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지식적으로 똑똑하다. 그만큼 고지식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워낙 분열을 잘하는 집단이라서 은근히 공략이 어렵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에게 아래에서 설명하는 방법으로 싸움을 걸면 빈약한 논리로도 높은 승률을 끌어낼 수 있다.
⑴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간다
의약분업 투쟁할 때 약사가 의사를 상대로 승리를 쟁취한 전략이다.
논리가 약한 경우 다른 문제를 더욱 부각시켜 그것을 주된 쟁점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실제로 한의사들이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 주장하는 근거를 예를 들면, 모두 간단한 논리로 다 밟혀버린다.
몇 가지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한의사 : 공항 검색대나 어부들도 초음파를 쓰는데?
답변 : 얘네들이 의학적으로 쓰나요?
한의사 : 물리학자나 공학자들이 의료장비를 만들었는데 그게 왜 의사만 쓰라는 거냐?
답변 : 그럼 물리학자나 공학자들이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환자들을 상대로 이 장비들을 사용하나요?
한의사 : 한의사들도 영상기기에 대한 의학과정으로 배운다. 그러므로 사용해도 된다.
답변 : 그러면 의료법상 불법으로 규정된 것을 교육과정으로 넣어 왔다는 말이 아닌가요? 그리고 어떤 한의사가 가르치죠? 한의사가 가르친다면 불법을 자행해왔던 것이 아닌가요? 이런 것을 규명하려면 교육과정 공개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왜 한의사 시험을 공개하지 않는지요.. 실제로 배운다면 문제지에 영상기기에 대한 문항도 있을텐데 말이죠?
한의사 : 단순 수치를 재는 것일 뿐인데 문제가 되나?
답변 : 그건 필건님께서 몸소 보여 주신 것인데요? 그런 생각 자체가 글러 먹었네요.
한의사 : 의사들 오진 많이 하는데?
답변 : (아래에서 설명할 일종의 논점 일탈이기는 하지만) 의사들도 오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한의사는 더더욱 쓰면 안되는 것이에요.
그리고 운전 면허를 가진 사람이 어차피 비행기 조종사도 사고 내던데? 라면서 비행기를 몰겠다는 것과 똑같은 논리에요.
한의사 : 의사들도 연수교육에서 배우지 않나?
답변 : 해부학을 배우고 의대 6년, 수련의 5년 이상을 배운 후에 그 지식을 바탕으로 사용하는데도 추가적 연수교육이 필요한데, 한의사처럼 의학적이거나 과학적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는 쓰면 당연히 안되죠.
한의사로 추정 :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막으려면, 한의사는 자동차도 타지 말고 소달구지를 타고 다녀야 하고, 전깃불도 쓰지 말고 호롱불을 켜고 진료해야 한다.
답변 : 이런 분들까지 상대해야 하나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저런 논리는 나올 수가 없다.
더 많은 근거가 있지만 사실 누가 들어도 상대할 가치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의사들은 의료기기 허용한다고 뺏길 밥그릇은 없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며, 상황을 조금만 파악할 줄 아는 사람들은 이를 물타기 수법이라고 제대로 집어낼 수 있다.
정작 이것을 밥그릇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한의사 + 의료기기 회사이다.
이 사실을 알지만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 가면 일반 대중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 수도 있는 좋은 방법이다.
진흙탕 싸움을 만들어 버리면 주위의 실제 깨끗한 사람도 진흙이 묻은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⑵ 논점 일탈 및 일반화
원래 논리가 약할 때 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트집을 하나 잡으면 효과는 상당히 큰 전술이다.
한의사 : 성추행!!!
의사 : 그런 놈은 잡아서 삼청교육대로 보내야 한다.
한의사 : 신해철 사건!!!
의사 : 의료 과실이 맞다면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응? 그래서 그거랑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하는 것이랑 무슨 상관?
이런 식으로 논리는 간단하게 밟히나 그 특정 단어가 부각된다는 장점이 있다.
선동 당하기 쉬운 일부 대중들에게 "성추행"과 "신해철"만 각인시키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나 한의사들이 의사들을 이런 식으로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면 그들의 어떠한 주장도 먹히지 않게 할 수 있다.
