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와 단절된 CCTV도 직원∙환자 통한 유출 위험…의료계 "부작용 우려 커 법령 자체 재검토해야"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여성 환자들의 신체가 노출된 영상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으로 향후 이 같은 일이 늘어날 수 있다며 법령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은 올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6일 진료실에 설치된 IP 카메라에 찍힌 영상이 유출됐다는 A병원 측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섰다. IP 카메라는 인터넷과 연결돼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내거나 원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경찰은 해킹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영상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에서 성형외과를 운영 중인 B원장은 “환자들이 항의를 한다거나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카메라 등을 설치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외부 해킹 우려가 있음에도 CCTV가 아닌 IP 카메라를 설치한 건 IP카메라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수술실 CCTV 의무화법 시행을 앞두고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됐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의료계는 민감한 영상들이 외부에 유출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 이유 중 하나로 들어왔다.
특히 IP 카메라가 아니라 외부와 단절된 CCTV라고 하더라도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내부 직원이나 환자들에 의한 유출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8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간호사가 수면마취 상태로 수술을 받던 연예인의 영상을 찍어 남자친구 C씨에게 넘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C씨는 해당 영상을 유출하겠다고 병원을 협박하며 10억원을 요구했고, 결국 공갈 및 협박죄로 구속됐다.
대한의사협회 박진규 부회장(의협 수술실 CCTV 하위법령 대응TF 위원장)은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은 부작용 우려는 쏙 빼놓고 일부 비윤리적 의료행위만을 이유로 통과됐다”며 “국민들이 수술실 CCTV 설치에 동의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자신의 모습이 인터넷에 떠다닐 위험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이 시행되면) 병원은 정부가 규정하는 대로 영상을 철저히 관리해야 겠지만 은행, 원자력발전소 등 아무리 보안이 철저한 곳이라도 자료 유출이 안 된다고 100% 확답할 순 없지 않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병원으로선 CCTV가 설치되면 잠재적인 ‘폭탄’을 안고 운영하게 되는 셈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히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돼있는 의사면허취소법이 통과될 경우엔 영상 유출에 따른 의사면허취소 위험까지 생긴다는 지적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은 굉장히 강하다”며 “영상이 유출되는 순간 의사면허가 취소되고 병원 영업을 아예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부분까지 감안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령 자체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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