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수술실 내 CCTV 의무설치 사업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
아직 사업비나 하위법령 등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부가 무작정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이를 시행해야 하는 지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16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사업 공문을 지난해 12월 27일 각 지자체에 발송했다.
정부는 통상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1년여 전부터 각 지자체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면서 현장 협조 요청과 의견 조율에 나선다. 그러나 이번 수술실 CCTV 설치 사업의 경우 이 같은 과정이 배제됐다.
법안이 2021년 8월에 국회를 통과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2년이라는 여유 시간이 있었던 셈이지만 정부의 준비 과정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아침에 사업 시작을 알리는 공문이 도착하면서 지자체들은 당황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일 먼저 수술실 CCTV 시범사업을 수행했던 경기도청 관계자는 "올해 9월부터 사업이 시작된다고 하면 적어도 8~9월 정도엔 지자체에 협조 요청이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된 상태에서 연말에 사업을 시행하라는 공문만 떡하니 발송됐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경기도가 수술실 CCTV 사업을 선제적으로 시작하기도 했고 전국 도입 과정에서 건의하거나 논의하고 싶었던 내용도 있었지만 그런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심지어 사업 진행과 관련된 사업비나 시행령, 시행규칙 등도 완전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문이 내려오다 보니 현장의 어려움은 더 큰 상태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문만 내려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시행 날짜가 다가오다 보니 빨리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서 일단 공문부터 발송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부적인 것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 의료기관들에 협조 공문을 보내려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병원과 원장들의 항의나 질의사항을 모두 지자체가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로 복지부에 자주 항의전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술실 CCTV를 둘러싼 세부 쟁점이 많고 다른 국가 선례도 없는 상황이라 의견을 최종 조율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 발주를 받아 ‘수술실 CCTV 설치방안 및 의료법 시행규칙안 연구’를 수행한 연세의대 장성인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촬영거부 사유 등에서 의료계와 시민단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촬영거부 사유나 CCTV 지원비용 등을 둘러싼 합의가 늦어지면서 최종적인 시행규칙 등 확정이 늦어졌고 이에 따라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공문이 발송된 것이다.
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번 공문은 설치를 위한 수요조사 차원의 것이다. 하위법령은 운영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설치와 관게되지 않은 사항도 많다"며 "예산은 연초에 배정이 되다 보니 예산 배정 이후 빨리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운영과 관련된 부분은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다 보니 (늦어진 감이 있다.) 서둘어야 할 것 같긴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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