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화. 무죄 추정의 원칙 무시한 사무장병원 폐업신고 거부법
병원의 폐업신고를 지방자치단체가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발의됐다.
지난 2월 10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지자체가 사무장병원이나 네트워크병원으로 의심돼 행정조사를 받을 경우 폐업신고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무장병원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의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원하고 바지원장을 내세워 운영하는 병원을 말한다. 사회 공적인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하는 병원의 역할을 넘어 지나친 영리추구로 각종 불법과 과잉 진료를 일삼기 일쑤라,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환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 사무장병원 적발 시 사무장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사무장에게 명의를 대여한 의사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과 면허취소, 그리고 그동안 병원으로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5배의 환수를 맞는다.
그런데 이런 사무장병원의 적발과 수사는 쉽지 않다. 바지원장의 존재와 병원 경영 정보를 외부에서 알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수사는 대부분 내부자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폐업신고를 거부할 수 있는 법이 발의됐다. 사무장병원이 의심돼 행정 조사가 시작되면 사무장이 증거 인멸을 위해 서둘러 폐업신고를 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폐업 신고를 거부하자는 것이다.
취지 하나만큼은 좋다. 그런데 ‘무죄 추정의 원칙’은? 만에 하나 짧게는 6개월~1년, 길게는 3년이 걸리는 조사가 끝났는데, 만약 그 병원이 무죄였다면?
병원을 운영하는 데는 아무리 작은 의원이라도 상당한 운영비가 들어간다. 직원 급여와 임대료 뿐만 아니라 기기 대여비, 각종 공과금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폐업 신고를 하지 못하면 기본 지출로 인한 적자가 산더미처럼 쌓일 수밖에 없다. 파산만큼은 막기 위해 서두른 폐업이 애꿎은 조사로 늦춰져 진짜 파산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럼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거나 막을 방법이 고작 이것뿐인가? 사무장 병원을 적발하기 가장 어려운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내부 고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내부 고발이 어려운 이유는 그 모든 구조를 알게 된 바지원장이 내부 고발을 하면 5배의 요양급여비용환수로 100% 파산에 이르기 때문이다. 자기 몸에 불을 붙이고 분신을 해야 정의가 실현되는데 누가 자기 몸에 불을 붙이려 할까. 게다가 자신은 적게는 수억에서 수십억의 빚을 지지만, 사무장은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다시 다른 의사를 꼬드겨 사무장병원을 재개원하기 일쑤다. 처벌의 비중을 어디에 두면 이것이 해결될지 구조만 봐도 뻔하지 않나.
왜 꼭 핵심은 두고 빙빙 돌아가야만 하고, 애꿎은 피해자를 굳이 만들어내려고만 할까. 항상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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