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평원 무력화 저지 결의대회] 대통령실 앞, 의평원 사수 '결사항전' 선언한 의대 교수들(종합)
8개월 버텼는데 돌아온 건 의학교육 파괴…"더 이상 좌시 않고 정부에 항거"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대 교수들이 교육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사수하기 위해 용산으로 모였다.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광장에서 개최한 ‘의평원 무력화 저지 결의대회’에는 800여명의 의대 교수들이 결집했다.
의대 교수들은 ‘의평원을 존중하고 불법 증원 철회하라’ ‘교육농단 저지하여 의평원을 지켜내자’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대통령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의평원 무력화 시도와 의대증원 중단…필수의료 패키지 파기와 책임자 처벌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통해서는 ▲의평원 무력화 시도 즉각 중단 ▲2025학년도를 포함한 의대증원 즉각 중단 및 재논의 ▲필수의료패키지·의료개혁특위 파기 ▲불법 증원과 의학교육 파괴하는 책임자 즉각 처벌 등을 요구했다.
전의비 최창민 비대위원장과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의학교육이 정상화 될 때까지 싸우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쳤다.
최 위원장은 “의평원은 의대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며 “의대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교수가 있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김 회장은 “우리 투쟁은 의학교육의 정상화,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가 될 때까지 끝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7월 교수직을 사직한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는 교수들을 향해 “끝까지 저항해 이 잘못된 사태를 바로 잡아달라”며 “지금은 행동할 때”라고 당부했다.
지방의대 교수들 "교육·병원 여건 열악"…여·야 전현직 의원들도 연대사로 힘 보태
지방 소재 의대 교수들은 의대증원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지방의대와 지방대병원들의 상황이 더 열악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부산의대 교수협의회 오세옥 회장은 “지방에선 갑작스럽게 교육시설도 인력도 준비하기 힘들고 수련에 필요한 환자도 부족하다”고 호소했고, 충북의대 채희복 비대위원장은 “충북대병원은 누적 차입금이 1000억원이고 국립대병원들이 망해가는데 정부는 2조원 건보재정만 무한정 밀어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의평원의 윤태영 부원장도 직접 참석해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 입장을 빍힐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선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들이 모두 연대사에 나서 의대 교수들의 주장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여당에선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이 “정부가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일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의사면허를 주는 것”이라고 교육부를 질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국감에서 의평원 무력화 시도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약속했다.
국회의원 시절 의평원 법을 대표발의해 통과시켰던 박인숙 전 의원은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대통령의 2000명 증원 명령을 편법, 꼼수를 동원해서라도 관철시키려는 정권 하수인 교육부의 눈물겨운 노력”이라고 꼬집었다, 이상돈 전 의원(중앙대 명예교수) 역시 정부를 향해 “하나의 큰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그걸 지키기 위해 온갖 수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의대회의 대미는 시국선언문 낭독이었다.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반대하며 최근 삭박한 고대의대 박평재 비대위원장이 낭독자로 나서 교수둘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을 호소했고, 참석한 교수들이 적극 화답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고통과 굴욕도 모자라 의대의 저질 교육과 운영을 목도해야 하는 지금, ‘좌시하고만 있는 의대 교수’는 ‘밟으면 꿈틀거리는 지렁이’만도 못한 존재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폭거에 분연히 일어나 항거하자. 제자들을 지켜내 미래 다음 세대의 건강권을 지키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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