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소위 ‘관리급여’라는 새로운 선별급여 유형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의료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규탄한다.
이는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며,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심각한 행정 폭거이다.
1. 상위법 근거 없는 시행령: 법률우위 원칙의 훼손
정부가 신설하려는 시행령 제18조의4 제1항 제4호는 '사회적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적정 의료이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를 선별급여 사유로 추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신설 조항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율해야 할 상위법인 국민건강보험법에 명확한 위임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법률에는 '관리급여'의 개념이나, 과잉 이용 우려만을 이유로 특정 항목을 급여화하고도 사실상 비급여와 다름없는 95%의 징벌적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도록 위임한 규정이 없다.
이는 행정부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의 범위를 뛰어넘어 국민의 의료 이용을 자의적으로 통제하려 시도하는 것으로, 법률우위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만일 정부가 해당 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국회 논의를 거쳐 국민건강보험법 자체를 먼저 개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위 법규인 시행령을 이용해 국민의 권리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에 지나지 않다.
2. ‘관리급여’의 실체: 비급여 통제를 위한 꼼수
보건복지부는 과잉 진료 우려가 큰 비급여를 선별급여 체계로 편입해 관리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8조의4(선별급여)를 개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입법예고 기간은 현재 진행 중이며, 올해 11월 7일부터 12월17일에 종료될 예정인 상태에서 무리하게 먼저 관리급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기간 중이고 아직 공포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관리급여'의 실질적인 법적 근거도 없이 9일 오전 비급여 적정 관리를 위한 논의기구인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4차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온열치료 등 3개 항목을 관리급여로 선정했다. 앞으로 적합성평가위원회 및 전문평가위원회 평가 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해 관리급여 대상에 대한 급여기준 및 가격을 최종 결정한다.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의신설 항목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8조의4 제1항에 제4호를 신설해 선별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경우에 '사회적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적정 의료이용을 위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를 추가한다. 이 제4호에 따라 지정되는 선별급여가 사실상 '관리급여'의 유형으로 기능하게 된다.
'관리급여' 항목에 대해서 95% 와 같이 높은 본인부담률을 적용해 과도한 이용을 억제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관리급여 제도가 특정 비급여 항목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그 항목들을 주로 시행해 온 특정 진료과(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라는 명목으로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해당 과목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경영 불확실성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이는 단지 인기과를 규제하는 것을 넘어 '정부는 언제든 특정 의료 행위를 통제하고 수익 모델을 파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의료계 전체에 보여준 것이다.
비급여의 확대는 근본적으로 저수가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다. 관리급여를 통한 비급여 통제 이전에 급여 수가를 현실화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관리급여가 환자에게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병원 수입에도 지장을 주며 심지어 건강보험 재정까지 투입하면서 가격을 통제한다면 실손보험사만 이득을 보는 정책일 뿐이다.
'95%'라는 살인적인 본인부담률을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해당 의료 행위를 퇴출시키겠다는 의도와 다름없다.
선별급여 제도의 본래 취지는 비용-효과성은 다소 미흡하나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항목에 대해 환자 부담을 30~80% 수준으로 낮춰 국민의 접근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관리급여'는 이러한 취지를 완전히 왜곡하여, '과잉 진료 우려'라는 명분 아래 가격 통제와 물량 관리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
특히 관리급여 지정 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해당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마저 의료 접근성이 차단된다. 비급여 통제를 위한 행정 편의가 궁극적으로 의료기관의 자율성과 필수적인 치료 행위를 위축시켜, 의료의 질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3. 법적 대응과 의료계의 단호한 입장
의료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공포될 경우, 이에 근거한 모든 행정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시행령 조항의 위법성 및 무효를 주장해야 한다. 또한 12월 1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동안 의료계와 관련 학회, 시민단체와 연대해 위헌적 시행령 개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야 한다.
입법예고 기간 내에 법적 근거 부족 문제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출하고, 개정안이 공포될 경우를 대비해 취소소송 등을 통한 법적 대응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의료 체계의 안정을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흔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법치주의 원칙으로 돌아와 상위법 개정 없이 하위 법규만으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려는 무리한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의료계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국민 건강 증진과 올바른 의료 제도 확립을 위해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