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28 06:39최종 업데이트 24.03.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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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은 왜 병원을 떠났나..."폭주하는 정부, 한국 의료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사직 결심했다"

[전공의 특별인터뷰]① "사실 왜곡하며 일방적으로 의료정책 밀어붙인 정부…'의사 악마화'로 '의사-환자 신뢰 붕괴' 우려"

"의대 증원, 의료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해야 복귀 가능…이번 사태로 상처받은 전공의 치유될지는 의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별 인터뷰] 병원을 떠나 마음 아프면서도 상처받은 전공의들의 이야기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과 의료접근성을 가진 대한민국이 2025년부터 의대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무려 65%를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필수의료 위기, 지역의료 불균형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의사 수 보다 적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당사자인 의대생과 의사들의 거센 반대에도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의료계는 근거가 부족하고 의료계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데다 의학교육 여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00명 증원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업에 평생을 바치겠다며 낮은 월급에도 주 80시간, 연속 36시간이 넘는 고강도 업무를 견뎌왔던 전공의들이 결국 정부 정첵에 대한 반대로 하루 아침에 병원을 떠났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정부의 강경 발언에 상처를 받고 이제 다시는 병원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조심스럽게 전공의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① 전공의는 왜 사직서를 냈나…"폭주하는 정부, 한국 의료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사직 결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난 2월 20일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지 5주째. 

정부는 이들의 선택을 '환자의 생명을 도구 삼는 집단행동'이라고 폄훼하지만, 전공의들이 단장의 심장으로 병원을 떠난 진짜 이유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망가뜨릴 것이 뻔한 정부의 폭주를 멈추기 위해서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지난 25일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레지던트 A씨와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B씨를 만나 전공의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정부, '환자 피해' 뻔한 의료 정책 추진…반대하는 의사 '악마화'하는 정부에 경악

A씨와 B씨는 지난 2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정책을 발표한 이후 자발적인 선택으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2월 20일 이후 약 5주간 진료 현장을 떠나있는 상태였다.

A씨는 "사직서 선택 이후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절망적인 심정이다. 동료 선후배들도 비슷하다. 의사들은 대학 시절 학자금 대출, 마이너스 통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월급이 들어오지 않다보니 형편이 어려워진 동료들도 많다"고 전했다.

B씨 역시 "이토록 오랫동안 병원을 비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마음이 굉장히 불편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시작한 만큼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병원에 온 젊은 의사들이 병원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B씨는 "언론 보도 중 사실이 아닌 것이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의료 정책은 잠재적 환자인 대다수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되는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의사들, 의료계의 이야기는 외면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내용만 보도되며 오히려 이에 우려를 표하는 의사들을 악마화해 나갔다"고 지적했다.

A씨 역시 "잘못된 정부 정책으로 선배들이 쌓아온 우리나라 의료가 무너질 것이 뻔했기에 이 같은 선택을 했다. 무엇보다 자발적 선택으로 사직을 택한 전공의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악마화하는 정부에게 너무나도 실망했다.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책임은 일방적으로 의료 개혁을 밀어붙인 정부에 있음에도 국민과 의사를 갈라치기하며 의사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씌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전공의들의 사직 현실을 접하다 보면, 의사가 그렇게 잘못했나라는 회의감과 함께 보건복지부 차관까지 나서 '카데바 수입', '전세기로 환자 이송' 등의 이야기를 할 때는 정말 경악했다"고 이야기했다.

B씨는 "의사를 악마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나라의 국민인 의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발언과 조치들도 젊은 의사들을 자극했다"고 꼬집었다.

A씨는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외에도 필수의료 패키지를 통해 의사를 위한 정책을 내놨다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았다. 특히 의료사고특례처리법을 잘 읽어보면 전혀 의사를 위한 내용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의료과실에 대해 많은 수의 형사소송이 진행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개선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 전문가의 의견은 무시한 채 OECD 평균 의사 수처럼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에 유리한 내용만 골라내 과학적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의료는 전 세계적으로 진료비는 낮고, 접근성은 뛰어나고, 의료 수준까지 높은 최고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는 OECD 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며 "2000명 의대 정원 확대를 고집하면서, 대화를 하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일방적인 행동이 너무나도 답답했다"고 비판했다.

B씨도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의사 '악마화'가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의사와 환자의 1대 1 진료 상황을 생각해 봤을 때 의사와 환자 사이에 신뢰가 깨져 의사 또는 환자가 방어적인 형태로 진료가 진행되면 진료 과정에서 제약이 생긴다.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잘 형성됐을 때 의사도 진료를 통해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환자도 의사를 믿고 열심히 치료를 하면서 시너지가 나는데 그것이 깨졌다는 것이 너무나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하고 열린 대화의 장 마련해야

이처럼 곪을 대로 곪아버린 전공의들은 상처는 어떻게 해야 치유될 수 있을까?

