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故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주당 117시간 근무, 전공의 4명 업무 2명이 처리, 소아중환자실 근무 책임까지
근로복지공단, 36시간 연속근무 중 숨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업무상 '과로사' 인정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지난 2월 36시간 연속근무 중 당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천대 길병원 故(고) 신형록 전공의의 '과로사'가 산재 승인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5일 故(고) 신형록 전공의의 유족이 제출한 유족급여 청구에 대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 경인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5일 "고인은 2019년 2월 1일 오전 9시 가천대길병원 가천관 7층 당직실 내 침대에서 천장을 바라보고 누운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며 "이에 고인의 유족인 청구인이 유족급여를 청구했고 경인지역본부에서는 이에 대해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심의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판정위는 "청구인은 고인의 사망 전 4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115시간 32분이고, 사망 전 12주 동안의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117시간 50분에 달해 장시간 노동이 상당기간 지속돼 극도의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판정위는 "청구인은 2018년 10월부터는 본래 전공의 4명이 처리해야 할 업무를 2명이 처리해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 아울러 고인은 2019년 1월부터 소아중환자실을 담당하게 돼 과중한 책임감으로 극심한 긴장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판정위는 "또 청구인은 사망 당일에는 새로운 소아환자가 중환자실로 이동해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 고인은 이러한 업무상의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판정위는 "부검감정서 상, 故(고) 신형록 전공의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 불명'이나 제반 정황 및 관련 자료 일체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 고인은 '심장질병(급성심장사)'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판정위는 고인의 사망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 여부에 대해 "고인의 경우 발병 전 12주간 동안에 휴식시간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았고 당직근무 등이 상당해 동 기간의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만성과로 인정기준인 발병 전 12주 동안에 1주당 평균 60시간을 현저하게 초과했다"고 말했다.
판정위는 "아울러 고인이 해당기간 동안 업무와 관련해 과도한 정신적 긴장 및 스트레스를 받은 정황도 확인되므로 이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고인의 경우 사망 이전에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과로 및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판단되므로 사인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이 사안의 경우, 뇌심혈관계 인정 기준에 상당히 초과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은 사인 미상의 사건이더라도 업무상 질병을 인정해왔다"며 "다만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이 연구용역을 맡긴 결과, 해부학적으로 사인 불명이더라도 급사인 경우에 심장에 무리가 가거나 심장이 정지해 사망할 확률이 80~90%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연구 결과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6월부터 사인 불명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보다 전문적으로 사인을 추정하자는 취지로 자문위원회 등 절차를 만들었다"며 "故(고) 신형록 전공의 유족의 청구 건은 이 절차를 도입한 이후, 처음 승인한 사례다. 절차를 개선해서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6월부터 직업환경의학의 및 임상의 등 외부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공단 내 업무상질병자문위원회를 통해 직업성 암, 사인미상, 자살 등 업무상 질병을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판정하기 위해 재해조사 및 전문(역학)조사 관련 자문 절차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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