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28 07:25최종 업데이트 23.06.2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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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본 의사만 책임지는 이상한 나라"…대구 전공의 기소 점쳐지자 응급의학계 '공분'

"당장 병원서 응급환자 받기 어렵다면 환자 눈도 마주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 응급실 내에서 돌아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일명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A씨의 기소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응급의학계가 들끓고 있다. [관련기사=[단독] '응급실 뺑뺑이' 경찰수사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기소 가능성 높아]

환자를 직접 초진까지 한 의사는 기소 위기에 처해있는 반면, 환자를 보지 않은 타 병원 전공의는 수사 과정에서 불기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자 애매할 땐 환자를 아예 보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27일 본지 통화에서 "환자를 본 의사는 기소를 당하고 안 본 의사는 불기소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된다면 애매한 상황에선 어느 응급의사도 환자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장 눈 앞에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응급실 의사의 할 일이다. 최초 응급실 상황에선 제약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꼭 최초 진단이 최종 진단과 100% 일치해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과실을 의사 개인에게 지운다면 아무도 응급의학과를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도 응급실에서의 최초 진단과 최종 진단의 일치율은 약 70% 정도에 그친다.

국내 판례에서도 이 같은 응급의학의 특성은 잘 드러난다. 2019년 횡경막 탈장 환자 사건으로 기소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검찰이 1년 6개월 금고형을 구형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응급의학은 급성질환과 외상환자의 최종 진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임상의학"이라며 "제한된 시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일부 오진이 있더라도 주의의무 위반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해자의 증상에 대해 추가 검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귀가시킨 것은 잘못했다는 의심이 들지만 응급실 내원 피해자의 체온은 36.7도였고 의식도 명료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또 다시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의료계는 유독 우리나라가 의료과실에 대한 형벌화 경항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교도소에 잡혀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우리나라 의사들이다. 굉장히 슬픈 현실인데 우리나라는 의사 1인당 연평균 기소율은 일본 대비 265배, 영국 대비 895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검찰에 입건 송치된 의사는 연 평균 752.4명으로 같은 기간 40만명 중 56명에 불과한 일본과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우리나라(14만명)에 비해 일본(40만명)의 평균 활동 의사 수가 크게 높은 것을 고려하면 형별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소까지 이어지는 비율 역시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기소율은 44.6%에 달하는 반면 일본은 26.2%로 일본이 20%가량 낮았다. 이는 미국, 영국 등과 비교해도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B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병원이 당장 환자를 받기 애매한 상황이라면 아예 환자 얼굴을 마주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소리가 응급의학과 내에서 돈다"며 "병원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어도 환자를 대면하는 순간 의사 개인에게 형사책임이 따르니 의사들에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 의사가 환자를 가려 받는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의사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지속적으로 부과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런 경향이 가속화되는 것은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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