A씨는 "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물론 필수의료 정책패키지까지 모두 백지화하고, 정부가 진지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태도가 마련돼면 전공의들도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의료계도 현 의료체계를 더욱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것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의료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씨도 "원점으로 돌아가서 일단 연린 마음으로 협의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지난 2020년에도 정부는 의정합의를 한 이후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겠다고 했으나 제대로 된 논의는 없었다. 정부는 33번이나 의료계와 협의했다고 하지만 답을 정해놓은 일방적 대화였다"며 일단 원점으로 돌아가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전공의들 중에서는 이미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으로 현 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심정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실제로 주변에 그런 마음을 가진 동료들이 있다. 의사가 선거철마다 주기적으로 '표팔이'를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또 국민들의 의사에 대한 반감에 상처를 받아 환자를 못 보겠다는 의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B씨도 "필수의료과 전공들 중에 특히 많은 것 같다. 필수의료과를 선택한 의사들을 버티게 한 것은 명예나 봉사정신인데, 그 마저도 박탈되다보니 굳이 다시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차라리 해외로 떠나야 하는지, 의업을 계속해야 할지 등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연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이 나서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전공의를 보호하며 정부와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해 두 명의 전공의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A씨는 "교수들께서는 현재 병원에서 근무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가장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전공의와 한 목소리로 의대 증원,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원점부터 토론하자고 하는 분들을 보면 위로를 받는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B씨는 "교수들께서도 피해를 감수하고 제자들을 위해 행동에 나서주셔서 감사하지만 과연 중재가 가능할지 회의적인 마음도 든다. 지난 한 달 동안 정부는 협상의 여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현재도 전공의 개개인에 대한 처분을 유예하겠다고 밝혔을 뿐 실질적으로 의료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은 없다"고 꼬집었다.

진짜 필수의료‧지역의료 살리려면…진찰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그렇다면 전공의들이 생각하는 진짜 필수의료 살리기의 해법은 무엇일까?

이비인후과 전공의인 B씨는 "필수의료는 정의에 따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해법을 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정부의 표현대로 중증,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는 의료라고 정의한다면, 이 분야에 대한 전공의 기피의 근본 원인은 저수가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저수가 현실에서 개개인의 의료진을 갈아넣는 방식으로 현재의 구조를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사회가 고도화되고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더 이상 이러한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비정상적인 진료 수가를 올리는 것이 선행 돼야 한다. 문제는 현 정부안대로 분만, 소아처럼 특정 필수의료과에 대한 핀셋 수가 지원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B씨는 "사실 이비인후과는 인기과에 속하지만, 이비인후과 안에서도 두경부외과와 응급기도질환을 담당하는 분야는 '응급 질환'에 속해 이비인후과 안에서 필수의료 분야지만, 수가가 낮아 전공의들의 기피 대상이다. 이 분야는 수술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두경부외과를 전공하고 대학에 남지 못하면 개원가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전공의들도 이를 기피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필수의료 특정과에 대한 지원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을 둘러싼 파이 나눠 먹기, 제로섬 게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진찰료 수가를 올려야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B씨는 또 "진료수가 인상뿐 아니라 의대 정원 증원이 아닌, 적절한 배분도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방 소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의사뿐 아니라 전 직종에서 수도권과 지역 간의 불균형 분포가 심각하다. 지역에서 의료를 지속하려는 의사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개인 의견을 전했다.

A씨는 "한 직장이 유지되려면 일과 삶의 균형이 좋거나 경제적 보상이 좋거나 법적 보호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거나 취직할 곳이 보장돼 있어야 하는데, 사실 필수의료과는 이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며 "이러한 문제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흉부외과를 지원할 때 흉부외과는 전문의를 따고 나서 전공을 살려 취직할 곳이 많이 없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며 "아무리 심장 수술을 하고 싶어도 팀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낮은 수가에서 수익을 유지하려면, 일정 케이스 이상의 수술이 유지돼야 한다. 그렇다보니 수술을 매년 일정한 케이스 이상 유지하는 병원이 아닌 이상 계속 적자가 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A씨는 "게다가 어느 의사가 의도적으로 의료사고를 내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위험한 현실이고, 환자나 보호자는 조금만 잘못돼도 의사한테 소송을 걸기 쉬워지는 환경으로 점점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10억원 이상의 배상 책임을 묻는 기사들을 계속 접하면서 점점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 정말 생명이랑 직결된 바이탈과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왔지만 이런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 드는 현실에서 내가 더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끝이 보이지 않는 정부-의료계 대치…"유례없는 한국 의료,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걱정"

정부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A씨와 B씨는 모두 현재의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정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A씨는 "정부는 끊임없이 대화하자고 하지만 답을 정해 놓고 대화하자고 하는 게 사실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사회 변환기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악한 자들의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자들의 침묵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흉부외과 교수들을 옆에서 직접 보면 정말 밤낮없이 일하고, 새벽에 언제 전화하든 바로 콜을 받고, 항상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수술도 잘 하면서 정말 환자들도 꼼꼼하게 보는 교수들을 보면서 나중에 저나 가족, 지인이 아플 때 당당하게 이 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료개혁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결국 시간이 지나 현재와 같은 한국 의료 수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진짜 하향 평준화가 될 것이라는 좌절감과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 너무나 괴롭다"고 토로했다.

B씨도 "모든 의사들이 한 마음으로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이 장기화됐을 때 정부나 의사, 환자 중 도움이 되는 곳은 아무 데도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며 원점에서 대화할 수 있는 지라기 마련되길 바란다"고 소망을 말했다.
 
※해당 내용은 전공의 개인 의견이며 전공의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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