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의사수급 추계위원회의 정부안을 보니 독소 조항이 지나치게 많다. 교육부가 최종적으로 의사인력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를 계속 쥐겠다는 것이 정부안에 녹아 있다. 의료대란을 일으키고 의료붕과를 일으킨 당사자인 교육부 장관에게 여전히 의사인력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과 다름 없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교육부 장관의 잘못된 의대증원 결정을 거부하는데, 이런 법률안 제정이 왜 필요한지조차 의문이다. 의대생과 전공의의 복귀를 결정할 만한 동기도 전혀 없어 보인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수급추계위 심의 사항을 반영해야 한다는 문구가 '존중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반영해야 한다'는 다른 의원안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추계위 결과를 이행할 강제성이 없다. 교육부 결정에 따른 영항력의 전부는 법률용어도 아닌 이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존중'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추계위를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영향력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추계위의 필요성도 없는 수준일 뿐이다.
교육부는 추계위를 의결기구로 만들 계획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수급추계위 심의 결과를 정부가 따르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정부와 의료계의 현저한 시각 차이는 의료계가 정부와 논의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원장을 전문가 중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한 것도 문제다. 정부안은 15명 이내 위원 중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7명의 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얼핏 보면 두 단체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원장을 보건 의료 관련 학회, 연구기관 등에서 추천하는 전문가 중에서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했다. 정부 주도 하에 결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의료인력 추계를 산정할 때 의대 졸업생 수와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 건강보험 자료 외에도 의대 교육의 여건 및 전공의 수련환경까지 고려해 다각적인 시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정부 입맛에 맞춘 전문가가 아니라 의료 전문가 중에서도 전문가를 찾아 위원장으로 선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 수정안은 추계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의대 정원 조정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줄이고 추계위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협 내에 추계위를 구성된 법안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의협은 오는 14일 공청회에도 참여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세계 최고의 의료진을 양성하려는 데는 해당 전문가가 교육을 책임지도록 하는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의료대란과 의료붕괴는 전문가 의견이 무시된 채 무지한 일부 행정가들과 의료에 대한 경험조차 없는 정치인들이 망쳐버린 최악의 정책 실패다. 교육부 장관은 한번도 학생을 가르쳐 본적이 없는 장관으로 교육정책에서 배제돼야 한다. 보건의료의 경험이 미천한 복지부 장관과 대통령이 망친 정책도 바로잡아야 한다.
반면 일본 의사수급분과회는 전체 위원 22명 중 의사가 16명, 간호사 2명, 법학자·경제학자·교육학자가 각각 1명씩 참여한다고 한다. 담당 부처인 후생노동성은 행정 지원만 한다. 특히 일본은 회의 내용은 녹취록과 참고자료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것도 배울 점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모든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의사수급 추계위 신설 법안 처리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듯하게 몰아가선 안 된다. 정부의 입맛에 따라 의사인력 확대 역할을 하는 위원회라면 문제 해결은 기대하기 힘들다. 기구의 독립성과 의결권부터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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