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0.23 06:22최종 업데이트 20.10.2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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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우신클), 신약개발의 집 바로 짓기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이름에 관심이 많다. 이름은 존재 자체의 깊은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3일 우정바이오에서 전화가 왔다. 광교 차세대융합기술원에 있는 우정을 방문해달라고 한다. 제가 방문할 이유가 없다고 하자 댁까지 차를 보내고 4 시간 후에는 집에 도착하실 수 있게 시간을 조정하겠다고 한다. 그래 가보자. 만나자고 하면 처음은 만나는 것이 나의 원칙이기에. 사람 사이의 그 우정(友情)을 따라 우정바이오라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나?

도착하자 천병년 대표가 반갑게 맞는다. 먼저 물었다. 우정의 뜻이 무엇인가요? 집 우(宇)에 바를 정(正)이라고 한다. 집을 바르게 세우겠다는 뜻이다. 집(宀)인데 조물주가 입김(于)을 뽑아내서 만든 무한히 큰 집이 우주(宇宙)다.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를 경부고속도로에서 잘 보이는 한미약품 중앙연구소가 가까운 동탄에 짓고 있다고 한다. 16층 건물의 멋진 조감도 사진과 광교 사무실에서 동탄 공사현장을 시시각각 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롭다. 그러기에 지금 바르게 짓고 있는 우신클은 건물 하나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실리콘밸리, 보스턴-MIT클러스터와 같이 동탄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한미, 유한, 동아제약 연구소와 OO병원을 축으로 국내 신약개발 산업을 선도할 클러스터의 조성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고속철도 동탄역이 5분 거리이라 수도권 중심으로 전국을 이어갈 클러스터가 될 수 있는 지역적인 장점도 갖추고 있다.

천 대표와의 대화 중 신약개발에 관련된 여러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 천 대표의 서클과 나의 서클의 사람들이 많이 중복된다. 그래도 우리는 처음 만났다. 그것도 SNS 페북을 통해 나를 먼저 알았기 때문에 Contact를 통한 만남이 이뤄졌다. 대화 후에 지하에 위치한 실험동물 사육실과 B동 3층의 바이오연구소에서 'Well plate' 기반의 노출 전략으로 소량의 시험물질로 제브라피쉬를 이용한 쉽고 빠른 독성/효능 평가 서비스하는 것 등을 구경했다. 이어 점심을 먹고 청담동 집으로 왔다. 약속된 4 시간이었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우신클' 그런 멋지고 높은 목표에 이끌리어 지난해 7월 15일 우정 임원들과 첫 인사를 나누고나서 필자는 '우신클 평가단장' 직책을 맡았다.

지난해 8월 1일 'AIChemBio'를 제일 처음 만났다. AI를 통해 신약개발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었다. 물리학과 컴퓨터에 더 전문성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었다. 아직 회사 설립은 안 되었지만 기대가 된다. 8월 9일 다음 만난 분이 대구경북첨복단지 의약생산센터 김훈주 박사님이셨다. 우신클 안에 의약생산 시설이 필요한지 여러 각도에서 의견을 나눴다. 9월 1일부터 홍릉에 위치한 서울바이오허브와 우신클을 연결하는 담당자로 이름을 올렸다. 바이오허브는 서울시를 대신해 보건산업진흥원이 직접 운영하기에 우신클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특별히 관(官) 주도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하기에 어떤 단점이 있는가를 눈 여겨 보고자 한다. 10월부터는 앞으로 우신클을 이끌고 나갈 대표 후보자를 몇 분 만났다. 그중 MD이시기에 나중에 임상에 관한 역할도 많이 하실 분도 계셨다. 그러나 아직 우신클이 어떻게 세워지고 변화할 것인지 확신이 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아쉽다.

9월 30일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KSMCB) 학술대회 마지막날 아침 198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로버트 후버(Robert Huber) 교수를 호텔에서 개인적으로 만났다. 학회가 끝나고 '우정바이오'에 모시고 가기 위한 전초 작업이었다. '후버 교수와의 하루 데이트'에 이미 기술한대로 필자에게는 여러 가지를 배우는 의미 있고 영광스러운 만남이었다. 필자의 신약클러스터 건설 현장 첫 방문도 후버 교수와 함께 간 것도 의미가 있었다.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필자는 구조를 푼 단백질 중에 어느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의외로 노벨상을 받은 과제가 아니라 1970년 바이엘(Bayer)과 협력으로 그들의 억제제(inhibitor)를 사용해 트롬빈(Thrombin) 구조를 처음 풀어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질량분석법(Mass Spectrometry) 등 부속 기계들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기에 역시 구조 풀기가 힘들었던 처음 것에 대한 애정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버 교수는 1937년 생이다. 만으로 82세인 노교수는 아직도 매일 연구소에 출근하신다고 한다. 집에서 13㎞ 떨어진 곳을 차가 아닌 자전거로 출퇴근하신다고 한다. 필자와 후버 교수와는 14살 차이이다. 나도 이분의 나이까지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닐 것 같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을 노교수를 통해 다시 깨달었다. 노벨상을 받았건 안 받았건 어떤 열정을 갖고 행동하느냐가 전부였다. 필자에게 모델이 되는 귀한 분을 만난 것도 우신클을 통한 축복이었다.

