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19 06:28최종 업데이트 24.01.19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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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 “정부·국회 이성 잃어…인구 소멸하는데 무작정 의대증원”

18일 대한의학회 정기총회서 정치권 작심 비판…“의사들에게 희생·봉사 요구 뻔뻔해”

임기를 마무리한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은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이 의대정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정 회장은 이날 임기를 마무리하며 회장직을 이진우 신임 회장(연세의대)에게 넘겼다.
 
정 회장은 1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대한의학회 정기총회에서 이임사를 통해 “국가를 운영하겠단 집단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도, 여당과 야당도 그래 보이지 않는다. 총선에서 무슨 수를 쓰든 이기겠단 생각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의료체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 없이 의사들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사명감만 요구하는 세태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그는 “요즘 우리 사회에는 의사를 거론하면 항상 희생과 봉사, 사명감을 앞세우는 정치인, 공무원들이 많다”며 “도대체 정부가 의료계를 위해 뭘 했길래 의사들에게 희생과 봉사를 요구하고 사명감을 갖고 일해 달라는 말을 하는지 뻔뻔스럽단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할 시기가 됐다”며 “의사의 노력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는 깊게 고민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게 선진국 정부고, 선진국 공무원이고, 선진국 국민의 자세”라고 했다.
 
이어 “그것만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인데, 모두들 딴 다리만 긁고 있고 의사들 중에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어 국민은 묘한 착시 현상으로 의료계를 바라보며 의사를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료 살리려는 진정성 안 보여…의대증원으로 이공계 인력난 생길 것
 
정 회장은 이재명 대표의 이송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비판하는 한편, 의대정원을 늘릴 경우 나머지 이공계열이 인력난에 시달릴 수 있단 점도 우려했다.
 
그는 “연초에 발생한 야당 당수에 대한 테러의 수습 과정을 보면서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겠단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됐다”며 “말 잔치일 뿐이지 어디에도 해결을 위한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제부터 의사가 되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초등학생이 의대를 들어갈 무렵이면 대한민국 의료가 완전 붕괴돼 희망이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국가를 운영하겠단 집단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도, 여당과 야당도 그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 회장은 “외국에선 대한민국의 인구 소멸까지 걱정하고 있는데, 우리는 줄어드는 인구와 비례해서 인재의 적정한 배분에 대한 논의도 못하고 있다”며 “무작정 의사를 늘려 국가의 산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학령기에 있는 최상위권 인재 모두를 의사로 만들면 전기, 전자, 정보, 생명공학 등의 미래지향적 산업에서 일할 인재는 어디로 가고 기초과학을 할 인재는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신임 대한의학회장으로 취임한 이진우 회장은 정부가 의대정원을 졸속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진우 신임 의학회장 “인기영합 졸속 추진” 이필수 의협 회장 “회원 피해 최소화”
 
이날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이진우 회장 역시 의대증원 문제에 우려를 표했다.
 
이 회장은 “의사인력 확충과 같은 문제를 본질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인기영합에 따라 졸속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런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면 그동안 우리가 구축한 선진국 수준의 의료시스템과 선배들이 쌓아온 의료의 전통과 자부심은 무너지고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의료는 수많은 난관과 외부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오늘에 이른 경험을 갖고 있다”며 “이번 문제도 여러분들의 뜻과 지혜를 모으면 헤쳐 나가지 못할 일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복지부와 의대정원 논의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의협은 23차 회의 때부터 밤샘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현안을 협의체 내에서 풀어가자고 복지부에 제안했다. 사실 우리는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갖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복지부는 아직 (증원) 숫자가 정해진 것 같진 않고 대통령실에 그것(지시)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의대정원 증원, 의사 인력 수급 문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고 있어 안타깝다”며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협상,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를 통한 투쟁, 다양한 홍보를 통해 회원 피해를 최소화하고 후배, 예비 의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게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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