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개인의 모든 생물학적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하는 ‘정밀의료’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의학계는 정밀의료에 대해 집단의 생명정보 데이터에서 개인의 생명 정보를 분석하는 맞춤의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정밀의료 시대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여러 나라가 인체 자원 코호트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암 환자 통합 연구를 위한 데이터셋(자료 집합)을 구축했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의학계의 미래를 제시한 대한의학회 뉴스레터 11월호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국립보건원, 코호트 쌓는 것만으론 안돼...국제 협력 강화
“정밀의료가 제대로 추진되려면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막대한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협력을 통해 데이터의 양과 질에서 현재의 개념을 뛰어넘어야 한다.”
국립보건연구원 박도준 원장은 ‘정밀의료 코호트 구축과 국제협력’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인용된 정밀의료 개념은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있어 집단적인 접근을 넘어 개인의 유전체, 생활환경, 습관 등의 차이를 분석한다. 그 다음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예방과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전의 맞춤의학은 주로 유전체학에 기반을 둔 생체정보를 이용했다면 정밀의학은 유전체학(genomics), 단백체학(proteomics), 대사체학(metabolomics), 리피도믹스(lipidomics),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ics) 등의 정보와 실시간 생활활동정보(라이프로그)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박 원장은 “미국은 100만명, 일본은 10여만명 등의 코호트 구축을 시작하고 영국, 중국 등도 동참하고 있다”라며 “정밀의료를 실현하려면 각 나라별로 대규모 코호트 구축이 필요하지만 개별 국가가 가지고 있는 대규모 코호트간의 협력과 데이터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일본 동경에서 열린 HIRO(Heads of International Research Organizations) 회의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 원장은 정밀의료를 목적으로 하는 대규모 코호트를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한미일 3개국 보건부 장관, 국립보건원 원장, 국립암센터 원장 등의 회의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박 원장은 “국제간의 협력은 한 나라에서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정밀의료 코호트 구축비용을 줄인다”라며 “인종적 차이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질병과 관련해 나타나는 유전체, 단백체, 대사체 등의 차이를 구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밀의료가 목표로 하는 질병 발생이나 진행, 예방과 관련된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했다.
박 원장은 “한국인 유전체역학조사사업 등 그동안 국가가 관리하는 코호트 사업과 바이오뱅크 사업은 향후 국제적인 정밀의료 컨소시엄이 구성될 때 중요하다”라며 “이는 우리나라의 정밀의료 시스템 확립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암 빅데이터 구축…연구에 활용 가능성 넓혀
국립암센터는 최근 국가 연계형 암 질환 빅데이터 구축 체계를 마련하고 수요자(연구자) 중심의 정보 제공을 위한 ‘연계형암빅데이터셋’을 구축했다. 이는 지난 13년(2001~2013년)동안 국립암센터 암 등록 말기암 환자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용자료, 통계청 사망자료 등을 연계한 대규모 암 종합정보 데이터베이스(DB)다.
국림암센터 이은숙 원장은 ‘정밀의료 구현을 위한 연계형 암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이 내용을 소개했다. 이 원장은 영국제약산업협회 빅데이터로드맵에서 소개한 빅데이터 정의를 인용해 앞으로 정밀의료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영국제약산업협회에 따르면 빅데이터(Big data)는 다양(Variety), 대량(Volume), 고속(Velocity)으로 생성·수집·연계·공유되는 데이터셋이나 이를 바탕으로 가치 있고 믿을 수 있는 통찰·지식을 만드는 방법이다. 맥킨지 조사결과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장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원장은 “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이면서 의료서비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라며 “암 관련 주요 정보는 부처별, 기관별로 산재해 있고, 연계 가능한 기관 내에서도 업무 분야별로 관리해 통합 운영이 어렵다”고 했다. 이 원장은 “그러나 암환자 맞춤형 정밀의학을 위한 각종 정보를 연계하자는 요구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암 관련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연계형암빅데이터셋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데이터셋을 통해 암 연구를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암 생존자 중 이차암(SPC, Secondary primary cancer) 발생 환자를 대상으로 암진단 전 체질량 지수(BMI, Body mass index)에 대한 이차암의 발생위험도를 조사했다. 연구팀이 남성 23만여명을 대상으로 8년간 추적조사를 실시한 결과, 암 진단 전 고도비만인 암 경험자의 이차암(간암, 췌장암, 전립선암, 담도암, 신장암)의 발생 위험이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암임상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연계형암빅데이터셋은 임상현장에서 가지고 있는 미충족 수요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다”며 “국가 암관리를 효율화하고 암의 맞춤형 진료 시스템 구축과 정밀의학 구현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의사, IT 전문가 등 협력으로 의학의 미래 대비해야
“헬스케어의 미래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정밀의료의 성공을 위해 의료 전문가와 정보기술(IT) 전문가 등의 협력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선화 원장은 '인공지능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통해 성공적인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를 제시했다. 헬스케어 산업은 보건산업의 영역 중 의료서비스, 의료기기, 의약품 제조업을 포함하는 산업이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헬스케어 산업은 향후 10년간 세계 신규 부가가치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원장은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사람의 지능을 컴퓨터가 흉내 내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의료계에 인공지능이 접목된 것은 1970년 스탠퍼드대에서 개발한 감염병 지식 인공지능 'MYCIN'을 시작으로 IBM 왓슨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을 이용해 세계 병원에서 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딥러닝 기반 영상 인식 기술은 의료 영상과 병리학 분야에 접목돼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공지능 구현 방법 중 가장 주목을 받는 딥러닝 학습 방법은 인간의 두뇌가 학습하는 생물학적인 방법을 컴퓨터에 구현한 개념이다. 한 원장은 “국내 벤처기업 뷰노에서 개발한 뷰노넷(VUNO-net)은 폐암 환자의 영상 판독 정확도에서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라며 “실제 의사의 판독 정확도인 91%를 뛰어넘고 96%의 정확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원장은 “헬스케어의 미래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 나아간다"라며 "인공지능 시대에 의사의 역할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IT전문가 등과 협력해 미래 의학의 방향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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