우신클은 11월 4일 뉴로비스와 첫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Awake Animal Microdialysis'이다. 살아 움직이는 동물에서 미세투석법으로 시료 채취를 연속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이나 퇴행성 뇌질환 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약동학적 분석과 약효 동시 확인이 가능하므로 PK/PD 모델링이 가능할 뿐 아니라 약물의 개념증명(proof of concept)이 가능하도록 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그 동안 뇌질환 관련 신약들의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에 사용된 설치류의 뇌와 인간의 뇌는 다르므로 설치류에서 잘 듣기에 개발이 계속된 약물들도 대부분 임상에서 실패했다. 그러기에 '영장류(Non-Human Primate) 미세투석 실험법'이 정신질환 또는 퇴행성 신경질환 신약의 비임상시험 최종 단계로 활용돼 go/no go decision의 핵심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가 바뀌어 2020년 3월 25일 국내 1위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씨엔알리서치(C&R Research)와 글로벌 신약에 대한 공동연구개발 및 투자에 관한 전략적 업무제휴협약(MOU)을 체결했다. C&R의 윤문태 회장님과 같이 방문한 분이 동갑내기친구이자 제약업계의 리더인 김인철 박사님이셨다. 우정바이오에서 만나니 더 새롭다고 하신다. 

지난 4월 1일은 만우절이 아니었다. 바로 전날 대웅제약 부회장님을 그만두신 이종욱 박사님이 하루도 쉬지 않으시고 우정바이오 회장으로 취임하셨다. 우정바이오뿐만 아니라 우신클을 새롭게 이끌어 주실 분이 오신 것이다. 그 분이 우정바이오를 택하신 이유는 본인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제일 잘 전달할 수 있는 곳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필자와의 만남의 시작은 1987년 쉐링 플라우에 6개월 연수 오셨을 때부터다. 그 이후 필자가 해마다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먼저 이 박사님이 근무하시던 유한부터 이어 대웅을 방문해 강의를 하는 것이 원칙이 되 버렸다. 필자가 지난 1년 동안 미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발표하는 자리도 됐다. 그 자리는 늘 필자도 감격이 넘쳤다. 놀지 않았구나 확인하는 자리도 됐다.

우정바이오에 이종욱 회장님이 취임하신 이후 정말 업계의 여러분들이 찾아오셨다. 여기에 일일이 다 기록할 공간이 부족하다. 드디어 지난 9월 10~11일 2021년 우신클 공간에 거주할 참여기업들의 기술력을 소개하는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특히 발표 후에 이 회장님과 원투 펀치로 질문을 할 때 참가한 모든 분들에게 서로 도움이 되었다. 건강에 항상 자신이 있는 필자도 이틀간 에너지를 다 쏟았는지 12일 토요일은 하루 종일 방콕이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지방간치료제, 담석증치료제, 아토피치료제, 세포내 전송기술, 세포유전자치료제, 난치성 신경계질환치료법, 슈퍼항생제 등의 관련 우수기술을 보유한 신약개발 바이오벤처기업들이 참여해 열띤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우정바이오 천병년 대표는 "우신클 참여기업 모집은 성공적이었다. 성공요인은 우신클이 '기업친화적 민간주도' 클러스터라는 점에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실질적이고 효율적 신약개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비용절감, 시간절약, 효율성 극대화를 실현시킬 수 있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한 유연성과 역동성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의 초기 비임상 단계에서 임상시험의 성공가능성을 조기 예측(Early Prediction)함으로써 효율적인 신약개발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우신클에서는 글로벌 신약개발 성공을 앞당기고 해외기술 이전 및 빠른 출구(Early EXIT) 전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2021년 7월 우신클 건물이 완공될 때가 그려진다. 대한민국 신약개발을 하는 큰 집이 바르게 세워진다. 조물주가 입김(于)을 뽑아내서 만든 큰 한 지붕 안에 다른 스타트업들이 서로 협력해 대한민국 신약개발이 세계로 이어지는 도구가 될 것이다. 집 우(宇)에 바를 정(正)이 우정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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