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아동 학대 사망사건 재발방지 방안
16개월 아동 학대 사망사건으로 인한 여론이 뜨겁다. 1월 18일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에서까지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대통령의 대답이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논란이 꺼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원인과 해결, 후속 대책을 놓고 엉뚱한 방향으로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은 입양 가정의 아동이 학대를 당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 입양 가정 아동이 일반 가정에 비해 학대를 더 당한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2019년 기준으로 아동학대 사건 중 입양 부모의 비율은 0.3%에 불과하다. 실제 진료실에서 학대를 경험한 환자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입양 가정의 비율은 극히 적다.
이 사건의 원인을 입양에 두고 입양 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는 건 입양 가정에 대한 편견만 키우고 입양을 더 꺼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오히려 입양 아동들에 대한 엉뚱한 2차 가해만 낳게 된다. 입양 심사가 강화돼 있었다면 정인이의 입양을 막을 수 있었을까?
사건의 초점은 이런 학대를 발견했을 때 우리 사회의 대처와 책임의 문제에 맞춰져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에 큰 비난이 몰리고 있는데, 왜 경찰은 3번이나 학대 신고를 받고도 조사와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까. 단순히 경찰 개인의 나태함에만 원인이 있을까. 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 경찰에 비난을 집중하고 줄줄이 처벌만 하는 건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여론이 뜨거운 몇 달간은 이것이 두려워 적극적인 처리를 하겠지만 여론이 잠잠해지면 금세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에는 보호자 여건을 갖추지 못한 정신질환자들의 상태가 위중해지면 행정 절차로 병원에 입원시키는 행정입원 제도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사건 전 가해자의 형이 환자의 병적 상태를 알고 3번이나 입원을 시키려 했지만 당시 모두 입원이 거절됐고 결국 큰 사고가 발생했다. 담당 행정 기관이 입원의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과 거의 판박이다.
이 사건들이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는 책임 소재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위한 공권력 투입에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최대한 아래로 내려 현장에서 직접 가해자를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얹는다. 사건 처리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신고를 하는 어린이집 교사나 의사, 그리고 신고를 처리하는 경찰관 개인에게 책임이 지워지고, 이들이 그대로 가해자의 공격에 노출된다. 그래서 현장 구성원들이 적절한 처리에 주저하는 것이다. 몇 번의 신고가 불발로 돌아간 후 정인이의 어린이집 교사들은 가해자 모친이 무서워 사망 전날 정인이를 하루 종일 안고 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므로 사건의 책임을 기관과 정부 공권력에 분산시켜야 한다. 판사와 법원이 입원을 결정하는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나 기관에 책임을 분산시키고,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단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방법만이 재발을 막는 길이다. 그래야 현장에서 그들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분노를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어딘가에서 학대당하고 있는 아동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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