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보건복지부가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채점위원이 모자라 군의관을 활용할 방침을 정했지만, 이는 시험위원 관리지침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시험을 하루 앞둔 8월 31일 돌연 시험을 일주일 동안 연기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시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국시 채점위원 부족 문제다. 예상 응시자보다 대폭 응시 인원이 줄면서 채점인원 수도 기존 21명에서 7명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이 마저도 코로나19 대응 등 인력 부족으로 모집이 어려운 상황으로, 벌써 많은 의대교수들이 채점위원 지원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8월 31일 국군의무사령부로부터 군의관을 채점위원으로 지원받기 위해 공문을 내렸다. 현재 시험 자체가 일주일 연기돼 당장 군의관 채점위원 지원요청 공문은 보류된 상태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 뒤에도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진료업무와 전공의 집단휴진 등에 따라 일부 채점을 하기로 한 교수들이 채점위원을 할 수 없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이에 국방부에 채점위원을 지원해 줄 인력을 소수 요청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손 대변인은 "국시를 연기하면서 현재는 군의관 지원이 중단된 상태"라며 "군의관들이 다양한 (채점영역)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당시 채점을 부탁한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군의관이 채점 위원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9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발간한 의사 국시 질의응답(Q&A)에 따르면, 군의관의 채점위원 활용은 기존 시험위원 관리지침에 부합하지 않았다.
국시원 국시 실기시험 시험위원 관리지침에 따르면 채점위원 기준은 대학에서 해당 분야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 중인 자이거나 해당 분야에서 충분한 실무 경력이 있는자, 기타 해당 분야에 적합하다고 원장이 인정하는 자에 한해 위촉된다.
또한 관리지침은 실시시험 1명의 응시자에 대해 2명의 채점위원이 채점한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2명이 채점해야 객관성과 공정성, 정확성이 확보된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는 "군의관들이 채점위원으로서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갑자기 채점위원이 바뀌게 되면서 시험의 공정성에도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관계자는 "시험종류에 따라 혈관주사 방법 등 술기 영역은 기술적인 면이다 보니 군의관도 간단한 교육을 통해 채점이 가능할 수 있다"며 "다만 CPX라고 하는 환자대면 테스트는 기존에 전문적으로 채점을 하던 교수가 아니라면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병원에 인력이 부족한 것도 있고 실기시험 자체가 굉장히 인원들이 밀집돼 이뤄진다. 자칫 확진자가 나와 교수들이 격리되면 병원 진료가 마비될 수 있어 교수들이 채점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협회는 이런 점을 고려해 2주 이상 시험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한편 국시 연기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주일 안에 의료계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에 있어 합의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우려도 심각한 상황이다.
의대 본과 4학년생들 90% 이상이 시험을 치루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대생 동맹휴학으로 인해 한 학년 씩 유급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 의사배출 문제와 더불어 의대가 신입생을 뽑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서울에 위치한 의대 교수 A씨는 "국시 거부와 휴학까지 현실화되면 전학년이 유급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의대들이 신입생을 받게되면 1학년 학생 수가 두배가 되는 문제가 생긴다. 현실적으로 수업이 불가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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