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김태용 교수 암학회 기자간담회서 발표 "암으로 고통받는 국민 아직 많아…제도 개선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우리나라 암 생존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구에는 한계가 많으며 미충족 수요가 상당하다. 이에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암학회는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암연구동향 보고서' 발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국립암센터의 후원으로 올해 처음 발간됐으며, 국내 암 발생 현황과 기초·임상연구, 산업계 현황 등 각 분야별 동향을 담고 있다. 또 새로운 진단과 치료 기술을 소개하고, 전문가의 특별기고를 통해 향후 암연구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암 발생률 증가세지만, 사망률 ↓ 상대생존율 ↑…조기검진·임상연구 영향
암은 우리나라 전체 질환 중 사망 1위 질환이며, 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전체 암 발생자 수는 24만 7952명으로 2000년 대비 14만 4896명 증가했다.
암 유병자 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 2000년 기준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마친 암 경험자는 전체 인구의 4.4%(228만여명)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인구로 보면 약 13.4%가 암을 진단 받거나 치료를 마쳤다.
암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암 질환의 사회경제적 부담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암 질환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4년 8조 3091억원에서 2019년 23조 7105억원으로 늘었다. 연간 약 6.8%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암 환자와 사회경제적 비용은 증가하고 있지만 암 사망률과 상대생존율에서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021년 암 사망률은 2001년 대비 37.4%p 감소했다. 반면 2016년 암 상대생존율은 2000년 46.5%보다 24.2%p 증가해 70.7%를 기록했다. 환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암 사망률은 낮아지고, 상대생존율은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는 암 조기검진과 임상연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보고서 발간위원장 김태용 서울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높은 암 생존율은 암 진단 및 치료 기술의 발전, 체계적인 국가암예방 조기검진사업으로 인한 건강검진 수검률 향상에 따른 조기암 발견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암연구에 헌신해온 의학계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 그리고 암 예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암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해 1999년부터 일반 건강검진과 별도로 국가암검진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및 폐암의 6개 암종에 대해 국가암검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국은 2020년 이후 미국과 중국, 프랑스 등에 이어 글로벌 8위 임상시험 수행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암종별로 살펴보면 위암과 간암 임상시험은 전세계 3위를 차지했다. 폐암과 유방암 임상시험은 세계 10위권에 올랐다.
국내 항암제 임상시험 승인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항암제 임상시험을 포함해 매년 300건 이상의 암 임상시험이 꾸준히 승인되고 있다. 암종별로는 폐암 16.3%, 림프종 7.4%, 유방암 6.6% 순으로 임상시험이 수행됐다.
국내 암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연구를 주도하는 주체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국내 의뢰자 주도 암 임상연구는 2018년 202건에서 2021년 247건으로 22.2% 증가했다. 2022년에는 165건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암 임상시험의 65%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의 15~20%, 영국의 80~90% 수준이다.
반면 국내 연구자 주도 암 임상연구는 매해 평균적으로 약 112여 건이 승인되고 있으며, 전체 암 임상시험에서 약 3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항암제 임상연구를 살펴보면 국내 의뢰자 주도 연구는 42% 증가하는 반면 국내 연구자 주도 연구는 감소했다.
이와 관련, 학회는 "연구자 주도 암 임상시험은 제약회사에서 하기 어려운 암연구의 미충족 수요에 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재정·정치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암연구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랐지만, 정부 적극 지원 필요
연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망률은 감소하고 생존율을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축소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암연구개발 연간 예산은 2017년 6331억 원에서 2021년 8559억 원으로 증가했다. 금액 자체는 증가했지만 전체 생명·보건의료 분야 대비 투자 비중은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암연구 분야는 연평균 7.8% 증가한 데 비해 암 제외 분야는 연평균 9.3% 증가했다.
다음으로 국내외 암관련 국가연구개발제도를 살펴봤다. 국내 암분야 연구 투자는 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통해 이뤄진다. 2021년 기준 각각 4642억원, 1633억원, 417억원의 암분야 투자 예산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연구개발 의사결정은 전문기관, 국립암센터 등 출연기관으로부터 복지부, 과기부 등 소관부처, 그리고 심의부처를 거쳐 기획재정부까지 거쳐야 행정부 최종안이 확정된다. 그리고 이를 다시 국회에서 심의해 확정받아야 한다.
반면 미국의 암연구개발비 투자는 대부분 복지부 산하기관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들은 주도권을 가지고 의회와 직접 소통해 연구를 기획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암분야 연구개발비는 복지부 산하 연방기관인 국립보건원을 통해 이뤄진다. 국립보건원은 생명·보건의료분야 정부 연구개발 사업예산의 약 80%를 집행하고 있다. 이 중 14%인 69억 달러(약 8조 9000억 원)를 암분야 연구개발비에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국립보건원 산하기관인 국립암연구소가 전담한다.
국립암연구소는 복지부와 국립보건원 산하기관이긴 하나 비교적 독립적으로 백악관과 소통해 정부 암연구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김태용 교수는 "우리나라는 꼼꼼한 과정을 거치면서 심의되고 예산이 정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 필요로 하는 수준과 차이가 있어 연구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암연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정부는 여러 부처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암연구를 지원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바탕으로 의학계의 암연구가 잘 진행된다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암연구 역량을 유지할 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 보건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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