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사결과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된 의료기관이라 할지라도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내려진 요양급여비용 지급보류 처분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3일 관련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리는 한편, 2024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명령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청구인 A는 요양병원에 관한 개설허가를 받아 이를 운영하는 의료법인으로, 청구인의 임원 등이 의료인의 면허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의료기관을 운영한 사무장병원이라는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위반에 대한 후속 조치로서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에 따라 청구인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후 A의료법인은 해당 지급보류처분의 취소 등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 계속 중 의료법 제33조 제2항 제3호,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위 제청신청이 기각되자 2018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A의료법인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제1심 법원이 A의료법인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는 무죄 판결을 선고했고, 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은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사무장병원 혹은 면허대여 약국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경우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단은 지급보류조항을 통해 사무장병원의 개설·운영을 보다 효과적으로 규제해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헌재는 이 사건 지급보류조항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며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지급보류조항은 사후적인 부당이득 환수절차의 한계를 보완하고,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위험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조항이다. 그렇다면 사무장병원일 가능성이 있는 요양기관이 일정 기간 동안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더라도 이를 두고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죄 있는 자에 준해 취급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지급보류처분은 잠정적 처분이고, 그 처분 이후 사무장병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무죄판결의 확정 등 사정변경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정변경사유는 그것이 발생하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지급보류처분의 '처분요건'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사정변경이 발생할 경우 잠정적인 지급보류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급보류처분의 취소'에 관해서도 명시적인 규율이 필요하며 그 취소사유는 처분요건과 균형이 맞도록 규정돼야 한다.
헌재는 "무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하급심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에는 그때부터 일정 부분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앞서 본 사정변경사유가 발생할 경우 지급보류처분이 취소될 수 있도록 한다면, 이와 함께 지급보류기간 동안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수인해야 했던 재산권 제한상황에 대한 적절하고 상당한 보상으로서의 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의 비율에 대해서도 규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이러한 조치들이 지급보류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이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기 위해 필요함에도 현재 이에 대한 어떠한 입법적 규율도 없음을 지적했다. 혹여 무죄가 나온 요양기관 개설자의 재산권을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침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현행법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현행법조항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24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잠정 적용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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