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우한 지역 입국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검역체계 인력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선 확진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데다, 전세기로 700여명의 재외국민이 더 입국하고 2차 감염, 3차 감염까지 나온 만큼 전수조사로 인해 방역 인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특히 입국자들의 첫 검역을 책임지는 공항 내 현장검역 인력 부족 현상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 국가차원에서 검역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1월 13일부터 26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국내로 입국한 3023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28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전수조사기간은 2주간으로 바이러스의 평균 잠복기를 고려한 조치다. 우한에서 마지막 입국자가 도착한 1월 26일을 기준으로 이달 8일까지 조사가 진행된다. 조사방식은 지자체 인력이 활용되는데, 서울에서는 76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검사는 조사관이 매일 유선 전화를 통해 전수조사 대상자의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사관은 조사 대상자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우한폐렴 관련 행동‧예방 수칙 정보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감염 의심자들에 대해 조기 진단과 치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이번 전수조사의 목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수조사에 투입되는 자원과 인력으로 인해 여타 검역과정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제대로 된 전수조사를 하려면 접촉자들까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국내에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검역 인력이 남아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수조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훈련된 인력이 수행해야 한다"라며 "그러나 현재 훈련된 역학조사 인력은 한정돼 있다. 이들이 대부분 전수조사 투입된다면 분명 다른 검역과정에서 구멍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수조사 대상 인원을 전부 찾아내 100% 입국 인원에 대한 방역을 틀어막겠다는 마음가짐 보다는 여타 검역체계와 병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입국자에 대한 첫 검역이 이뤄지는 인천국제공항 등 현장 검역의 어려움도 호소되고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해외입국자는 2014년 3122만 명에서 2019년 4788만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검역소의 인원은 2019년 기준으로 453명에 불과했다. 1인당 약 10만5000명의 검역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의 검역 인력도 현재 165명에 불과한 상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8년 예산(안)에 현장검역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검역인력 45명의 증원예산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국회는 정부가 요청한 인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명만 증원하는 것으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정춘숙 의원은 "검역인력의 충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충원해야 할 적정인력에 비하면 현재 인력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인력과 자원은 한정돼 있다. 정부가 전수조사에 지나치게 목매지 않았으면 좋겠다. 확진자 주변 접촉자들이 늘어나고 2차 감염까지 벌어진 상태에서 추가적인 지역사회 전파가 우려된다"며 "현재는 전수조사와 함께 지역사회 감염 발생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과 환자 관리 등 여타 방역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력을 배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는 "무조건적인 전체 입국자 전수조사보다는 입국자 중에서도 꾸준히 건강체크가 되고 있는 인원에 대해서는 자가병리를 권고하고 증상이 생겼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방향으로 가야 효율적이다. 검역체계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