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자는 대한민국, 수면시간 OECD 꼴찌…7개 학회 한자리에 모여 "수면건강 인식 개선 필요"
[수면건강 인식 개선 국회토론회] 수면장애·불면증 환자 매년 증가 추세에 수면문제로 인한 손실 11조 497억원…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공동 주관 '대국민 수면건강 인식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수면부족 국가로 꼽힙니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 7시간 41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8시간 22분에 훨씬 못미치며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한국인 수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2.87점에 불과하며 매년 하락하는 추세로, 한국인은 수면부족과 수면의 질 저하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면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생산성 저하 등을 따져보면 전국적으로 11조 497억원의 손실이 추산됩니다.
지난 8월 30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대국민 수면건강 인식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는 '수면건강'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첫 토론회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이 주최하고 수면 관련 모든 학회인 대한수면의학회, 대한수면학회, 대한수면연구학회, 대한수면호흡학회, 대한치과수면학회, 한국수면학회, 한국수면기술협회, 메디게이트뉴스가 공동으로 주관했습니다. 본 토론회와 기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수면이 가장 부족한 나라지만, 수면 부족과 수면 장애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큰 경각심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국내 수면 관련 학회와 협회가 국회에 총출동해 대국민 수면건강 인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수면건강을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수면문제로 인한 손실 11조 497억원, 수면산업 2026년 137조원 확대 전망
토론회를 주최한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국회에서 의원들을 만나면 하는 인사말이 '잠은 잘 주무셨습니까?'이다. 그만큼 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문을 열며 "그런데 한국은 대표적인 수면 부족 국가이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 7시간 41분으로 OECD 국가 평균 8시간 22분에 훨씬 못 미쳐 전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인 수면 만족도도 5점 만점에 평균 2.87점에 불과하며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처럼 대한민국은 수면 부족과 수면의 질 저하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생산성 저하로 전국적으로 11조 497억원의 손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이제는 보건복지부와 정부도 국민의 수면 건강을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면 산업이 성장하고 다양한 수면 관련 제품도 개발되고 있다. 국내 수면 산업은 2012년 5000억원에서 2020년 3조원을 넘어서는 등 7년 만에 무려 6배나 시장 규모가 커졌다"라며 "또한 전 세계적으로 '수면 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침대와 베개 같은 전통적인 수면 관련 소비재 외에 의료와 제약 바이오 분야는 물론 뷰티와 첨단 IT 기술이 접목된 아이템들까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수면'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세계 수면 시장의 규모는 2026년까지 137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신 의원은 "의료계도 수면 산업에 대해 꼼꼼하게 점검해 좋은 대안을 마련해 주시길 바란다. 이 자리 이후로 국회와 복지부를 포함한 정부가 책임지고 후속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수면 장애 환자 수 증가하지만 약물치료에 의존…"수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첫 번째 발제는 대한수면의학회 김석주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이 나서 우리나라 수면 건강 실태와 대책에 대해 발표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 국민의 수면시간이 짧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이 더 짧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평일과 주말의 수면시간 차이가 많이 난다. 전 세계 평일 수면 시간은 6.9시간, 주말은 7.8시간인데, 한국인은 평일 6.7시간, 주말 7.4시간으로 평균에 못 미친다"고 발표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청소년의 수면 시간이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기 수면은 뇌 발달과 호르몬 분비 등과 관련이 있어 잠을 잘 자는 게 중요한데, 2019년 우리나라 청소년의 평균 수면 시간은 OECD에서 권장하는 8시간 22분에 비해 6시간 3분으로 매우 낮다. 그리고 코로나를 지나면서 청소년의 수면시간은 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기에 수면이 부족하면 자살률이 올라가고, 주의력이 떨어지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성적은 물론이고,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교대 근무로 인한 수면 장애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직장인 중 교대 근무자 비율이 30%까지 올라갔다"며 "교대 근무자는 본인이 자고 싶을 때 잘 수 없어 우울과 삶의 질 저하는 물론이고 근무 실수로 인한 치명적 사고, 교통사고 등을 일으킬 수 있어 그로 인해 각종 사회 비용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면시간이 계속해서 감소하면서 수면 장애를 겪는 환자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 수면장애 환자 수는 총 49만5506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67만1307명으로 늘었다. 불면증 환자 수는 2021년 68만4560명이고, 수면 무호흡증 진료 환자 수도 2018년 4만7208명에 달한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수면장애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이사장은 "수면 장애 치료 원칙은 인지행동 치료다. 인지행동 치료가 반응이 없거나 치료가 어려울 경우 약을 쓰도록 돼 있다. 하지만 불면증 환자에게 인지행동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다. 실제로 의사 대상으로 불면증 치료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더니 57%가 약을 쓰고, 37%만이 교육을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비용의 문제와 인력의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인지 행동 치료를 하려면 병원은 인력이 많이 들어 손실을 보는 구조지만, 환자는 환자대로 돈을 더 많이 내야하기 때문"이라며 "짧은 진료 시간 안에 진료를 해야하고, 환자 본인이 약을 원하는 경우도 많아 원칙적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항불안제와 최면진정제, 수면제 처방량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데, 졸피뎀 등 수면제를 과다 복용할 경우 몽유병과 치매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 우려가 큰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 수면 건강을 위한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분위기다. 잠보다 공부가 중요하고, 잠보다 야근이 더 중요한 분위기에서는 대책이 소용없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개인의 중요한 권리라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김 이사장은 ▲빛공해 관리 ▲청소년 수면관리 ▲교대근무자 수면 관리 ▲졸음으로 인한 휴먼에러 방지 ▲수면제 남용 방지 ▲적절한 수면무호흡증 치료 지침 ▲수면장애 디지털 치료제 임상 적용 ▲슬립테크 산업 육성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수면건강 선언문' 발표…"건강한 수면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이날 신현영 의원의 낭독으로 '수면건강 선언문'이 학회들과 공동으로 발표됐다.
수면건강 선언문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수면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수면은 생명 유지와 건강한 삶에 필수적이며, 신체와 정신 건강의 기반이다.
2. 충분하고 질 좋은 수면은 인간의 기본 권리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3. 수면장애는 질환으로 인식되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4. 수면건강은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아야 하며, 수면 관련 연구와 기술 발전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5. 수면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가져오며, 건강한 수면을 위해 개인은 수면위생 준수를 사회공동체는 환경 조성을, 국가는 정책 마련을 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따라, 우리는 수면건강을 존중하고, 이를 향상시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겠다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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