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10 07:48최종 업데이트 23.11.1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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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 '응급의료진료망'에도 응급실 뺑뺑이…"협진 현황 실시간 공유체계 구축"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럼, 챗 GPT 등 활용해 진료지원 가능, 의료인 현황 실시간 업데이트

(왼쪽부터)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 대한소아응급의학회 김도균 이사, 대한외상의학회 박찬용 이사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우리나라의 열악한 필수의료 현실을 일깨워준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막기 위해 전국의 응급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보를 한데 모으고 있는 '국가응급의료진료망(NEDIS)'에 의료인력 간 응급의료 협진 정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사건의 중심에 선 소아응급, 소아외상 분야는 특히나 그 전문성으로 인해 협진이 중요하지만 의료인력이 극히 소수인 만큼, 진료과목 별 협진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가 있다면 환자에게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9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개최한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NEDIS 개선해 '필수응급의료 진료지원 플랫폼' 구축…생성형 AI, 클라우드 등 활용하면 가능

올해로 구축 20주년을 맞은 NEDIS는 응급의료와 관련된 자원, 의료 제공 과정, 결과 등과 관련된 다차원적 자료를 구축한 국가 응급의료 진료망으로, 전국 의료기관에 구축된 EMR 시스템과 전 국민 건강보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국의 410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기관의 환자 관련 데이터를 즉각 수집하고 있다.

이 NEDIS를 통해 구축한 우리나라의 응급의료 관련 DB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응급실 과밀화와 응급실 뺑뻉이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필수의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기존 NEDIS를 개선해 '필수응급의료 진료지원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과밀화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상태에 발생한다. 원칙적으로 과밀화는 공급량을 늘려주면 해결되지만, 공급을 무한대로 늘려줄 수도 없을 뿐더러 그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적절한 공급량으로 현재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밀화의 해결책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 교수는 한정된 응급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협진 체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를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응급의학과 의사지만 초기 대처 이후 적절한 치료가 이어지려면 타 진료과와의 협진이 필수적이기 떄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말해 주듯, 우리나라는 응급실 초진 후 환자에게 필요한 적절한 진료과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는 일이 왕왕 발생하고 있다. 

신 교수는 "필수의료 분야인 응급의료는 적극적인 협진이 필수다. 그런데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매번 협진할 의사 한 명을 찾으려고 하루 종일 애를 먹는다. 한 개의 의료기관 내에서도 여러 진료과 간 협진에 큰 어려움이 있다.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타 병원 의료진 간의 협진도 필요한데 이를 도와 줄 시스템에 대한 계획이 이번 정부의 필수의료 혁신전략에 빠져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필수의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실시간 정보망 체계를 구축해 필수의료 의료진 현황을 모든 사람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수의료과의 어떤 사람이 누구와 협진하고 있는지, 현재 누구와 협진할 수 있는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는 병원 전 구급대 정보도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병원만해도 누가 협진이 되는 지 모른다. 모르니까 전원도 안되고, 전원이 안 되니까 구급차는 뻉뺑이를 도는 현상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필수 응급의료 진료 지원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 발표 중

구체적으로 그는 건강보험 진료정보 수집체계와 소방이 갖고 있는 구급이송 정보 수집체계, 응급의료 협진 정보 수집체계를 구축해 '차세대 NEDIS'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시간으로 협진 정보를 업데이트 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문에 대해 신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달로 환자와 의사 간 대화 내용이 보이스 EMR 등을 통해 95~97%에 이르는 정확도로 실시간 기록되고 있다. 응급실 의료진이 타이핑을 하지 않아도 챗 GPT가 구조화된 형태의 차트를 수 초만에 정리해 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거대언어모델 기술을 이용한 생성형 기록 작성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기반한 실시간 접근성 및 자료를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이름하여 필수응급의료 진료지원 플랫폼을 통해 환자는 필수응급의료정보 제공 서비스를 받고, 구급대는 이를 통해 구급이송 중 의료지도를 지원받을 수도 있다. 병원은 응급실에 온 환자를 위한 필수의료 협진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현재의 필수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에 취약한 '소아'…소아 응급 관련 별도 질 관리 시스템 및 소아외상센터 구축 제안

일련의 '응급실 뺑뺑이' 사건들은 실제로 전문성이 필요한 소아환자를 진료할 전문의를 찾느라 발생한 것이었던 만큼 응급의학계와 외상학계 역시 실시간으로 협진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큰 공감을 보이며 소아응급만을 위한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 김도균 이사는 "응급의료 시스템 내에서 소아가 굉장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전통적으로 응급의료 시스템은 성인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실제로 소아 응급은 중환자가 드물고 경증 환자가 많아 주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의존해왔다. 소아 외상 환자가 발생해도 응급의학과 의사가 진료를 하는 것으로 버텨온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하지만 최근 대구 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비롯해 최근 대전에서 경련하는 아이를 병원이 받지 못한 사건도 이슈가 되는 등 소아 응급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응급실이 소아 환자를 적극적으로 받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협진 문제가 크다"며 "만약 주기적으로 응급실 소아 협진 준비 상황이 잘 모니터링되고, 구급대와 지역사회로 공표된다면 많은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는 각 병원의 소아 환자 진료 준비 상황을 공표하고 그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있다. 100가지 넘는 설문 사항에 체크를 해서 홈페이지에 올리고, 지역과 나라 전체에 매주 발표를 한다"며 "각 병원 응급실과 외상센터가 점수화되면서 예방 가능 사망률 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처럼 소아와 관련해 따로 질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도 제안했다.

나아가 김 이사는 "올바른 응급의료 자료는 경증 환자의 응급실 진입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19에서 하는 작업이 충분히 정리가 잘 돼 있지 못해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30% 정도는 인근 응급실이나 병원 방문을 권유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 병원을 갔는지 그 병원에서 만족도는 어땠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다"며 "관련 데이터를 모아 응급실 진입을 통제하는 기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대한외상학회 박찬용 이사장은 소아가 성인과 다른 특성을 가진 만큼 아예 별도의 소아외상상센터를 만들어 소아 관련 전문 인력을 집중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최근 소아 중증 외상과 소아 다발성 외상이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급한 소아 외상 환자는 권역외상센터에서 볼 수 있지만 일반 권역외상센터 전문의들은 소아 외상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진료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은 별도의 소아외상센터가 있다. 우리나라도 소아외상센터를 별도로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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