 지속적인 건강관리 필요성이 늘고 있다.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비 지출 높아지고 있으나 상당 부분은 꾸준한 건강관리로 예방이 가능하다. 의료기관 중심에서 탈피해 환자중심의 예방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미국의 재택의료 서비스는 미국 CMS의 재택의료서비스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대상자가 받을 수 있다. 개별기업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의사가 방문진료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미 재택진료가 의료전달체계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앱을 통해 환자와 소통이 가능하고 또 우버차량을 이용해 기업의 왕진 연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이 서비스는 6개월 이상 소아부터 이용 가능하고 우버를 이용해 우버닥터라고도 불린다"고 밝혔다.
허 소장은 "싱가포르의 재택의료서비스는 싱가포르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중앙조직인 통합치료관리국의 중재를 통해 지역사회의 재택의료 전담기관으로 의뢰 또는 회송돼 전담기관을 통한 재택의료, 돌봄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와는 구조가 매우 다르다"며 "싱가포르는 진료뿐 아니라 간호, 재활, 이동도우미, 도시락 제공 등 토탈 서비스도 집에서 이용가능하도록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고려해야할 점은 집을 벗어나기 어려운 환자에게 의료만 필요하는가 하는 점이다. 의료가 공적 영역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이 환자들에게 의료가 우선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의료를 고민하고 있지만 다른나라는 의료뿐 아니라 식사, 간호, 재활, 이동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건강보험 가입자 대상으로 개호보험을 통해 장기 돌봄 구조를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종합 서비스에 영양 상담도 포함돼 있고 방문해 약제 관리도 하고 있다"면서 "일자리 구성도 달라졌는데 이로 인해 사회 구조가 전반적으로 이동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고 말헀다.
허 소장은 "그러면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 선진국들이 하는 위치까지 가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도출할까. 환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가정간호서비스는 2001년부터 시작했다. 가정형 호스피스시범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장애인주치의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중증소아 재택의료 시범사업은 올해 1월부터 시작했다. 최근에 재택 시범사업이 많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의료서비스 공급 방식이 환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구현방식에 따라 환자중심성이 살아날 수 있고 아니면 폐쇄적이게 될 수 있다"라며 "재택의료서비스를 위한 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 의사를 포함해 재택의료 맞춤형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왕진서비스 커뮤니케이션을 트레이닝할 필요가 있다. 제도간 다차원적 협력이 필요하다. 목표지향적 정책을 설계하고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환자중심 패러다임 변화 위한 다양한 개선사항은
이어진 토론에서는 환자중심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서 환자가 스스로 정보에 대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지적과 정책에 환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재택진료와 관련해서는 공급자에게 보상체계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정책이 성공할 수 없고, 일차의료 접근성이 높은 환경에서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교실 강건욱 교수는 "모든 환자는 의료법상 자기 의료정보를 받을 권리가 있다. 단, 프린트해서만 받을 수 있다"면서 "강남검진센터와 서울대병원 이용한다. 유전체 서비스를 받고 싶었는제 서울대병원 의사인 나조차도 내 의료정보를 받지 못했다. 딱 열람까지만 가능하고 다운로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갑상선 환자를 보는데 다른 병원에서 오면 200쪽 가량을 인쇄해서 온다. 환자 본인도 숙지하기 어렵고 나도 어려워서 요약지만 보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CT나 MRI 등 환자들의 각종 검사 결과 정보가 여러 병원에 흩어져 있다. 정작 본인도 관리할 수 없고 제 3자가 관리할 수도 없게 돼 있다. 정보는 그저 흩어져 있을 뿐이다. 누구도 환자에게 정보를 돌려주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며 "의료법에 '전자기록형태를 포함한다'는 딱 한 문장만 넣으면 된다. 그러면 웨어러블, 자택이든 연결해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그동안 환자는 의료서비스를 받는 존재, 아프거나 외상을 입어서 의료진이나 보호자의 서비스를 받아야하는 수동적 존재였다"며 "이 정의는 몇년 전만해도 틀리지 않았지만 이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의료기기 개발과 IT 기기 개발로 환자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만성질환, 재택의료, 환자 스스로가 관리하고 케어해야 하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며 "당뇨는 24시간 모니터링하며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의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3개월에 한 번 5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환자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스스로 질환을 관리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제 아이가 가진 1형 당뇨는 글로벌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있다. 이 커뮤니티에서 환자들은 의료기기를 통해 얻은 정보로 부족함을 느껴 DIY 프로젝트를 추진해 환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스스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웨어러블 등 의료기기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런데 환자중심이라고 만들면서 정작 환자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웨어러블기기의 발달로 인해 환자의 역할은 강화됐다. 의료정책에도 환자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 환자중심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정부와 업체가 집중하고 논의해야할 때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세라 기획이사는 "개인적으로는 원격의료를 찬성한다. 그러나 의협의 입장은 원격의료를 반대한다.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이유는 원격의료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에게 이득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원격의료를 공급하는 데에만, 재택의료 공급에만 관심 있다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커뮤니티케어의 방문진료과 관련해 의협은 재원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개개 환자를 방문할 때 병원에 있는 것과 혹은 병원에 있는 것보다 수익을 주려면 재원을 조달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세금이나 건강보험료을 올려서 마련한다면 국민들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익 창출 모델에서 비용을 보상해줄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일본에서는 왕진할 경우에 약 20만원을 의사에게 지불한다고 들었다. 한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의사가 하루에 10군데 왕진하면 100만원 가량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하는데 논의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며 "공급자에게 어떤 지원을 할지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사무국장은 "한국에서만 유행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마치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 것처럼 하는데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엄밀히 사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은 "웨어러블 기기로 원격의료를 하고 환자정보 및 질병 빅데이터 수집을 하는 것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반대하고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 때문이다. 웨러러블 기기를 통해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미국과 영국보다 우리가 먼저 시작했는데 뒤쳐졌다고 하는데, 미국이나 영국은 일차의료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의료비가 비싸니까 원격의료기기가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처럼 지척에 의원이 가까운 나라에서 고가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전략을 발표했다.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했다. 환자의 동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포괄적 동의를 요구하면 민간에 개방해서 영리적 목적으로 쓰일 우려가 있다. 병원, 보험회사, 디바이스 생산 회사 등이 영리를 추구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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