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2.15 14:41최종 업데이트 25.02.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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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 제약사 신약개발 저하하고 소비자·건보재정 부담 높였다

2012년 일괄약가 인하 시행 이후 제약사 매출 성장 둔화하고 비급여 생산 비중 확대

(왼쪽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김국희 실장,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조원준 보건의료 수석전문위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제도전문위원회 강형식 위원장,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이의경 교수(좌장),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유승래 교수, 국립공주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김동숙 교수,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조하진 사무관.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더불어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가 주최하고 서영석 국회의원과 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과도한 약가 사후관리제도는 신약개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환급제도'를 도입하는 등 신약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합리적 규제 방안 마련하고, 동시에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2년 일괄약가 인하 도입했지만, 소비자 부담 가중…비급여 등 비중 ↑

이날 연세대 최윤정 교수는 '건강보험 약제비 효율화 방안이 국민 약제비 부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최 교수는 2012년 시행된 일괄약가 인하가 제약사의 매출 성장 둔화를 초래했으며, 기업은 비급여 전문의약품 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약가인하에 노출된 기업(처치집단)의 연간 매출액은 미노출 기업(통제집단에) 대비 26.0~51.2%까지 감소했다.

약가인하 노출이 많을수록 기업의 매출 성장은 둔화했다. 이에 약가인하 미대상 의약품, 비급여 의약품 등의 생산 비중이 증가했다. 자체생산 제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했으며, 수입의약품의 코프로모션은 증가했다.

최 교수는 "약가인하로 건강보험공단은 약 24.4%의 약제비 부담이 감소했지만, 생산자의 이윤은 약 12% 감소했다. 이에 비급여 전문의약품 비중이 10%p 증가했고, 소비자는 약 13.8%로 부담률이 높아졌다"며 약가인하의 목적 중 하나였던 건강보험(건보) 재정의 부담 완화의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오히려 재정 부담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가 규제 제도는 생태계 구성원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전략과 형태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제도 설계와 도입은 환자, 의사, 제약사 등 유인구조와 형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보 재정의 지속성을 위해 약가인하를 통한 지출감소에 주력했으나, 의약품 선택과 사용량 관리에는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약가인하가 기업 생산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한 합리적인 약제비 정책은? '환급 제도'

동덕여자대 약학대학 유승래 교수는 '제약바이오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한 합리적 약제비 관리 방향'을 발표하며, 국내 약가 사후관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그는 '환급 제도'를 합리적 약가 사후관리제도로 제시했다.

국내 약가 사후관리제도는 ▲실거래가 조사 및 약가인하(2년 1회) ▲기등재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1년 1회) ▲사용량-약가 연동제(약가협상)(상시 또는 1년 1회) ▲사용범위 확대 약제 약가인하(상시) ▲특허만료 성분의 약가 재산정(상시)  ▲기등재약제 가산약자 재평가(상시)  ▲유통질서위반 약제 약가인하(상시)  ▲기등재약제 해외약가 재평(1년 1회)가 등이 있다.

가격 인하 위주로 설계된 약가 사후관리제도는 신약 개발의 인센티브를 약화시킨다, 이는 제약사와 요양기관에 낮은 예측가능성과 정산 문제도 야기한다. 이뿐 아니라 기등재 약제의 반복적인 약가 인하로 후속 신약 등재 시 낮은 가격을 참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유 교수는 적용 대상을 특허보호(신약, 개량신약) 의약품과 특허만료(오리지널, 제네릭)로 나눠 R&D, 약제가치, 재정영향과 연계해 사후관리 적용기전을 세분화할 것을 제안했다.

작용원리는 실거래가, 특허만료 등 '시장경쟁'과 사용범위 확대, 추가재정 등 '위험분담'으로 나눠 저가공급-구매-사용유인하고, 불확실성을 관리하자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적용주기를 명확하게 나눠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RSA(환급형) 모니터링은 분기·반기 마다, 급여적정성 재평가와 PVA(유형 다) 모니터링은 연 단위로, 실거래가와 허가 갱신제는 2년 혹은 5년 주기로 시행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어 환급 제도 활용을 언급하며 "국내에서는 고가 신약 등재와 보건의료 기여 신약의 일정기간 약가인하 유예에만 적용하고 있다"며 "특정 약제에만 이중약가를 허용한다는 논란을 넘어, 종합적 약제관리 기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약품비 환급 제도는 위험분담계약의 일환으로, 개별 약제 단위에서 전체 약제 단위로 가면서 사후관리를 놓지 않기 위해서는 환급 제도 없이는 불가피하다"며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국외 사례를 살펴보면 약제 가치를 세분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정부와 업계간 약품비 환급 협약을 통해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OECD 주요국은 보건의료 부문 또는 약품비에 대한 적정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며 "진료상 필요도가 높은 질환 혹은 의학적·임상적 추가편익이 인정되는 의약품에 관리형 급여계약(MEA) 일환으로 다양한 환급 기전을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약개발 활성화-건보재정 건전성, 두 마리 토끼 동시 잡기 위한 유연한 정책 마련 시급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제약바이오협회 약가제도전문위원회 강형식 위원장은 "국내 약가 사후관리제도는 다양하고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R&D 비용을 투자해 의약품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약가가 낮아지면 투자한 R&D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적응증 확대를 위해 R&D 비용을 재투자해도 급여 기준이 확대된 사유로 약가가 인하된다. 고착화된 이 제도는 신약개발과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와 연구 촉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등재 기간이 오래되고, 임상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는 의약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다. 올해는 천연물 의약품도 포함됐다"며 "천연물 의약품 촉진법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영역에서의 신약 개발을 촉진하면서 외국에서 급여되지 않는 이유로 재평가를 수행하는 것은 정부 정책과 불일치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조원준 보건의료 수석전문위원은 "제도를 꼼꼼하게 설계해도 시장 행위자의 합리적 선택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각 제도가 운용되는 목적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너무 많은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도를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정리해야 한다. 또 제약산업 발전 육성과 건보 재정, 상반된 두 가치를 제도에 담아야 하는 만큼 두 충돌의 해소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리베이트 기업에 패널티를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혁신형 제약기업이다. 리베이트한 기업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정하는 것은 도덕적이나 윤리적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 하지만 시점을 살펴보면 한참 전에 발생한 경우가 있다. 이를 여전히 배제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베이트 관련 제도가) 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로 만들어졌다면, 다른 방식으로 재정에 기여할 수 있는 패널티를 부여하는 등 유연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부회장은 "앞으로 규제와 선을 정해두고 잘라내는 구조가 아니라 성장을 시킨 다음에 제재하는 구조로 가야 할 것"이라며 "고령화사회는 더 심각해질 것이고, 진료비에 투입되는 재정 비중은 증가할 것이다. 늘어나는 진료비와 만성질환 관련 비용을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경쟁할 수 있도록 키운 뒤 일정 부분 건보재정으로 집어넣는 구조를 구축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조하진 사무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김국희 실장은 제약사의 예측 가능성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신약개발을 독려하는 약가정책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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