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고금리·저성장 등 경기 둔화 기조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제약·바이오기업이 비용 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50곳 중 43곳이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 지출을 전년 대비 늘렸다.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신규 투자와 연구개발 인력 확보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돼 판관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판관비는 기업의 판매와 영업활동 등 관리 유지에 발생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임직원 급여와 연구개발비, 복리후생비, 판매촉진비,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등이 포함된다. 제품 생산 혹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직접 비용은 포함하지 않는다.
지난해 제약사 50곳 판관비 7조원…50 곳 중 43곳 전년 대비 ↑
28일 메디게이트뉴스가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0곳이 공시한 사업보고서(개별 재무제표 기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50개 기업이 지출한 전체 판관비는 총 7조2074억원이었다. 2022년 6조7286억원 대비 4788억원, 약 7.12% 증가했다. 제약·바이오기업 50곳의 매출액 대비 평균 판관비 비중 27.66%였다.
제약·바이오기업 50곳 중 판관비 총액을 전년 대비 늘린 기업은 43곳이다. 판관비를 줄인 7곳을 제외한 43곳이 늘린 판관비 규모는 578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50개 기업의 매출은 전년 대비 6.40% 증가했다. 판관비는 7.12%로 매출의 성장세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판관비가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540억원 확대했다. 전년 대비 판관비 증가율이 가장 큰 기업은 메디톡스로 63.86% 증가했다. 메디톡스가 전년 대비 늘린 판관비 금액은 401억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다음으로 판관비를 확대했다.
지난해 판관비 지출을 줄인 기업 중 매출까지 감소한 기업은 녹십자와 동아에스티, 일동제약, 이연제약 등이다. 이 중 일동제약과 녹십자는 지난해 인력감축 을 단행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인력감축을 포함한 고강도 경영쇄신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지출된 급여는 전년 대비 11.46% 감소했다. 반면 퇴직급여는 68.01% 증가했다.
이뿐 아니라 지급수수료와 광고선전비의 지출도 축소했다. 전년 대비 지급수수료는 36.41%, 광고선전비는 31.72% 감소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전체 조직 10%를 줄이는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GC녹십자 측은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라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 조직 슬림화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직 슬림화 작업에 따라 GC녹십자는 지난해 급여로 938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7% 감소한 규모다. 이 외에도 광고선전비를 2022년 402억원에서 2023년 300억원으로 25.37% 줄였다.
하지만 판관비 증감이 무조건 매출의 증감과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경동제약과 SK바이오사이언스, 신풍제약, 씨티씨바이오, 한독, 셀트리온, 바이넥스, HK이노엔, 제일약품 등은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했지만, 판관비 총액은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매출이 감소함에도 판관비를 늘리는 이유는 회사가 인력 확충과 신규투자, 공장 신설 등 외·내형 확장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이 줄어도 회사는 신규투자와 R&D 인력 확보, 인프라 확충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투자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단된 제품의 생산을 재개하거나 움츠러들었던 시장이 살아나는 등 엔데믹 전과 후의 변화도 고려한 결과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매출은 줄어도 후속 파이프라인 등을 확대하면서 판관비 등이 증가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연구인력 증가와 임금체계 변화 등도 영향을 미친다"며 "또한 매출 견인을 위한 제품출시, 이에 따른 제반 비용이 추가돼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기업들이 판관비 지출을 늘릴 수 있다"라고 전했다.
매출 대비 판관비 비중 가장 큰 기업은? 50곳 중 10곳 50% 이상 차지
지난해 제약·바이오기업 50곳은 총 26조583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7조2074억원을 판관비에 지출해 매출 대비 판관비 비중은 27.66%를 기록했다.
제약·바이오기업 50곳 중 매출 대비 판관비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은 10곳으로 SK바이오팜, 신풍제약, 경동제약, 테라젠이텍스, 알리코제약, 동구바이오제약, 팜젠사이언스, 동국제약, 안국약품, 이연제약 등이다.
이 중 SK바이오팜이 93.87%로 가장 높았으며, 매출 3107억원을 달성하고 판관비에 2916억원을 지출했다.
SK바이오팜 판관비에서 가장 큰 지출이 발생한 항목은 지급수수료와 교육 및 조사연구비로 1000억원 이상씩 지출했다. 다음으로 원재료 등의 사용과 급여가 30억원 이상으로 뒤를 이었다.
SK바이오팜의 매출 대비 판관비 비중은 가장 크지만, 판관비 총액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급여와 기술용역비를 제외한 항목의 지출은 모두 감소했다.
제약·바이오기업 50곳의 평균 판관비 비중 27.66%보다 낮은 판관비 비중을 가진 기업은 일양약품, 대웅제약, 녹십자 등 17곳이다. 이 중 JW생명과학 9.99%, 삼성바이오로직스 9.74%, 알피바이오가 5.92%로 매출 대비 판관비 비중 10% 미만을 기록했다.
판관비 가장 많이 차지하는 항목은? 급여,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등
매출 상위 10위 기업의 판관비를 구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해당 기업은 급여, 지급수수료, 광고선전비 등에 판관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매출 2조9387억원을 기록했으며, 판관비에는 2861억원을 지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판관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지급수수료로 694억원을 사용했다. 2022년 473억원 대비 47.72% 증가한 금액이다.
급여와 상여 지출도 큰 폭으로 확대했다. 급여는 2022년 355억원에서 2023년 438억원(23.38%), 상여는 284억원에서 313억원(10.21%)으로 늘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1조8734억원을 달성하고, 판관비에 2797억원을 지출했다. 이 중 경상연구개발비에 1507억원을 사용했으며, 전년 1308억원 대비 15.21% 확대했다.
경상연구개발비 다음으로 지출이 가장 컸던 항목은 지급수수료와 급여로 각각 402억원, 393억원을 기록했다. 두 항목은 전년 대비 각각 71.79%, 16.96% 증가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1조8090억원이며, 판관비는 3523억원이다. 이 중 지출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은 광고선전비다. 2022년에는 874억원을 지출했다. 2023년에는 910억원을 사용해 전년 대비 4.11% 확대했다. 다음으로는 급여와 제수당이 각각 642억원, 637억원으로 많았다.
종근당은 지난해 판관비에 2713억원을 지출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항목은 급여로 989억원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광고선전비와 지급수수료가 가장 많았으며 각각 512억원, 366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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