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료계를 패싱한 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확대 추진하는데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의료단체를 대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을 운운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해 의료계가 펄쩍 뛰고 있다.
복지부는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사업자단체가 회원을 대상으로 비대면진료 불참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인데 당사자인 대개협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정부가 의료계와 불통도 모자라 겁박까지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일찍이 비대면진료 초진 대상에 소아를 확대하는 정부안에 강력 반발해왔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19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을 형법상 협박죄, 강요죄, 업무방해죄로 형사고발하면서 갈등은 그야말로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다.
일방 추진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정부, 의료계 반발하자 '공정거래법 위반' 운운
논란의 씨앗이 된 것은 12월 1일, 복지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참여중인 의사단체와 일절 논의 없이 15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대상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안 발표 이후 대한개원의협의회를 필두로한 14개 개별과 의사회장은 6일 대한의사협회에 모여 복지부안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즉각폐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복지부도 의료계의 반발을 인지하고 12일 직접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황찬호 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회장,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김성배 총무부회장을 만나 의료계의 비대면진료에 대한 우려사항을 청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회의에서 대개협은 시범사업 확대에 대한 진료의 위험성,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여부, 환자의 편의를 위한다면 약 배송이 필요하다는 등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범사업 확대 연기나 시범사업 폐기를 요구한 바 있다.
대개협은 또 확대된 시범사업은 의료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만약 안전 장치가 없다면 회원 보호를 위해 그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자발적으로 불참을 권고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복지부는 대개협과 핫라인을 만들어 비대면 진료 관련 불편 사항이나 부당한 내용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대개협 역시 이에 찬성하고 추후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예정대로 15일부터 시행됐고, 의료계는 이에 대한 우려를 담아 각종 성명서를 배포하는 등 반발했다.
그런데 18일 복지부가 돌연 사업자단체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불참 권고로 공정거래법 위반 시 엄중 조치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사업자단체가 회원을 대상으로 단체 차원의 불참을 요구하고 있어 이는 사실상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 판단 시 시정명령, 과징금, 고발 등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적시했다.
이에 의료계는 복지부가 "의료현장 전문가들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리고 공정거래법 등을 운운하면서 의료현장 전문가들의 우려를 무시했다고 노발대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개협, 회원에게 불참 요구한 바 없어…소통 약속했던 정부의 협박성 발언에 '경악'
보도자료에 단체명이 아예 명시된 대개협은 그야말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앞서 정부는 의료계와 시범사업 진행의 바른 방향을 논의하는 핫라인 소통을 합의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진행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의료계가 일부 반대의견을 냈다고 해서 공정거래법 위반을 운운하고, 위반이라고 판단될 경우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하다니 경악스럽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대개협은 정부와의 12월 12일 회의 이후 비대면 진료 거부를 선언하거나 회원에게 불참 공문, 안내문 하나 보낸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대개협은 복지부의 일방적인 보도자료 배포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각과 의사회에게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거부를 선언하거나 참여회원 공개를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하니 시정해주기 바란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협은 "정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에 대해 의약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것도 모자라, 의료계를 겁박하는 불통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거부 밝힌 산부인과의사회…"의료법 개정 없는 비대면진료에 유감"
비대면진료 확대 시범사업을 거부하기로 긴급 의결했음을 밝혔던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정부의 행태에 즉각 유감을 표했다. 정부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한 것만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을 운운하며 협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산부인과의사회는 15일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현재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은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의 갑작스런 정책 확대 추진에 대하여 유감을 표한다"며 기본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비대면진료 확대 시범사업에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사업자단체의 구성사업자(회원)에 대한 결의나 행위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정도의 행위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직접적으로 방해하거나 의사회 회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관단체 입장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얼마든지 이유있는 반대 의사를 표할 수 있다"며 "회원들에게 불참을 권고한 적도 없는데 본회의 입장을 밝힌 보도자료만으로 사실을 호도해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협박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의사회는 "대개협이 복지부와 간담회에서 핫라인을 만들어 비대면진료 관련 불편 사항이나 부당 내용에 대해 논의하자는 합의를 했다는 공문을 보내왔고, 향후 비대면진료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회원의 피해에 대한 대개협의 우려와 요청을 받아들여 우리 회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해 선제적으로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더욱 면밀히 사업 방향을 주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시범 사업을 강행하는 것보다는 국회에서 심의중인 비대면 진료 개정 관렴 법안 통과에 반대만하지 말고 협조해 합법적인 비대면 진료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산부인과의사회는 개정된 법률을 준수 할 것이다"라고도 덧붙였다.
안전성 확보 안된 '비대면진료' 강행 '분노'…"무모한 정책으로 인한 피해 책임 물을 것"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19일 서울서부지검을 찾아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국장을 '형법상 협박죄, 강요죄, 업무방해죄'로 고발했다.
임 회장은 "이미 코로나19 유행 당시 복지부의 권고대로 비대면진료만 받다가 경기북부에서 24개월 환아, 수원에서 7개월 환아가 119 구급차 안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충남 아산에서는 비대면 진료만 받던 아이가 사망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대면진료 병원을 충남도가 지정한 적도 있다"며 비대면진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12일 의료계와 만난 복지부는 의료계가 아이들과 어르신 같이 증상 자체가 모호하고 경과가 빨리 진행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진료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자 '그런 경우는 의사가 비대면진료 못한다고 하면 된다'라고 무식하고, 무책임하기 그지 없이 대답했다"며 "비대면진료를 통한 진료 자체가 진단이 부정확한데 그런 말이 가능한가"라고 반발했다.
임 회장은 "이번에 보건복지부 장관 조규홍, 차관 박민수, 국장 정경실이 한 짓은 국가 수준이 아프리카나 남미의 군부독재 국가에서나 일어 남직한 몰상식하고 무식하기 그지없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목숨을 담보로한 러시안 룰렛에 다름 없다"며 "이미 미국에서도 폐기 모델인 원격진료를 현장의료 전문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해 국민 생명은 아랑곳없이 강행하는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가 자신하는 비대면 진료로 단 한명의 아이라도 죽는 경우가 생긴 다면 무모한 정책을 몰아붙여 정책살인을 한데 대한 책임을 지구 끝까지 쫒아가서 묻겠다"며 "분명히 생명은 업자의 이익보다, 정치인의 이익보다, 관료의 출세욕 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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