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20 12:40최종 업데이트 22.01.2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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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 연이은 전공의 모집 탈락 이유…과락 아닌 병원들 채용 부담 가능성 높아

정치적 논란‧의사면허 취소 가능성 등 수련병원 부담 가중...업무수행 부적합하다면 결격사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명지병원에 이어 경상대병원 전공의 모집에서도 탈락하면서 조씨의 연이은 낙방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필기시험 과락 등 이유보단 수련병원 입장에서 조씨의 전공의 채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평가했다.
 
애초에 조씨는 소위 ‘허위스펙’ 의혹을 겪으며 인턴 지원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해 1월 국립중앙의료원 인턴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했고 결국 2월 한국전력공가 산하 한전의료재단이 운영하는 한일병원에 재차 지원해 겨우 합격 통보를 받았다.
 
상황은 레지던트 지원 시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조씨는 지난해 12월 24일 명지병원 응급의학과에 지원했지만 탈락했고 지난 18일 경상대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추가모집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특히 명지병원 응급의학과는 2명 모집에 2명 지원이라 경쟁률이 1대 1인 상황이었고 경상대병원 응급의학과의 경우도 2명 모집에 단독으로 지원했던 터라 합격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레지던트 필기시험 과락?…조국 전 장관 “100문제 중 72개 맞아”
 
연이은 낙방 이유를 두고 조씨가 전공의 채용 점수 비중이 가장 높은 필기시험 최저 합격 기준을 맞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과락 소문에 대해 조국 전 장관이 직접 해명에 나섰기 때문이다.
 
2022년 전반기 레지던트 필기시험부터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8조 개정에 따라 소위 '과락'이라고 부르는 최저 합격기준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레지던트 임용시험 때 필기시험 성적이 총점의 40% 미만이면 불합격으로 처리된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 씨가 필기시험에서 100문제 중 72개를 맞았다. 레지던트에 떨어진 이유가 과락이라는 주장은 허위사실이다. 허위 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도 "상식적으로 다수의 사례를 봤을 때 필기시험에서 총점의 40% 미만의 점수로 불합격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필기시험 점수 이외 다른 이유가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사진=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수련병원들, 면허 취소 가능성 있는 조씨 채용에 부담”
 
의료계 내부에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부담이 높은 시기에 수련병원에서 조씨를 채용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조씨가 전공의 모집에 지원할 때마다 언론 기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조씨의 경상대병원 지원 사실이 알려지자 병원 측에 조씨 채용을 반대하는 이들의 항의 전화도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진주 출신 김재경 전 국회의원은 조 씨의 면접 당일 병원 입구에서 임용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경상대병원 내부에서도 조씨의 채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의학과 지원자도 없는 상황에서 조씨의 의사 면허가 현재 취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격사유가 없다면 합격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합격했을 때 여러 논란이 발생할 것에 대한 우려로 인한 반대 의견이 충돌한 것이다.
 
조씨의 의사면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수련병원 입장에서 채용이 부담스러운 이유다. 부산대는 20일 조씨의 의학전문대학원 합격취소 예비행정 처분과 관련한 비공개 청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을 졸업한 상태지만 조씨에 대한 '허위 스펙' 의혹이 제기된 이후 부산대 의전원은 지난해 8월 조씨에 대한 입학 취소 예비행정 처분을 내렸다. 입학 취소 결정은 청문 절차 등을 거쳐 진행되며 처분이 최종 결정되면 보건복지부가 조씨의 의사면허 취소 처분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씨가 해당 결정에 대해 불복하고 부산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최종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진 의사 자격이 유지된다.
 
인사규정 상 ‘병원 업무수행 부적합’하다면 채용 결격사유
 
한편, 지원자의 성적이 좋더라도 수련병원이 재량에 따라 전공의 채용 여부를 임의로 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현행법에 따라 수련병원은 전공의를 임용하려는 경우 공개경쟁시험을 실시해 성적순으로 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전공의 채용은 필기시험(40%), 면접시험(15%), 인턴근무성적(30%), 의과대학성적(15%) 등이 반영돼 최종 합격이 결정된다.
 
다만 각 수련병원이 필기시험과 면접시험, 인턴근무성적 등이 우수한 전공의 지원자를 재량껏 채용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 이유는 병원 측이 공고한 전공의 지원자격에 ‘인사규정 상 결격사유에 해당되는 인원은 지원이 불가하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경상대병원 2022년도 전공의 추가 모집 공고 내용.

실제로 경상대병원 인사규정 제24조에 따르면 '사상이 불온하거나 불량한 소행이 있는 자로서 부적당하다고 인정된 자', '기타 병원 업무수행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는 채용에 있어 결격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즉 병원 내부 판단에 따라 조씨가 병원 업무수행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거나 불량한 소행이 있는 자로 판단될 경우 점수와 상관없이 채용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조씨의 전공의 채용이 병원 입장에서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향후 조씨의 의학전문대학원 합격취소 여부에 따라 면허 취소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채용에 어려움을 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상대병원 관계자는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내놨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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