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니스트] (지난 기고에 이어 환자단체의 불만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해 본다. ② 투명한 진료기록 의구심)
환자단체의 기사에 따르면 “의료사고는 보통 환자 측에서 의사 과실을 증명하기 위한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진료기록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조차 시간이 걸리고 이를 확보를 하더라도 기록이 충분하지 않거나 잘못 기록된 경우가 많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 입장에선 병원이 진료기록을 쉽게 추가하거나 뒤바꿀 수 있다고 해석했다. 진료기록 자체가 투명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라며 진료기록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진료기록은 한번 기재하고 영원히 변경될 수 없는 아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기록 수정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추가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잘못된 의료행위에 대한 진료기록을 바꾸거나 고쳐서 정당화하겠다는 뜻이 아니므로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의사라면 누구나 응급상황에 대한 진료가 우선이고 기록은 그 다음이다. 그러다 보니 기록은 나중에 추가로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의사들은 환자 진료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기록에 쓸 시간은 더더욱 모자란다.
의사가 진료기록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도 인정해야
우선 응급이 아닌 경우 진료기록의 대부분은 사전에 이뤄진다. 그러나 의사들이 간혹 바빠서 빠뜨린 다음 나중에 추가로 기재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응급 환자가 아닌 외래 환자들의 20%정도는 자신의 기억을 정확히 의료진에게 표현하지 못해서 나중에 과거 수술 사례나 약물 부작용 사례들을 이야기한다 이 때 당연히 추가적인 진료기록 기재가 이뤄진다. 환자가 많은 관계로 의사의 시간이 부족해 바쁠 때가 있다. 의사 스스로 기록을 놓치기도 하고 다음에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치료 기록을 시간대별로 천천히 넣는 것은 매우 소중하다. 여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변호사의 변론문이나 재판부의 판결문을 준비하고 기록하는 것이 매우 소중하듯, 진료기록을 잘 작성하는 것도 같고 여기에 많은 시간과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의료사고 이전에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사들에게 그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만약 진료기록 작성에 적정한 시간과 적정한 인력을 부여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에서 기준으로 하고 있는 외래에서의 적정 진료 시간은 약 15분이다. 의사를 15분 정도는 만나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환자들은 15분의 진료시간을 충분히 의사와 나누고 있는지 묻고 싶다.
환자의 목숨이 오갈만한 응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숨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과거력을 묻고 기록하고 주사 처방을 내면서 경구용 약물 처방, 그리고 수액을 혈관으로 주고 응급 검사를 동시에 할 수 있을까.
환자라면 누구나 응급 상황에서 기록을 먼저하는 의사를 본 일이 있는가. 이런 의사들은 없을 것이다. 먼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의무기록을 자세하게 기록하는 것보다 우선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긴급한 의료행위를 시행하고 난 뒤에 의무기록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이 때 모든 의료행위들을 순차적으로 정확히 기록할 만한 의사는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이게 잘 안됐을 경우 추가적인 기록, 소위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기록의 변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임상을 하는 의사로서는 의료행위에 대해 ‘빠진 것’을 기록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는 해명을 해본다. 환자들에게도 긴급인지 아니면 긴급하지 아닌지를 떠나 이렇게 잘 기록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지 생각해 본 일은 있는지 되묻고 싶다.
환자 생명을 살리는 응급 대처가 우선, 그 다음에 기록
환자단체의 기사에 따르면 “본인의 가족 사고에서 마취통증의학과의 기록과 수술을 시행한 외과의사의 기록상 수술 시간과 심정지가 있었던 시간이 달랐다"라며 "의사들이 차트를 제대로 기록했다고 볼 수 없다. 진료기록을 쉽게 추가하거나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한 내용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심근경색이라는 혹은 심장 마비라는 상황이 발생하면 모두 비상이 걸리는 상태다. 해당 기록이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비상 상황에서 대처하다가 보면 시간을 미처 체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필자에게 심장마비로 왔던 환자의 사례를 소개한다. 2005년의 어느 초여름 아침, 고혈압으로 다니던 여성 환자가 병원 앞에서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순간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라는 것을 직감하고 병원의 처치실로 옮기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당시 의사 3명이 적극적인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보호자에게 상황을 알리는 등 약 3시간을 소모했다. 애석하게도 환자는 사망했다.
긴급한 그 시각 진료기록을 정리할 방법은 없었다. 기록은 나중에 천천히 이뤄졌다. 조작은 없었다. 하지만 3시간의 기록을 순서대로 모두 정확하게 시간에 맞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도 세 명의 전문의가 혼동없이 모두 상세히 기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 다른 필자의 경험을 소개한다. 필자는 의사가 되면서 배운 첫 번째가 과거력이라고 하는 환자의 지나간 병력을 묻는 것과 약물에 대한 부작용을 묻는 것이다. 이 때 약 10-20%의 환자는 초진시에 과거에 수술하거나 입원했던 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약물에 대한 부작용도 비슷하다. 재진을 여러 차례 하면서 수술했던 일이나 입원했던 일, 그리고 약물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을 언급하는 일이 10-20%나 발생한다. 이런 것은 환자 스스로 의사에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실수를 보호하기 위해 진료기록을 조작하는 의료인도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라면 분명히 처벌이 필요하고 의료법에도 분명히 처벌규정이 있다. 하지만 의료라는 특수성이 있음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여기에도 역시 의사와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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