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20 09:09최종 업데이트 23.11.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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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폐원일기-서울백병원 마지막교수협의회장의 폐원 저지150일 분투기


'서울백병원 폐원, 그들이 왜 이토록 저항을 하는가?'에 대한 그 이유를 저자가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인제학원 이사회 측이 폐원 안건 상정 6주 만에 병원 문을 닫아 버리고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직원발령을 내는 등 일방적인 통보에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문제 제기를 안 하고 떠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아 이를 막고 싶습니다.”

저자 조영규 교수는 인제대 서울백병원에서 근무하며 진료협력센터장, 건강증진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5월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장에 선출됐고 10월부터 부산백병원 가정의학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내가 암에 걸렸다' 등이 있다. 

저자는 "83년 유구한 역사의 서울백병원이 만성적인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는 법인의 주장만을 기억할 뿐, 이곳에서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당시 교직원들은 어떤 목소리를 냈었는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라며 "그렇게 된다면 이곳에서 청춘을 바쳐 일하고, 폐원 저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슬플 것 같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놔야 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이사회에서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한 6월 20일 밤,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으로 성명서를 작성하여 대자보를 붙였다. 
난생 처음으로 기자들을 초청하여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난생 처음으로 TV 뉴스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출연했다.
난생 처음으로 노사간담회에 참석했다.
난생 처음으로 지역 국회의원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난생 처음으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사회에서는 폐원을 의결했다. 자기들 손에 피를 묻히고, 서울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용도를 한정하겠다는 서울시와의 결사 항전도 각오한 채 폐원을 강행했다. 상식 밖의 이런 결정, 왜일까? 폐원을 서둘러 진행해야 하는 자기들만의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매수할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 말이다. 나는 이사회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들은 나와 상식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 20페이지

우리 병원은 서울시 중구의 유일한 감염병 전담 기관으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음압 시설을 비롯한 여러 장비와 시설을 지원받았다. 지자체에서 이렇게 시설과 장비를 지원해 준 것은 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감염병 전담 기관의 역할을 감당해 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폐원을 결정한 것은 상호 간의 신의를 저버린 행동이다. – 23페이지

백병원 설립자 백인제 박사님의 당부_아들아!/ 병원이 낡았다고/ 너무 빨리 닫지 말아라/ 아빠는 그 낡은 병원이/ 오래오래 운영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단다… 그렇단다, 아들아!/ 그 낡은 병원을 볼 때마다/ 아빠는, 그 병원의 융성했던 때를/ 더 살리며 사랑한지 모른단다… 아, 그렇단다!/ 낡은 병원도 낡은 병원대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마른 향기’를 간직하고 있기에!/(저 경제 논리로도 태울 수 없는)  - 25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급성기 환자를 받겠다는 부원장의 결정을 지지했다. 화려했던 과거의 명성에 머물러 있으면 살아갈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폐원 관련 기사가 터져 나오기 전까지도 병동은 서울의 여러 대형병원에서 보내온 아급성기 환자로 꽉 차 있었다.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그간의 노력이 수포가 된 순간이었다.  - 33페이지

같은 시간, 옆방에서는 간호사가 울고 있다. 다른 병원 가기 싫다며 매달리는 의료보호 할아버지, 자기가 돈을 준비해 오겠다며 진료 예약만 잡아달라고 울먹이시는데 책임을 진다는 건 무엇인가?  - 39페이지

서울백병원 폐원의 이유가 정말로 누적된 의료적자였다면, 병원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적자 규모를 키운 원장들을 경질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인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법인의 말과 행동에는 큰 차이가 있다.  
- 46페이지

그래서 직원들은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래서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래서 결국 폐원이 의결됐다. 그래서 결국 전 직원 부산행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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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원을 결정한 법인 사람들은 진료 시간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을 병원 직원들에게 맡겨 놓고 제 살길만 도모하고 있다. 진료 시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11시 50분만 되면 직원식당 앞에 나타난다. 오늘의 식단을 살펴보며 마지막 식욕을 불태우고 있다. - 64페이지

우리의 뜨거웠던 지난날, 이곳에서 우리는 꿈을 꾸었고, 청춘을 불태웠다. 그 시간을 아름답게 끝맺기 위한 최후의 반란  -  81페이지

우리는 폐원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는 일방적인 부산 전보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법인과 싸우고 있다. 우리는 달걀을 들고 바위와 싸우고 있다.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 우리의 억울함이 풀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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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이 있었다. 법원은 난생처음이었다. 죄지은 것도 없이 괜히 주눅 들었다  - 104페이지

현재의 이사회는 역사와 전통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으며, 백인제 박사와 백낙환 박사가 생전에 쌓은 업적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다. 이는 정통성이 없는 이사들이 백인제 박사와 백낙환 박사의 직계 후손의 영향력을 최소화하여 자신들이 장악한 실권을 영구히 하기 위함이다. 인제학원의 모태인 서울백병원을 폐원시키는 것 또한 일종의 역사 지우기로 볼 수 있다. 그런 그들이 백낙환 박사의 차녀인 백진경 교수를 총장으로 뽑겠는가?  - 113페이지

교직원과 환자의 탄식과 울부짖음을 외면한 채 이렇게까지 급작스럽게 병원 문을 닫으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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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백병원에서는 현재 상계백병원이나 일산백병원으로 옮겨가기를 원하는 환자들을 진료협력센터를 통해 바로 연계하여 예약해주는 시스템을 뒤늦게 만들어 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나마도 법인, 병원장, 교수, 직원노조가 모두 참여했던 협의체모임에서 내가 건의해서 만들어졌다. - 128페이지

그리고 다시 1층 백인제 박사 기념홀, 백인제 박사님께서 문 닫힌 병원을 말없이 지켜보고 계셨다. 이렇게 문 닫을 거면 왜 나를 여기에 갖다 놨냐고 묻고 있는 듯했다. - 143페이지

그런데 직원들의 사직을 자의로 선택한 것으로 봐야 할까? 사직을 선택하도록 내몰렸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맞지 않을까? 내가 봤을 때 우리 직원들은 자진 퇴사 당했다. - 147페이지

부모님은 광주에, 나는 부산에, 아내는 안양에, 딸은 서울에, 아들은 자기 방에, 가족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이제부터는 각자도생이다.  - 171페이지
서울백병원은 일제강점기 선각자였던 백인제 박사가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 이름으로 문을 연 이래 지난 83년 동안 서울의 중심부에서 수없이 많은 환자를 치료해 온 병원이다. 현재 서울시 중구의 유일한 대학병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에서도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지역민들의 건강 파수꾼 역할을 온전히 담당했다. … ‘인술로써 세상을 구한다’라는 仁術濟世(인술제세)의 백병원 설립이념을 기억한다면 지역사회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서울백병원을 경제적인 논리만으로 폐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190페이지

법인 이사회 8인의 단 한 번의 의결로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대학병원은 환자들의 치료 공간이자, 의대생들의 교육 공간이자, 교직원들의 일터다. 서울백병원 폐원은 그곳에서 치료받던 환자들과 그곳에서 교육받던 의대생들과 그곳에서 일하던 교직원들의 건강과 학업과 생계에…    - 212페이지

서울백병원 폐원과 같은 가슴 아픈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실제 일어난 일과 이에 따라 환자들과 의대생들과 교직원들이 받은 피해와 고통은 반드시 기억되어야 한다. 이 책이 법인과의 기억 전쟁에 작으나마 도움이 되길 기도한다. - 215페이지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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