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25 07:19최종 업데이트 24.01.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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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예방접종 남성 청소년 1차 접종만 무료…산부인과 "건강 불평등을 초래"

2~3차 접종 시 40만원 이상 접종 비용 본인이 부담해야…산부인과의사회, 질병청에 반대 의견 공문 발송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건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예방접종 무료화 추진 과정에서 12~17세 남성 청소년에게 1차만 무료 접종하는 방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5일 질병청의 HPV 예방접종 계획에 반대 입장을 담은 공문을 질병청에 발송하고, 이러한 정책이 건강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군중면역효과 달성에도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부터 12세 이상 여아에게만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HPV가 흔하게 유발하는 질환이 주로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여성암이라서, 남성은 HPV 백신을 맞지 않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며 "HPV는 성별과 상관없이 두경부암,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을 일으키며, 남성에게도 음경암, 정자 질 저하 등 치명적인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HPV 예방 주사로 군중 면역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70% 이상의 남녀가 모두 접종이 돼야 하며, 여성만 접종하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현재 NIP에 적용되는 백신에 9가 백신 '가다실9'도 포함하는 동시에 12~17세 남성 청소년에게도 무료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정부는 남성 청소년의 경우 1차 접종만 무료로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HPV 백신은 만 9~14세 남녀는 1차로 맞고 6~12개월 중 2차까지 총 2회 접종을 하고 14세 이후에는 1차 접종 후 2개월 뒤에 2차, 6개월 뒤에 3차 총 3회 접종한다. 

9가 백신은 한번 맞는데 약값만 20여 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접종완료까지 40만원 이상의 접종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해 경제력이 없어 2~3차 접종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의사회는 "HPV는 남성에게서 생식능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HPV는 남성 정자의 질을 저하해 난임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액 검사에서 HPV 바이러스가 검출된 남성은 정자 운동성이 감소하고 HPV 감염 정자는 여성의 질 내에서 '항정자항체'가 HPV 비감염군에 비해 증가한다. 정자 운동성 감소와 항정자항체 증가는 남성 난임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남성 HPV 감염 질환은 늘고 있다"고 남성의 HPV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사회는 또 "HPV 백신은 이미 HPV에 감염돼 질이 떨어진 정자의 운동성도 개선한다. 백신 접종 후 자연 임신과 정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보면, 백신 접종 후 정자 운동성은 증가하고, 자연 임신율도 증가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생식기 사마귀 역시 HPV에 의해 유발되는 중요한 질환 중 하나이며, 남성 발병률은 여성보다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최근 10년(2010~2019)간 남성 생식기 사마귀 환자는 2만953건에서 6만295건으로 약 300%가 증가했다. 생식기 사마귀 수술 시행 건수도 여성은 1만3144건에서 2만1155건으로 약 1만 건이 증가했으나, 남성은 2만1711건에서 7만8846건으로 5만 건 이상이 증가했다.

HPV는 치명률이 높은 음경암 환자 수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음경암 환자 수는 많지는 않으나 216명에서 324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음경암이 서혜림프절로 전이된 경우, 5년 생존율은 30~50%, 장골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 5년 생존율은 20% 미만이다.

의사회는 "HPV 백신의 생식기 사마귀 예방 효과가 99%, 항문 상피 내 종양 예방 효과는 77.5%를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라도 남성은 HPV에 감염되더라도 자궁경부암만큼 치명적인 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접종 대상에서 제외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질병청이 남성 청소년에게 1차 접종만 무료로 계획하는 이유는 남성의 2~3차 접종 여부가 백신 효과에 큰 차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예방접종 전문 전략 자문 그룹(SAGE)은 1회 백신 접종만으로도 기존의 2~3회 접종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SAGE는 연령에 따라 9~20세에 대해 1~2회 접종을, 21세 이상에 대해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을 권고했다.

영국과 호주는 지난해 HPV 백신 관련 국가 접종 프로그램을 1차만 접종하는 모델로 영국(2023년9월)과 호주(2023년2월)는 지난해 HPV 백신 관련 국가 접종 프로그램을 1차만 접종하는 모델로 전환한 바 있다.

질병청은 지난 1월 12일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면서도 "근거가 마련되면 여성도 1차 접종만 하는 모델로 바뀔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의사회는 현재 단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는 영국, 호주, WHO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호주는 HPV 국가예방접종을 시행이 각각 2008년, 2006년으로, 이미 16-18년이 흘렀고, 남아 접종도 같이 시행되고 있던 나라다.

또한 높은 접종률과, 긴 시간의 HPV 백신 사용으로 인하여, 국가예방접종의 프로그램의 질환의 영향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의사회는 "이에 비해 한국은 2016년부터 만 12세 여아만을 대상으로 시행한 지 아직 8년 째이고, 아직 국가예방접종의 프로그램으로 HPV 관련 질환의 감소 효과가 확인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또 HPV 백신의 1회 접종에 대한 연구 결과가 아직 논란이 있어 더 많은 연구 결과의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문제 삼았다.

의사회는 "현재까지 1회 접종의 연구 결과는 면역원성과 HPV의 감염 여부에 대한 효과성을 확인하였을 뿐, 궁극적인 HPV 백신의 접종의 목적인 HPV에 의한 질환에 대한 예방효과는 입증하지 못했다. 특히, 자궁경부암, 항문암 등 암에 대한 전암기의 감소여부는 확인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의사회는 현재까지의 1회 접종 연구 결과가 여성에서만 국한된 결과이며, 1회 접종에 대한 장기결과는 면역원성의 결과만 확인되었을 뿐, HPV관련 암 및 질환의 효과에 대한 장기 지속성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도 꼬집었다.
 
무엇보다 의사회는 "1차 접종 이후 2~3차 접종을 본인부담금으로 접종을 하도록 한다면,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일부 계층만이 추가 접종을 진행하여, 건강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남성 청소년에 대한 HPV 전 단계 무료접종을 촉구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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