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5.17 07:25최종 업데이트 21.05.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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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 준사법기관 모델로 가닥…구체적 도입 논의는 아직?

정신질환자 환자 아닌 범죄자로 낙인 악순환 지속…심판원 연구용역부터 실행방안 신속 제시 필요

고 임세원 교수, 안인득 진주방화 사건 등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법입원제 도입 얘기가 꾸준히 언급되고 있지만 정작 제도 정착을 위한 준비는 답보 상태다. 사진=대한신경정신의학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법입원제 도입 얘기가 꾸준히 언급되고 있지만 정작 제도 정착을 위한 준비는 답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입원제도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시 법원 또는 준사법기관에서 입원심사를 거쳐 입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2017년 비자의입원 요건을 대폭 강화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제때 입원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의료계에서 줄곧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대부분의 주와 독일, 프랑스는 법원심사 모델로 실시되고 있으며 호주는 법원 대신 독립된 준사법기관인 정신건강심판원을 통해 입원치료가 결정된다.
 
판사정원제 등 문제로 도입 모델은 결정됐지만…구체적 도입 방안은 묘연
 
17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보건복지부와 사법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은 2019년 이후 사법입원제 도입을 위한 논의의 자리를 이어 왔으나 구체적인 대안 마련은 묘연한 상태다.
 
사법입원제 도입 논의는 2018년 12월 임세원 교수 살해 사건과 2019년 연이은 안인득 진주방화살인 사건 등이 터지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결국 2019년 5월 복지부는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했지만 당시 조치엔 사법입원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조치 사항은 사법입원제를 제외한 정신건강복지센터 내 중증정신질환자 사례관리 인력 충원 등 인프라 확충, 민관협력체계 구축 등에 방점이 찍혔다. 반면 사업입원제 도입은 중장기 개선과제로 한줄 적혀 있던 것이 전부였다.

당시 복지부 박능후 전 장관은 "사법입원제 수용은 현실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사법기관과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인권 보호와 치료 필요성 등을 고려해 현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렇다면 최근까지 사법입원제 도입 논의는 어디까지 왔을까.
 
우선 가장 큰 쟁점 사항이었던 입원심사의 결정 주체는 법원 모델(사법부 심사) 보다 준사법기관 모델(정신건강심판원 심사)로 가닥이 잡혔다. 판사 정원제로 인해 인력 제한이 있다 보니 새롭게 정신건강 입원 심사를 할 만한 판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법원 모델은 심사에 대한 적법절차에 따른 객관성과 공정성이 부여되지만 형식적인 절차로 인해 환자에게 일종의 상처가 될 수 있고 의료인이 아닌 판사에 의해 의견이 결정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준사법기관 모델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심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최대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환자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선에서 유연한 실질적 판단이 가능하다.
 
이 같은 논의를 통해 복지부와 의료계는 정신건강심판원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몇 달째 구체적인 실행 계획조차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발표된 향후 5년간의 정책 방향을 담은 '제2차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온국민 마음건강 종합대책)'에도 사법입원제 내용은 빠졌다. 다만 2025년까지를 계획으로 정신건강심판원 도입의 타당성을 위해 입원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중장기 정책 방향을 설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 전부였다.
 
입원 치료 결정 권한이 가족에게 있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 의무자간 갈등이 유발되고 적절한 입원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범죄자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도 지속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환자는 범죄자 되는데 지켜만 보자는 복지부…“응급이송 체계라도 개선돼야”
 
이에 대해 의료계는 보다 신속하고 구체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법제이사(경희대병원 신경정신의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복지부는 처음부터 법을 전면 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 3년 이상은 지켜보자는 보수적인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2월 종합대책에도 심판원 도입의 타당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묘연한 상태다. 이는 오히려 2019년 임세원법이 통과될 당시보다 후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현행 입원적합성심사제도를 개선하면서 비자의입원에 따른 정신질환자 인권보호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드시 정신건강심판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치료 결정 권한이 보호의무자인 직계 가족에게 있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간 갈등이 유발되고 적절한 입원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범죄자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도 지속되고 있다.
 
백 법제이사는 "입원적합성심사는 비자의입원이 이뤄진 환자의 적절성을 사후 심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입원이 이뤄지기 전에 환자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국가가 개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심판원이 도입되면 72시간 이내 입원 여부가 자연스럽게 결정되니 입원 결정자의 부담이 적어지게 된다. 환자들도 법원보다는 심판원 모델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판원 도입이 늦어지면서 그 사이 이번 남양주 사건처럼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계속되는 사태가 안타깝다"며 "법 개정에 시간이 걸린다면 우선 정신질환자 응급시스템부터라도 개선돼야 한다. 현장에서 경찰이 병원 이송 여부를 판단하지 말고 우선 의료기관에 연계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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