국민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서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집단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는 한의사들의 전략은 참으로 칭찬해 줄만하다.
⑶ 특정 언어를 강조
특정 언어를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의', '양의학' 등의 말을 강조하여 깎아내리는 방법이다.
양의학 vs 한의학
뭔가 대립구도가 있어 보인다. 이러면 한의학이 현대의학과 동급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다.
양의학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의학이라고 하면 자신들의 정체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런 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의사들은 스스로가 현대의학(한의학이 아닌)에 대한 지식수준이 아래와 같다고 착각하고 있다.
[현대의학 분과전문의] > [전문의] ≥ [한방 전문의] > [한의사] > [일반의]
특정 언어를 강조함으로써 확실한 효과를 낸 좋은 예이다.
일반의보다는 한방 전문의가 더 있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실제는 다음과 같다.
[분과전문의] > [전문의] > [일반의] >>>>> 넘사벽 >>>> [한방 전문의] > [한의사]
실제와 다른 아주 좋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매한 사람들에게는 잘 먹히는 논리이다.
⑷ 설문을 이용한다.
많은 의사들은 시간이 없다. 설문 같은 것에 무관심한 의사도 많다.
의대생들도 시간이 없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튼 금일 KBS에서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써도 될까?'라는 설문으로 투표를 시작했다.
KBS 설문조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초반에는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60% 이상으로 높았다. 그러다가...
이렇게 되더니..
압도적으로 역전이 되었다.
애초에 과학이냐 아니냐를 과학적 검증이 아닌 여론 조사로 검증하려는 한의사들의 시도 자체도 좋은 방법이었다.
자신들이 원했던 결과를 뽑아낸 후 그에 대한 기사가 나갔다면, 잘못된 내용이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생겼을 것이다.
⑸ 로비
고지식한 의사들은 상식과 진실, 올바른 의료를 기반으로 투쟁하려 하지만 정말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집단이다.
의사들은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로비 같은 것을 할 줄 모르는 의협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누구든 의사집단과 싸우려면 언론이나 윗선에 로비를 해보자.
돈으로 안되는 것들이 없다.
⑹ 연합
논리가 약하면 연합을 하면 된다.
이해관계가 특히 맞는 집단과 하면 특히 도움이 된다.
언론이나 의료기기 회사 등과 함께 연합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특수한 이야기지만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적이 많아서 다른 집단과 연합을 맺는 것이 어렵지 않다.
돈이면 뭐든지 되는 세상
⑺ 고소
명예훼손은 사실을 언급해도 고소할 수 있다.
위의 로비와 연합 두 가지와 고소를 복합해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고소를 한 후에 시행하는 여론 조작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위에 관계없이 고소를 당한 쪽이 불리하게끔 만들 수 있다.
⑻ 자신과 관련이 없는 것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환
중의학자가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Artemisine)를 추출해서 노벨상을 탔다.
자, 이러한 껀수를 잘 이용해 응용해서 다음과 같이 사실을 왜곡시켜보자.
"중국은 중의학에 투자해서 우리나라는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발전이 없다."
실제로 중의학자가 아니다. 중국 약사이다.
중국 + 개똥쑥(약초) = 한의사
조금 말도 안 되는 논리이기는 하다.
누군가가 "지구 상 모든 동식물로 추출한 약은 다 한의학의 유산인가?"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도 일부 대중들에게는 먹힌다.
Artemisine이다. 골수보충탕이나 총명탕은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⑼ 화제의 전환
당연한 이야기지만 숨기고 있는 내용이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면 한의사들 입장에서는 반박할 말이 하나도 없다.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소위 비방(祕方)의 공개가 필요하다. 약 성분명이 무엇인지 등 정확하게 말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서로 공개를 해서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그런데 왜 이것을 계속 숨길까? 이를 위해서는 한약도 분업을 해서 약국에서 처방해서 가져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사실을 주장하는 경우 다른 이야기로 빠르게 전환하자. '성추행', '신해철' 등의 화제로 빠르게 논점을 일탈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설프게 논리적으로 붙으려고 했다가는 뼈도 못추린다.
의사 블로거 '콩국수' 님의 글. 응급의학과 전문의. 병원 봉직의로 근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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