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기만적 비핵화쇼' 주장에 의료계 비판 여론 다수…"취임 전 국가 존립에 대한 의견 표명"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 최대집 당선인은 30일 오후 9시30분쯤 당선인 신분으로는 마지막으로 간단한 전화인터뷰를 통해 "5월 1일 회장 취임 이후에는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당선인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판문점 선언’은 북한의 대한민국 국민, 미국과 세계를 향한 기만적 비(非)핵화 쇼”라는 글을 남겼고, 의료계 내의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는데 대해 이같이 답했다.
최 당선인은 해당 글에서 “북한은 1990년대부터 주요 회담이 있을 때마다 비핵화 노력을 하겠다고 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라며 “한 번은 속을 수 있다. 두 번까지도 속을 수 있다. 세 번까지 속는다면 그는 바보이거나 반(反)대한민국 세력”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최 당선인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활동부터 정치적 발언을 자제했다. 의협회장 선거운동 기간은 물론 회장 당선 이후에도 더 많이 자제했다”라며 “지난 7~8개월동안 정치적 의사 표명을 자제하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비대위와 전국의사총연합 상임대표 활동에 앞서 18년 동안 사회운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최 당선인은 “사회운동 과정에서 신문 기사, 유투브 방송 등이 남겨져 있고 언론은 의협회장 당선 이후 이를 다양하게 소개했다”라며 “스스로 사회운동을 해온 이력을 자부해왔지만, 각종 사건이 발생해도 정치적인 의사 표명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최 당선인은 이어 “과거의 인생 경험, 사회적 경험 등에 참여한 이력상 임기 시작 전에 최소한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일부 논란이 발생하더라도 불가피한 입장 표명이었다”고 했다.
최 당선인은 “의료와 관련된 문제에 개입하면서 국가적인 현안에 침묵하는 시간이 길었다”라며 “오랜 사회 활동을 하면서 인맥이 많고 지지해주는 분들이 많다. 의사는 10만명이지만 밖에서 이런 운동을 하는 국민은 훨씬 많다.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국가적인 사안에 대해 발언한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최 당선인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의견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국가 존립과 관계돼 있다. 국가 안보 문제의 핵심이자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발언이었다. 수백만명에서 수천만명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라고 말했다. 최 당선인은 “임기가 시작되면 의료와 관련된 현안 이외의 발언을 하기가 더 어렵다"라며 "그래서 임기 시작 전에 문제를 한 번 짚고 넘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당선인은 “해당 발언에 우려를 표명하는 분들은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주로 의료계 단체 대표자들이다. 회장 당선인 신분이면서 의료계 내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의료 이슈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줬다”라며 “이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는 부류는 맹목적인 반대 세력이라고 했다. 최 당선인은 “본인이 무슨 활동을 하거나 의료계를 위한 활동을 하더라도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소수 그룹이 있다”라며 “이런 분들이라면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최 당선인은 “이제 의협회장에 취임한다. 의협회장으로서 활동을 해야 한다”라며 “취임 이후에는 의료와 관련한 현안 외에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 당선인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 사태나 드루킹 댓글 논란 등은 통상적인 정치 사안이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라며 "북한 핵무기 폐기 문제는 국가 존립의 문제인 만큼 오랫동안 생각해온 것을 페이스북에 썼다. 다만 당선인 신분이라는 것에 페이스북 글까지 이슈화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최 당선인은 29일 전국의사 대표자 대토론회에서 제시된 안건이었던 '남북의료 협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했다. 최 당선인은 “현재 상황이라면 의협은 남북 관계의 후속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다만 북한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유엔결의가 있어서 함부로 추진할 수 없지만, 유권해석을 받은 다음 회원들과의 논의를 통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최 당선인은 취임 소감에 대해 “그동안 당선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았다. 취임 후 열리는 상임이사회와 취임식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투쟁 방법론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료계 인사들은 최 당선인의 글이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 의견을 제시했다. 의협 A대의원은 "의협은 5월 20일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투쟁을 앞두고 있다. 최 당선인이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의협 회원들의 결속이 약화된다"고 말했다. B대의원은 "최 당선인은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지만 이를 어겼다. 당선 이후에도 신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그는 정치적 발언을 자제한다고 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이에 대해 대의원들로부터 많은 전화가 왔고 우려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최 당선인에게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길 바란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대의원들이 각종 의견을 건의하고 의장은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최 당선인에게 정치적 입장 표명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는 대의원들이 많으니 이해해달라고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C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임기 시작 전 발언이라도 전문가 단체 수장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해당 발언은 의협회장으로서 부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D지역의사회 관계자는 “현재 의료계 현안이 많고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하다"라며 "의료계 입장을 전하는 것도 버거운데, 정치적인 이슈를 발표한다면 의료계 결집을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당선인은 의료계의 소통과 단합을 위해 정치적 발언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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